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2당은 자신 있어…문재인 정부 경제 실패 크게 반성해야”
목소리를 높였던 것처럼 손 대표는 취임 이후 양당제 교체에 사활을 걸었다. 2018년 말 10일간 단식에 돌입하다 입원하는 등 단어 그대로 사활이었다. ‘일요신문’이 바른미래당 당 대표 취임 후 5개월이 지나고 있는 손 대표를 만났다.
손 대표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유한국당 통합설, 안철수 전 대표 복귀설, 내년 총선 예측 등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물었다. 그는 대체로 시원하게 대답했다. 손 대표는 ‘내년 총선은 1당은 힘들더라도 2당은 가능성 있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28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나 최근 정치 현안과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박은숙 기자
―10일간 단식으로 입원했다. 건강은 회복했나.
“그런대로 회복은 다 됐다. 나이가 있다보니 단식 이후에 4일간 죽만 먹었고 식단도 조심했다. 지금도 김치나 고기도 조금먹고 밥도 예전만큼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
―과거 제1 야당이었던 민주당 대표도 하셨고,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작은 정당 대표를 맡고 있다. 차이가 있나.
“아무래도 과거 민주당 대표 때는 국회의원 수도 100명 정도 됐기 때문에 어딜 가면 동행하는 의원 숫자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의원수가 전체적으로 29명인데 실제 활동하는 게 20명 정도밖에 안돼 발언력도 약하고 언론 보도 효과도 아무래도 적다. 우리 당 국회의원 수는 적지만 훌륭한 사람이 많은데 언론에서 제대로 보도를 안해줘 아쉬운 부분은 있다.”
―작은 정당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을 돌파할 방안은 어떤 게 있나.
“돌파는 민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정책을 국민에게 호소하고 이를 통해 당원과 당력을 조직할 뿐이다. 우리는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여야 5당이 1월 합의처리하기로 했던 선거제도 개편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어차피 1월 타결은 합의를 하긴 했지만 어려웠다. 12월 말까지 국회 예산 처리에 바쁘다 보니 1월 내 처리리는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1월 말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안을 만든다고 했다. 국회가 원내대표간 합의는 했으면 꼭 지켰으면 좋겠다. 어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적인 자세를 보이고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국민의 뜻은 ‘선거제도 개혁은 필요하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찬성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다만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는 건 반대가 많다. 그건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지 않거나 늘린다고 해도 국회의원의 세비와 특권, 보좌관 수를 낮춰 전체 예산 동결을 약속해 국민을 설득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리는 국회 의석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국회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300석이든 330석이든 360석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중대선거구제가 낫지 않냐는 사람도 있다.
“중대선거구 제도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혀 다르다. 중대선거구제는 기껏해야 야당한테 1~2석 더 준다는 이야기다. 지지하는 정당이 국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국민의 뜻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뜻에 따라 정치를 해야하는데 지금은 대통령 뜻에 따라서 정치를 한다.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대통령의 무소불위한 권력, 주변 실세 세력의 정치적인 전횡이 없어질 수 있다. 요즘 경제가 아주 어렵다. 그걸 많은 사람들이 ‘소득 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활동하면서 만나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영세상인들이 ‘우리나라 경제 잘 된다’, ‘대통령 경제 잘한다’고 하겠냐. 특히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작년에 16.4%, 금년에 10.5% 올라 죽겠다’는 얘기할 거 아니겠나. 그런데 민주당 130명 국회의원 중에 단 한 사람도 국회에 나와서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들어본 적 있나. 안 한다. 청와대 정책이니까 그런 말 안 한다. 이런 현상을 방지를 하고 청와대가 했어도 잘못된 건 잘못 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국회가 되어야 국민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 모든 걸 공천에 기대지 않고 지역 활동에, 주민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특정 당이 비례대표로 30석, 50석씩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됐을 때 과거 ‘공천 헌금 장사’ 등 병폐가 다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벌써 10년 전 내가 지역위원장 할 때 구의원 여성 비례대표를 정할 때 여성 당원을 전부 모아놓고 연설시켜 투표해서 정했다. 공천의 공정성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렵다. 물론 걱정은 해야 하지만 제도적 보완도 할 예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했을 때 각 정당이 추천하는 비례대표 의원의 부실 검증 가능성은 없나.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소셜미디어 시대고 국민들의 참여가 훨씬 더 높아졌다. 아무나 공천할 수 없다. 또한 공천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확립된 이후에도 한참 걸리는 일이다. 공천 얘기는 올해 말이나 돼야 한다. 벌써부터 걱정할 건 아니다.”
