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곡지 연꽃 향기에 취하고 시흥갯골 염전 정취에 빠지고…월곶 포구선 회 한 사발 ‘뚝딱’
시흥은 늘 부흥하는 도시이다. 사진은 시흥시가지 전경. (사진제공=시흥시)
[일요신문] 태초로부터 창대하였다. 그리하여 이름도 시흥(始興)이다. 포구(월곶포구)와 벌판(호조벌)이 있어 물자가 풍부하였고, 그래서 사람이 모였다. 그리하여 시흥은 예로부터 풍요로웠고 부흥한 도시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에서 고구려로, 다시 신라로 지배세력이 바뀌며 늘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가치를 입증해 왔다. 고려시대에는 청자와 백자 등 도자기 요지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강희맹이 명나라의 전당홍 연꽃씨를 가져와 심은 관곡지가 있어 ‘연꽃의 고을’이라고도 불린다. 일제강점기에는 문인들의 활동이 활발한 시인들의 도시였으며, 근대 산업화의 과정에서는 시화공단이 있어 산업도시 시흥의 영광을 이어갔고 국가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깊은 역사성만큼 시흥에는 볼 것과 먹을 것이 많다.
#오이도 낙조
오이도는 시흥시의 서남쪽 해변에 위치한 섬 아닌 섬으로서, 각종 어패류가 많이 나는 관광지이자, 신석기시대를 비롯한 각 시기의 유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굴되어 국가사적 441호로 지정된 중요 유적지다. 조선시대에 ‘오질이도(吾叱耳島)’, ‘오질애도(吾叱哀島)’ 등으로 불린 이곳은 삼면이 바다여서 만조 때는 출렁이는 바다 내음을, 썰물 때는 살아 움직이는 바다 생물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저녁에는 아름다운 낙조를 만날 수 있는 시흥의 명소다.
오이도는 원래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었으나, 1932년 갯벌을 군자염전으로 이용하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갯벌을 메워 조성한 오이도 해양단지에는 ‘ㄱ’ 자 형태로 조성된 횟집거리와 조개 칼국수집들이 줄을 이어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사시사철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정동진’ 일출에 비견되는 오이도 낙조는 작열하던 태양이 하늘을 벌겋게 물들이며 바다 수면 위에 천만 이랑 금빛 비늘 꼬리를 늘이며 떨어져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한다. 갯벌에서는 조개 채취도 할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체험학습을 즐기는 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바다를 가로지른 시화방조제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이도는 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다.
오이도는 원래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었으나, 1932년 갯벌을 군자염전으로 이용하면서 육지와 연결되었다. 1960년대 윤무병 교수에 의해 안말패총이 학계에 알려지고 1980년대말 간척사업으로 시화지구가 개발되면서 섬 전체에 신석기시대 패총과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적이 확인되었다. 2002년 국가사적 제441호로 지정되고 이 일대를 보존정비하면서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에 주안점을 두어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하고 2018년 4월 10일 개장하였다.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에는 선사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조형물과 움집, 체험공간 등이 조성된 선사체험마을과 유적을 발굴해보는 발굴터, 사냥터, 움집에서 1박2일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야영마을 등이 조성되어 있다. 또한, 해양단지로 이주하기 전까지 안말마을의 주민들이 사용했던 당산나무와 우물이 위치한 물발원지 등이 오이도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옛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신석기시대 오이도 패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패총전시관, 오이도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산책하기 좋은 억새길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오이도 어시장에서는 먹음직스러운 횟감들과 조개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갯벌에 들어가 조개를 줍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봄, 여름에도 오이도 선착장 주변에는 정박한 배들과 구경 온 사람들로 늘 분주하다.
정동진 일출에 비견될 만큼 낙조가 아름다운 오이도에는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역사와 풍성한 먹을거리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사진은 ‘오이도 빨간등대’. (사진제공=시흥시)
#관곡지 연향(蓮香)
관곡지는 조선전기의 명신이며 농학자로 이름이 높은 강희맹(1424-1483)과 인연이 깊은 연못이다. 평소 농학 발전에 대해 깊은 연구와 관심을 기울였던 강희맹은 세조 9년(1463년)에 중추원 부사로 진헌부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오게 되었다. 중국에서 돌아올 때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연꽃 씨를 채취해 귀국한 후, 하중동 관곡에 있는 연못에 재배를 해본 결과 점차 널리 퍼질 수 있었다. 매년 7월경 관곡지는 연꽃이 만발하여 아름다운 정경을 볼 수 있다. 관곡지 주변에는 연꽃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어 관곡지와 함께 아름다운 연꽃의 향연을 제공한다. 연꽃의 개화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시흥시에서는 관곡지가 갖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기리기 위하여 관곡지 주변과 갯골생태공원, 물왕저수지 주변 18ha의 논에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재배단지 주위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여 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연꽃은 7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7월 말경에 절정을 이루며, 10월 초순까지 감상이 가능하다.
