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유포 성범죄 영상에 경찰도 놀랄 정도…경찰-버닝썬 유착 급부상 속 김상교 씨 처벌 박차
경찰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버닝썬 수사에 대해 잡고 있는 ‘그림’이다. 이미 경찰은 압수수색 등으로 관련 자료 등을 모두 입수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18일 오전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한줌 의혹이 없도록 수사하겠다”며 “경찰관과 (버닝썬의) 유착 의혹, 마약,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철저히 사실 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을 중심으로, 광역수사대, 사이버수사대, 과학수사대 등 경찰의 핵심 수사 동력들을 모두 동원했다. 수사 착수 1주일이 넘어가면서, 경찰의 유착 의혹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폭행 시비, 마약,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화제가 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박정훈 기자
경찰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약’. 이미 구속된 버닝썬 직원도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17일 버닝썬 직원 A 씨를 필로폰 투약 및 대마초 상습 흡연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그보다 앞선 16일에는 버닝썬에서 일명 ‘애나’로 불리는 중국인 여성을 마약 유통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버닝썬에서 ‘애나’로 불렸던 중국인 파 아무개 씨는 고객들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있다. 파 씨는 마약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파 씨가 버닝썬 등 강남 클럽에 공공연히 마약을 유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파 씨는) MD라는 개념의 프리랜서”라며 “마약 유통 과정의 특성상 다른 클럽으로 갔을 것을 배제할 순 없다”고 귀띔했다. 특히 “몇몇의 제보 등 성과는 있다”며 “구속된 직원으로부터 성분 미상의 액체와 흰색 가루 등을 압수해 정밀분석을 의뢰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 성범죄 은폐 여부도 박차, 충격 동영상에 경찰도 ‘헉’
마약과 함께 논란이 된 성범죄 여부와 이에 대한 은폐 수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경찰에게 강한 수사 동력을 부여한 것은 SNS에 유포된 영상이었다. SNS 등에 유포된 버닝썬 추정 성범죄 영상은 2건. 버닝썬 화장실과 VIP룸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여성을 상대로 이뤄지는 유사성행위 영상이었다.
특히 이 중 한 영상의 경우 여성이 의식이 없는 모습이었다. 경찰도 충격을 받을 만큼, 강도가 높은 영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을 본 뒤 ‘꼭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놀랐다”며 “특히 룸에서 촬영된 영상은 여성이 의식이 없는 것으로 추정돼 마약 투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영상 촬영 자체가 불법일 가능성이 높아 등장하는 남성들은 물론, 촬영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월 20일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사이버수사대와 과학수사대를 포함한 수사관 11명을 투입해 버닝썬을 압수수색했다. CCTV 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었는데 버닝썬이 17일 마지막 영업을 마치고 폐업 절차에 들어가 철거를 시작하는 등 증거를 은닉하려고 하자 이뤄진 클럽 내 증거 확보 시도이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현장 압수수색에서 클럽 내 VIP룸을 포함한 내부 시설 전체를 살펴봤고, 특히 3차원(3D) 영상을 촬영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렇다면 승리 수사 및 처벌 가능성은?
“(승리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원경환 서울청장 간담회 때 경찰에 내놓은 승리 처벌 가능성이다.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지만, 경찰은 버닝썬 임원진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2월 18일에는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문호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버닝썬 임원진이 마약 유통 및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영업을 위해 묵인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빅뱅 멤버이자 전 버닝썬 이사 승리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은 버닝썬 입구. 박정훈 기자
한 변호사는 “승리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고 얘기했던 만큼, 범죄 사실을 알았는지가 처벌 여부의 관건”이라며 “본인(승리)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직원들이 일관되게 보고했다고 진술하면 처벌이 가능하다”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충분히 기소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핵심으로 급부상한 유착 의혹, 비상 걸린 경찰
그런 경찰이 가장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부분은 ‘유착 의혹’이다. 게다가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경찰들이 입건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과거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는 과정에 전직 경찰관 등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다. 클럽 관계자, 미성년자의 어머니 등을 상대로 당시 수사 과정과 사건 처리 경위 등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경찰은 클럽과 경찰 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직 경찰관 강 아무개 씨도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 유착 의혹의 경우 당초 ‘설마’ 하며 수사를 했지만 하다 보니 수상한 흐름들이 있어 수사팀에 비상이 걸린 것이 사실”이라며 “버닝썬과의 유착 규모에 따라 강남 일대 경찰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마약 등이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사건의 핵심이 바뀐 것 같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상교 씨에 대한 처벌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치부를 건드린 고발인’에 대해 흠집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서울강남경찰서는 경찰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김상교 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일 소환조사 이후 김 씨의 진술과 영상 등 증거분석을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김 씨가 추가 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있어 피해자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한 김 씨의 성추행 영상 등을 공개하며, 김 씨가 ‘피의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건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언론에 노출된 고발인의 얘기를 흠집내야 진술의 신빙성을 낮출 수 있다”며 “경찰이 김 씨의 추가 성추행을 먼저 밝혔다는 것은 김 씨가 제기한 경찰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심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하기 위한 과정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