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표심 얻고 싶은 정치인들 줄이어 접촉 시도…박 전 대통령은 거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서울구치소 앞 전경.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서울구치소를 직접 찾아가 봤다. 구치소 앞은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현수막과 피켓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지지자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매일 현장을 지켰다는 지지자도 있었다.
이 지지자는 정치인 방문이 잦아졌느냐는 질문에 “그건 알 수 없다. 민원인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들어가면 외부에선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설에 대해서는 “듣긴 들었다. 많은 지지자들이 기대를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면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이후 외부인사는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주로 서신이나 변호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인사는 직접 구치소까지 찾아와 접견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한 변호사는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3번이나 접견신청을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사다.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황 전 총리가 접견 신청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황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 다만 문자메시지에는 답장을 보내왔다. 접견을 세 차례 거부당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황 전 총리는 ‘그 부분 제가 말씀드리기 부적절한 점 양해바랍니다’라고 답했다. 접견 신청은 사실이냐고 재차 메시지를 보냈지만 더 이상 답장은 없었다.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한국당 내에서 인적청산 움직임이 일자 친박 유력 인사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신당 추진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서는 이미 서청원, 이정현 의원 등 핵심 친박 인사들이 자진 탈당했고,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 12명이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유영하 변호사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또 일부 인사들은 보수 대통합을 위해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사태를 반성하는 입장을 발표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탄핵을 주도했던 (탈당파)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이 과도한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사면이나 감형을 요구할 수는 없지 않나. 박 전 대통령이 반성하면 탈당파 인사들도 (사면이나 감형 요구에) 동참할 수 있다는 거다. 같이 목소리를 내다보면 보수 통합 여지도 생기니까 그런 요청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극기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대한애국당도 박 전 대통령 측에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한애국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소통을 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른바 박심을 얻기 위한 물밑 경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당직자는 “곧 전당대회와 21대 총선이 다가오니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탄핵당한 대통령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한국당 내에서는 여전히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강하다. 내년 전당대회를 겨냥해 태극기부대가 한국당 입당 운동까지 하지 않았나.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박심을 무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친박 진영에서는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선 박 전 대통령과 접촉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나 정작 박 전 대통령은 외부접촉을 더 줄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접견해왔던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8월 이후로는 접견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TV나 신문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편지는 거의 읽어본다고 한다.
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과는 주로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치 현안이나 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법률지원을 했던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외부에 자기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접견한 변호인들을 통해 자기 건강상태가 보도되니까 ‘그런 내용을 자꾸 외부에 알리면 구치소 직원들이 난처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여러 요청에도 박 전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당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최측근이라고 해도 자신을 이용하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그래서 측근이었다가 멀어진 사람도 많다”면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이는데 요청에 응할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일례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총선을 앞두고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었는데 출마 예정자들을 대거 참석시키자 자신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해 실무자를 질책했었다고 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박 ‘단절’ MB ‘소통’…두 전직 대통령 구치소 생활은 ‘극과 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매우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수감 후 가족, 지인들과 자주 접견을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접견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모이는 송년 행사에는 변호사를 통해 직접 쓴 편지를 전달했다. 이처럼 외향적이고 건강체질인 이 전 대통령도 올여름 폭염에는 고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더위에 나가 떨어졌었다”고 표현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살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여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