시흥시 생명농업기술센터 3층에 위치한 천문관은 300여 년 전 갯벌을 간척해 만든 호조벌을 바라볼 수 있다. 천문관 옆 연꽃테마파크에서는 낮에는 다양한 연꽃을 볼 수 있으며 밤에는 아름다운 별꽃을 볼 수 있다. 시흥시 천문관에서는 5m 원형 돔 스크린을 갖춘 디지털 천체투영실이 있으며 500mm 주망원경으로 달, 행성, 성단, 성운, 은하 등 다양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탁 트인 야외 옥상에서 다양한 보조 망원경들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소래염전 지역은 1934~1936년에 조성되었으며 갯골을 중심으로 145만 평 정도가 펼쳐져 있다. 당시 이곳 소래염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금은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로 부산항에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우리 민족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각종어류,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어 자연 생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시흥갯골은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시흥시에서는 이곳을 친환경적 개발로 국가적 명소화, 세계적 관광지화를 목표로 조성하였으며 매년 ‘시흥갯골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사진제공=시흥시)
#월곶포구
서해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담고 있는 월곶포구는, 만조 전후 어선이 수시로 드나들어 갓 잡아 온 신선한 자연산 횟감들을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해질 무렵 석양을 감상할 수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갯골을 사이에 두고 인천 소래포구와 마주하고 있는데, 경계부분에는 옛 추억이 살아있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로가 놓여 있어 소래와 월곶 사이를 철로 위로 걸어서 왕래할 수 있다. 수인선 월곶역을 이용하면 수도권에서도 가까이 포구를 여행할 수 있다. 바다였던 이곳이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은 시흥시가 면적 56만 4938㎡에 대한 매립사업 실시로 횟집과 어물전 230여 곳을 비롯하여 각종 위락시설이 조성되면서부터다.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자 태어난 호조벌은 시흥시 매화동 포함 10개동 약 456ha의 농토로, 조선 경종 1년(1721) 행정기관인 6조 중 하나였던 호조(소속 진휼청)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호조벌로 불린다. 호조벌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농토가 황폐해져 백성들이 고통을 받을 때 국가에서 바다를 막아 간척하여 농토로 만든 장소로, 선조들의 과학적 지혜와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생명 나눔을 실천했던 애민정신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적인 현장이다.
현재는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세계적으로 3000여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황새, 큰고니 등 수많은 생물자원들이 살아가고 있다. 또한, 식량을 제공하고 홍수조절 기능뿐만 아니라 지하수의 수원유지, 수질 정화, 자연에어컨인 냉각기능,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벼는 이산화탄소 흡수, 산소 방출하는 데 있어 다른 작물보다 탁월하다.
시흥관광안내지도. (사진제공=시흥시)
#시흥의 먹을거리
시흥에는 평야와 포구가 있는 만큼 먹을 것들도 많다. 연잎 향기 가득한 연정식, 연쌈밥, 연갈비찜 등 연식품이 일품이다. 오이도와 월곶포구에서는 조개구이, 해물칼국수 등 어패류를 즐길 수 있다. 그 외 햇토미, 포도, 미나리 등도 최고다. ‘햇토미’는 시흥의 매화들, 도창들, 미산들, 포동들 등 넓고 기름진 들에서 생산된 쌀이며, 시흥포도는 비가림시설, 퇴비, 토양미생물제로 재배하여 당도가 높고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는 포도다. 시흥포도는 서해안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빛을 많이 받고 자라 포도 특유의 향이 짙고 신선도와 저장성이 좋다. 시흥미나리는 구릉지논에서 깨끗한 저수지물을 이용하고 유기질 비료를 많이 사용하므로 독특한 향과 맛, 그리고 풍부한 무기 질,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풍요로웠던 도시 ‘시흥’에는 언제는 사람이 넘쳐났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삶을 사는 이들도 있었고,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발길이 붙들린 이들도 있었다. 바다와 평야의 풍요가 넉넉함을 넘치게 하는 곳, 그래서 볼 것도, 먹을 곳도 많은 시흥이다. 이곳 시흥에서 가족, 연인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봄이 어떨까?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