전대 판 커지자 계파 재편 움직임…친박 VS 친이→친황 VS 복당파 연합 VS 친홍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사진 연합뉴스
전대 컨벤션 효과로 한국당 지지율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장 높은 26.7%를 기록했다(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월 21~25일 전국 유권자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당내에선 이들 세 사람의 출마를 강하게 비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당 분란의 단초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책임 있는 분들, 당 기여에 확실하지 않은 분들은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병길 비대위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인적쇄신 대상(황교안)’ ‘박원순 체제 등장시킨 분, 탈당했다 돌아온 분(오세훈)’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분이 본인 후임 대표 선출하는 자리에 나선다(홍준표)’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세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비대위원은 “정말 어렵게 인적쇄신을 했다. 친박 그룹과 복당한 분들이 대거 당협위원장 자리에서 배제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인적쇄신 대상이 되어야 할 세 사람이 전면에 나서면 어렵게 인적쇄신한 효과가 반감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 비대위원은 세 사람이 불출마하면 대안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지도나 존재감 있는 분들보다 차라리 무난한 관리형 당 대표가 선출되었으면 한다”면서 “세 사람이 출마하면 단기적으로 당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최고위원을 지낸 한 인사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인물들 면면을 보면 걱정이 된다. 새로운 인물은 없고 너무 연령대도 높다. 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실책에 따른 반사효과일 뿐이다. 반사효과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우리 당에서 그런 똥물(친박, 복당, 지방선거 참패 책임) 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넌 이거 해서 안 된다, 넌 저거 해서 안 된다 그런 이야기만 하지 말고 플러스섬(plus-sum. 전체 파이를 키우는 제로섬 반대 개념) 게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형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대표적인 관리형 인물이지 않나. 김 위원장 체제에서 계파갈등은 가라앉았지만 무슨 성과를 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대 판이 커지자 한동안 잠잠했던 계파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구도에서 친황계(친황교안), 복당파 연합, 친홍계(친홍준표) 등으로 계파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외위원장은 “내년 총선은 박근혜, 이명박 없이 처음 치르는 선거다. 이미 당내에서 친박, 친이 같은 개념은 의미가 없어졌다. 벌써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할지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계파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한국당 인사도 “선거 때마다 계파 공천학살이 있지 않았나. 계파 없애자고 하지만 막상 계파가 없으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게 우리 당 인사들 특징”이라면서 계파가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앞서의 인사는 “예를 들어 황 전 총리는 친박계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기존 친박 외에도 전혀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 캠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벌써 여러 현역 의원들이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을 개설하고 특정 후보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계파를 초월해 지지후보를 정한 경우가 많더라. 캠프 구성이 공개되면 의외라고 생각되는 인사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전 총리 본인도 친박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을 영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 정치 멘토 중에는 자신이 검사 시절 안보사범으로 사형을 구형했던 김현장 씨도 포함되어 있다. 진보 성향인 김형남 전 민주평화당 부대변인도 황 전 총리 캠프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부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후 한국당에 입당했다.
한편 당내 계파 재편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계파갈등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앞서의 인사는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다른 세력들이 흔들어 댈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당이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일례로 과거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가 됐을 땐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초 새누리당(현 한국당)은 2016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무성 당 대표와 친박계가 계파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민주당에 패했다.
전대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후보들 간 이합집산 논의도 활발해졌다. 일각에선 빅3 중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이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전 대표는 이미 다른 당권주자들과 ‘대구·경북(TK)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앞서의 원외위원장은 “한국당 책임당원 32만 명 가운데 9만 4000명이 대구·경북에 있다. TK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기반이지 않나. 탄핵 사태 당시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던 전력 때문에 TK 책임당원들이 오 전 시장을 비토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여론조사에서는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 순이지만 막상 전대를 치러보면 홍 전 대표가 오 전 시장을 앞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면서 “다자구도로 가면 황 전 총리가 승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오 전 시장의 경우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2016년 총선까지 패하면서 정치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전대에서도 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울 거다. 총력전을 펼칠 것이기 때문에 단일화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앞서의 전직 최고위원은 “황 전 총리가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점이 걱정이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는 순간 엄청난 공격을 해올 거다. 황 전 총리가 청년층이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확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