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공동유치 내정설…“우선적으로 고리1호기 해체 시설인 만큼 기장에 설립돼야”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본부
원전해체연구소는 그동안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가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기장군에는 고리본부, 울주군에는 새울본부, 경부 경주시에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원전해체연구소를 기장군 장안읍과 울주군 서생면에 걸쳐 설립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예정지는 신고리 7·8호기 건립된 부지 인근이 될 전망이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국내 원전 가동 상황을 감안하면 필수적인 시설이다.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모두 24기로, 이 가운데 12기가 오는 2030년이면 수명을 다하게 된다.
개당 해체 비용은 8000억 원 정도다. 따라서 이들 12기를 모두 해체하는 비용은 10조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원전해체 산업 시장의 규모가 직접해체 비용을 포함해 모두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1년 8개월 만에 비로소 원전해체연구소가 부산과 울산에 걸쳐 설립되기로 구체화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안은 기장군과 울주군이 맞닿아 있고 울주군에도 신고리원전이 가동 중인 점과 부산과 울산이 공동 유치하면 경쟁 과열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높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기장군청 전경.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자 그동안 유치에 매진해온 기장군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기장군은 지난 12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부산과 울산 공동유치는 기장군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의 일방적인 결정이자 기장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원전해체연구소는 우선적으로 고리1호기를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한 시설인 만큼, 당연히 고리1호기가 위치한 기장군에 설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장군의 반발은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그간의 행보와 자체적으로 판단한 입지적 요인 등에 기인한다. 기장군은 원전해체연구소의 관내 설립을 위해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약 45만 평)’ 조성을 통해 부지도 이미 확보해 놓았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중입자가속기, 수출용 신형연구로, 방사성동위원소 및 파워반도체 기반구축 등 방사선의·과학시설이 집적돼 있다는 점도 원전해체연구소가 관내에 들어서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군은 보고 있다.
기장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원전해체연구소의 부산·울산 공동유치로 인해 기장군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없다”면서 “원전해체연구소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경제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기장군 내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산단에 설립하는 것이 최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고리1호기 건설 이후 대한민국의 전력공급기지 역할을 담당한 기장과 기장군민에게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원전해체연구소는 반드시 기장군 내에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조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기장군 지역위원장은 “지역상생발전의 측면에서 기장·울주 공동유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아쉽게도 기장군의 단독유치가 무산됐다”며 “분명한 것은 원전해체연구소의 무게 중심은 기장군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논란이 되는 연구소의 정문 출입구를 비롯한 중심시설 역시 기장군 내에 위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