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하나의 신용카드 고집 형평성 논란 시끌 ‘어떻게 따낸 독점계약인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스트코와 계약을 맺는 사진을 올리며 소감을 밝혔다. 사진=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실제 현대카드는 미국계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와 국내 10년간 독점 계약을 따냈다. ‘한 국가 한 카드’ 원칙을 내세우는 코스트코가 국내에 들어온 1999년 말 이래 ‘국내 1카드’는 삼성카드였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삼성카드의 18년 아성을 깬 것이다.
카드업계는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를 밀어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으로 정태영 부회장의 승부수를 꼽는다. 정 부회장은 코스트코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준비 기간부터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10년 계약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수수료 경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태영 부회장의 성과가 시작되기도 전 코스트코의 ‘한 국가 한 카드’ 정책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가 하나의 카드를 고집하는 국내 정책과 달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브랜드사를 기준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비자카드 제휴사, 캐나다와 일본은 마스터카드 제휴사면 어느 카드든 상관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호주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프랑스는 비자와 마스터뿐 아니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도 모두 허용된다. 제휴사만 맞으면 카드사가 어디든 쓸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가 2016년 아멕스와 결별하면서 해외에서는 ‘한 국가 한 카드’를 사실상 폐지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트코는 ‘한 국가 한 카드’ 독점계약 정책에 대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 2010년대 초까지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수수료는 건당 0.7%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은 코스트코도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수료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2년 정부가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 개편 정책을 냈는데 삼성카드도 0.7%의 수수료를 유지할 수 없어 결국 올렸다”며 “최근에는 1.7% 수준으로 다른 대형 가맹점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스트코 측은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며 절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이번 독점 계약 조건에 대해 기밀유지 조항에 따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현대카드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결국 코스트코가 소비자 혜택을 회원에게 받는 연회비로 충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코스트코는 2015년 삼성카드와 5번째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이듬해 9월부터 연회비를 개인 3만 5000원에서 3만 8500원으로, 법인 3만 3000원에서 3만 5000원으로 인상했다. 코스트코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하면서까지 한 국가 한 카드 정책을 고집하는 근간이 무색해진 셈이다.
현 여신전문금융법상 가맹점이 특정 신용카드사와 독점 제휴하는 것은 위법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사용 편의를 위해 코스트코 등의 1카드사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관련 법안도 발의됐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 것. 개정안의 핵심은 카드 가맹점의 복수카드 계약 의무화로 일명 ‘코스트코 방지법’으로 불린다. 제윤경 의원은 “가맹점이 하나의 카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특정 카드 사용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불편 해소 차원에서 복수 카드 사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 의원 측은 그러나 개정안 발의가 코스트코나 현대카드를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 의원 측 관계자는 “카드 소비자들이 합리적이고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현재 심사 중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이미 체결된 코스트코와 현대카드의 독점 계약에 소급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법이 개정되고 문제제기가 계속된다면 현대카드도 마냥 편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트코로서도 현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재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와 계약 조건을 알 수는 없지만 코스트코 입장에서는 수수료율이 크게 낮지 않다면 굳이 한 카드만 받을 이유가 없다“며 ”여러 카드사 결제가 가능하게 하면서 제휴 등을 통해 혜택을 주는 것이 코스트코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