―또 다른 걱정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했을 때 태극기 세력, 과거 통진당 같은 극좌, 극우 정당의 원내 진입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 사람들이 우리 국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면 들어와야 한다. 태극기나 통진당 등을 극단적이라고 배제하면 공산주의다. 다만 현재도 비례대표를 차지하려면 전체 정당 득표가 3%가 필요하다. 독일처럼 5%가 됐든 현행이 됐든 최소한의 기준은 채워야 국회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본다.”
2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선거제 개혁을 위한 1월 말 합의 준수 촉구 정치개혁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의를 그대로 반영한다면 그 최소한의 선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
“민의 반영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정치적인 안정도 중요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한 목적은 정치적인 안정이다. 모든 것을 1당과 2당이 쥐고 있으면 양 당이 극한적인 대결의 정치밖에 안 된다. 반면 의석이 나뉘어 있으면 대통령도 국회를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야당과 협의를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 동안 ‘4대 개혁’을 얘기했는데 4대 개혁 한 발자국이라도 나갔나. 못 나갔다. 국회와 협의할 생각도 안 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국회와의 협의를 잘한 사람이 김대중 대통령이다. DJ는 워낙 소수 정권으로 출발해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없어 김종필 전 총리하고 손 잡았다. JP가 어떤 사람인가. 박정희 2인자로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하고도 협의했다. DJ는 집권 5년 동안 야당한테 줄 건 주고 협조를 받을 건 받는 협치의 모습을 보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정치 제도는 다 각각이다. 선거제도도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양당제는 미국, 영국 정도다. 영국은 내각제다. 미국은 하원에 비례대표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양원제다. 상원에서는 인구가 100만 명 있는 지역도 2명의 상원의원이 나오고 1000만 명이어도 2명이다. 하원보다 상원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인사 청문회가 고도로 제도화돼 있어 주한 미군 사령관, 대사까지 모두 인사 청문회를 거친다. 우리는 대통령이 인사 청문회 청문 보고서 없이도 임명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다. 미국하고 다르다. 이 두 나라 외에는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는 다당제다. 다당제를 선출하는 제도는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많은 나라가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진 않는다.”
―최근 바른미래당에서 하태경, 이준석 최고위원이 ‘워마드’와 공방을 벌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난 워마드를 잘 모르지만 들어보니까 일방적인 남성 기피주의 같다. 그런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허락을 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세간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쓸데없는 소리다.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이라고 하는데 무슨 대통합인가. 그동안 몇 사람이 바른미래당 탈당해서 그쪽 당으로 갔는데 당협위원장 하나 받았다. 어떤 지역은 당협위원장이 결정이 됐는데도 지역위원회에서 거부를 해 조강특위에서 복당을 불허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분열상을 보면 통합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다. 한국당은 촛불 시위로 무너진 당이다. 무슨 보수 대통합 얘기를 하나.”
―아직까지 나가고자 하는 의원들이 있나.
“최근 이학재 의원말고 누가 나갔나. 그저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다. 나간다는 의원은 없다. 다들 우리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고민이 있을 뿐이다. 현 당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 일단 내부적으로 안정이 되고 있다.”
―2019년 큰 화두 중 하나가 대북관계다.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바른미래당은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다. 2차 북미정삼회담도 사실상 확정이 났다. 지금 커다랗게 보면 변동성은 있지만 한반도 평화의 길로 가고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너무 조급해 하면 안된다. 그 얘기만 해왔다. 예를 들어 종전 선언을 작년 말까지 하겠다고 문 대통령이 그랬는데 안됐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강조했는데 거절당했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가 중재자다’, ‘군사 긴장 완화를 빨리 해야 된다’고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보다 조급하게 나가면 안된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다 한미, 한중, 한일, 한러 등 복잡한 국제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계획이 있다면.
