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복귀전서 ‘대어’ 모비스 잡고 화려한 신고식…‘컴백데이 이벤트’도 대박 예감
복귀 후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표호하는 이승현. 사진=KBL
[일요신문] ‘두목 호랑이’가 돌아왔다. 고양 오리온 빅맨 이승현이 약 1년 9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곧장 KBL 무대로 복귀했다. 이승현은 6명의 상무 전역자 중 가장 주목 받는 선수다. 이승현의 복귀는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오리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현이 누구인가.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앞으로 KBL 두목이 되겠다”며 당찬 소감을 남긴 그다. 그의 말대로 2014-2015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다음 시즌에는 팀을 정규리그 3위로 이끌더니 플레이오프에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 쥐었다.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상(MVP)까지 수상했다. 시즌 종료 후 시상식에서는 수비 5걸과 인기상까지 휩쓸었다.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해 왔다. 대학교 3학년 시절 성인 국가대표에 데뷔한 그는 오는 여름 중국에서 열릴 2019 세계 남자농구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지난 1월 29일자로 상무에서 전역한 KBL 소속 선수들. 사진=서울 삼성 썬더스 페이스북
오리온은 오매불망 그를 기다렸다. 이번 시즌을 앞둔 시점부터 “이승현의 복귀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추일승 감독 또한 “이승현 복귀 시점 전까지 중위권에서 버티면 그 이후 반등이 가능하다”며 그를 자주 언급했다.
운명의 29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역증을 받았다. 이승현은 오리온의 30일 경기에 곧장 투입됐다. 상대는 이번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 모비스. ‘이승현 복귀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최적의 상대였다.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민의례에서 이승현은 전날까지 했던 거수경례가 아닌 손을 가슴에 얹으며 자신이 민간인으로 돌아왔음을 알렸다. 대릴 먼로가 나선 점프볼을 잡아내며 경기를 시작한 이승현. 1쿼터에선 파울 2개를 범하며 잠시 벤치로 물러났다. 1년 9개월만의 복귀가 다소 어색한 듯 보이기도 했다.
2쿼터부터 이승현은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력한 블록슛으로 감을 잡는 듯 하더니 차곡차곡 득점을 기록해 나갔다.
경기는 양 팀이 흐름을 주고받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오리온이 2쿼터 중반 리드를 잡았지만 3쿼터 섀넌 쇼터의 활약으로 모비스가 다시 앞서 나갔다. 4쿼터에서 오리온이 다시 경기를 뒤집으며 모비스라는 대어를 잡아냈다. 16승 1패로 홈경기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비스를 상대했기에 의미가 더했다.
‘예비역’ 이승현은 이날 경기에서 13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도왔다. 리바운드 8개 중 공격리바운드가 4개로 비중이 높았다. 4쿼터 접전 상황에서 터진 공격리바운드는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기록 외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승현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인사이드 수비수 중 한명이다. 이날 컨디션이 완전해 보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먼로의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공격 과정에서도 이승현이 골밑으로 들어가며 먼로가 외곽에서 자신의 장기인 패스를 마음껏 뿌릴 수 있었다. 오리온은 이번 시즌 내내 빅맨 포지션의 선수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진=KBL
이 해설위원의 말대로 돌아온 이승현은 오리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오리온 구단 관계자는 “팀원 모두 이승현을 반기고 있다. 팀 분위기도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2월 1일은 오리온의 홈경기가 예정돼 있다. 이승현의 전역 이후 첫 홈경기다. 구단은 이날을 ‘이승현 컴백데이’로 지정, 각종 이벤트를 기획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승현 선수 등번호 33번에 맞춰 33% 티켓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매로 티켓이 나가는 속도가 플레이오프보다도 빠르다”면서 “1월 31일 오후 현재 1층은 이미 전석 매진이고 2층도 골대 뒷자리 일부를 제외하면 티켓이 거의 팔렸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시즌 초반 주요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며 한때 10연패를 기록, 리그 최하위로 처지기도 했다. 하지만 1월 한 달간 8경기에서 6승 2패로 상승세에 있었고 이승현 전역 이후 7승 2패로 승수를 늘렸다. 최하위이던 순위는 5할 승률 복귀와 함께 어느덧 단독 6위로 올라섰다.
국가대표 빅맨 이승현이 가세한 오리온이 시즌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