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옥 기자’의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인터뷰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 ||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실 이사는 “우연한 만남이며,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이 만나 속마음을 주고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도올은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이끌 당시 함께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서로의 생각을 교류했고, 나중에 도올은 이를 정리해 <대화>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매우 두터운 친분을 유지했다. 또 도올이 김 전 회장과 만날 당시에는 기자 신분이 아니었다고 김 전 회장의 또다른 측근 인사는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정권교체기라는 미묘한 시기를 틈타 자신에 대한 여론을 떠보는 차원에서 도올을 통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도올도 “그냥 만났다”고 밝혀 다른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3년 동안 침묵을 지켜온 김 전 회장이 정권교체기라는 미묘한 시기에 언론에 등장한 부분은 다른 시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인터뷰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해명과 DJ정권 관료들이 빚은 대우처리에 대한 부당함 등을 호소하는 쪽에 치중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낳고 있는 대목이다. 도올은 자신의 기사에서 김 전 회장과의 인터뷰 시점과 장소에 대해선 분명히 밝히진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인터뷰 시기를 “올해”라고 말했고, 장소는 ‘동남아의 한 국가’라고만 표현했다.
인터뷰 시기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2002년 9월이라는 얘기도 있으나, 백기승 전 이사는 “도올이 김 전 회장을 만난 시점은 2002년 10월 중순에서 10월 말 사이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도올과 가까운 인사는 “2002년 9월 무렵에 도올이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이 무렵 김 전 회장과 만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전 회장을 만난 장소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백기승 전 이사는 도올과 김 전 회장이 만난 장소를 “베트남 하노이의 근교 별장”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항간에는 김 전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도올과의 만난 장소가 베트남이라는 것은 일반의 생각을 뒤엎는 것이다.
그가 베트남에 장기 체류해온 것인지, 아니면 도올과 만나기 위해 일부러 베트남으로 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김 전 회장이 도올과 만나기 위해 일부러 베트남으로 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거주하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소지가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김 전 회장이 프랑크푸르트의 주소지가 외부에 알려짐에 따라 2002년 초부터 과거 대우그룹의 사업체가 많았던 베트남으로 옮겨 생활해 왔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한나라당 K의원이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독일로 갔지만, 집을 비운 바람에 그를 직접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올은 김 전 회장을 만난 경로에 대해 “우연히”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실제 도올이 김 전 회장을 만나기까지는 수차례 접촉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 김 전 회장의 측근인사는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의 숨은 얘기를 공개했다.
도올이 김 전 회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에게 처음 전한 것은 2002년 초였다는 것이다. 도올은 김 전 회장의 변호사인 석진강 변호사 등에게 만날 의사를 서신을 통해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EBS 교육방송에서 불교강좌를 열고 있던 도올은, 때마침 달라이라마를 만나기 위해 동남아로 출국하는 길에 김 전 회장을 만나길 원한다는 뜻을 서신에 담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곧바로 김 전 회장에게 전달됐고, 김 전 회장은 이에 대해 “한 번 만나겠다”는 뜻을 내비쳐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김 전 회장의 측근은 전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측근들도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다만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전 회장이 도올에게 베트남에서 만나자고 전갈을 보냈고, 이에 맞춰 도올이 베트남으로 가 상봉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 입국한 경로는 일단 태국으로 먼저 입국한 뒤 베트남으로 다시 건너갔다는 얘기가 있다. 이 때문인지 항간에는 도올과 김 전 회장이 만난 장소가 태국이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도올과의 인터뷰가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김 전 회장이 언제쯤 귀국할 것인가하는데 쏠려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당분간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백기승 전 이사는 “김 전 회장은 아직도 귀국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어 조만간 귀국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귀국 여부 및 시기를 심사숙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김 전 회장의 귀국 여부가 국내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이 붕괴한 이유는 DJ정권에서 부상한 신흥 권력세력과의 마찰 때문”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어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의 상황변화가 귀국의 변수임을 시사했다.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귀국에 앞서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액션을 취할 것이며, 이런 절차에는 자신의 입장을 밝혀줄 언론과의 인터뷰나 자서전 공개 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