“지지율은 취임 초부터 연연하지 말자고 했다. 취임 이후 지지율이 곧바로 오른다는 생각을 안했다. 3~4월 지나면서 바른미래당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7~8월 정치적인 변화가 오고 지지율 상승이 시작될 것이다. 정치 개혁과 변화 가능성이 보이고 그 중심이 바른미래당이 될 수 있어 보이면 그때부터 제대로 움직인다.”
―내년 총선 예측을 해본다면 어떤가.
“지금은 바른미래당이 과거 통합하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빈털터리가 됐지만 내실을 기하고 개혁보수, 합리적인 진보 세력이 하나로 모여 중도 개혁, 새로운 정치변화의 중심이 될 때 올라설 수 있다. 내년 총선은 우리 당이 1당이 되기는 힘들지만 2당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1당은 힘들더라도 2당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박은숙 기자
―독일에 간 안철수 전 대표의 국내 복귀설이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독일에 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복귀하나. 내년 총선 전에는 복귀하지 않겠나. 앞으로 1년은 더 남았는데 무슨…. 지금 복귀해서 뭐하겠나. 최근 얘기 나눠본 적은 없어 그 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
―세간에서 얘기하는 손 대표가 정치적 선택을 할 때 사건이 터진다는 ‘손학규 징크스’를 어떻게 생각하시나.
“쓸데없는 얘기다. 최근 무슨 사건이 터졌나. 사건은 언제든지 터질 수가 있다. 우연에 불과하다.”
―중도개혁의 정책 방향은 어떤 것인가.
“경제는 시장에서 만들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는 기업과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시장에서 탈락하는 개인은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서 재도전할 기회를 주고 지켜줘야 한다.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카풀, 로봇 등 규제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전철 개표기 앞에서 승차권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IT 시대에도 오랫동안 노조의 반대로 줄이지 못했다. 결국 그런 모습이 IT를 더 빨리 접했던 일본이 우리나라에 따라잡힌 결과로 나타났다. 개방하되 받아들일 수 없는 시장의 논리는 정부가 보조해 밑받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바른미래당이 추구하는 노동개혁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업이 어려울 떄도 노조의 동의 없이는 해고를 할 수 없다. 해고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서 기업이 능력이 있을 때는 고용을 하고 없을 때는 해고를 할 수 있게 해주고 해고된 사람은 정부가 사회 안전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식의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을 일단 동결해 급격한 인상 이후 자리를 잡아간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장에 안심을 줘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하면 어떤가.
“문재인 정부 경제 실패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작년에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고 6000억 달러 수출을 했다. 그건 예전부터 오던 꾸준한 흐름이다. 다만 그 흐름이 지금 떨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다 호조를 보이던 반도체 산업도 중국의 급격한 추격으로 내일이 확실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미래를 보고 나갈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지금 문 대통령이 수소 경제 시대를 얘기를 한다. 우리가 약 500만 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생산 국가인데 수소 차라고 하는 게 올해 약 3000대 생산이다. 더 중요한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정부 시작하면서 대통령 책상에서 한 첫 사인이 일자리위원회 만든 거다. 청와대에는 일자리 현황판 만든다고 했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 시간의 단축으로 2017년 약 32만 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2018년 9만 7000개에 불과했다. 이게 어떻게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는 자랑거리가 될 수 있나. 솔직한 반성을 하고 시장이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아쉬운 게 있다면.
“대통령이 경제 문제 집중하는 건 좋다. 다만 아직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재벌 대표 불러 한겨울에 바깥에서 재킷 하나만 입고 회의를 한다. 이런 보여주기식 정치는 그만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시면 좋겠다.”
―국민들께 설 덕담 한마디 한다면.
“올해 황금 돼지해라고 한다. 국민 모두 다들 하는 일 잘 풀리고, 편안한 삶 되셨으면 좋겠다. 올 한 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평화와 안보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