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영 사례까지 끌려 나와…“10년 이상 자숙했으면 됐다” vs “죗값 별개로 성범죄자는 대중 앞에 서면 안돼”
가수 린이 자신의 남편인 이수를 두고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면서 다시 한 번 이수의 성매수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린 인스타그램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록발라드 밴드 M.C the MAX의 멤버 이수(본명 전광철․37)의 아내 린이 한 뉴스 기사에 게시한 댓글이다.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이수가 인스타그램에 린이 선물한 팔찌 사진을 올렸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에 한 네티즌이 “미성년자 성매수자가 뭐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는 댓글을 남기면서 린과 대중들의 ‘댓글 설전’이 시작됐다. 이수는 2009년 당시 만 16세의 미성년자에게 30~70만 원을 주고 3차례에 걸쳐 성매수한 혐의를 받았다.
이 논란을 접한 대중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성범죄자가 버젓이 활동하고 가족이 이를 보호하는 걸 대중들이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비판적인 입장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10년이나 낙인을 찍는 것은 너무하다”라는 온건한 입장도 있다.
반응이 극명하게 나눠지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수의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수 외에 성범죄에 연루됐된 연예인들도 하나 둘씩 재기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런 사람들도 나오는 판에 10년이나 고생한 이수는 왜 죄인이 돼야 하나”라는 것이 그를 옹호하는 대중들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사실 관계는 어떨까. 먼저 이수의 혐의와 관련해서 그가 정식 재판을 받지 않고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2010년 5월 서울중앙지검은 이수에게 재범방지교육(존스쿨)을 받는 조건으로 그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존스쿨’이 성매수자 초범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인 만큼, 당시 이수에게 동종전과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 검찰의 결정으로 해석됐다.
린이 이수의 성매수 사실을 비난한 네티즌에게 답댓글을 달았다. 사진=인사이트 인스타그램 캡처
문제가 연이어 지적되자 검찰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위반사건 처리 지침’을 만들어 미성년자 성매수자는 초범이더라도 존스쿨 처분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수가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를 받으면서도 기소유예를 받은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처분대로 교육을 모두 마쳤으므로 이수에게 더 이상 죄를 묻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더 나쁜 놈들도 활동하고 있는데 왜 이수에게만 죄를 묻나”라는 또 다른 의견은 어떨까.
유사한 사례로 정식 재판까지 이어졌던 배우 이경영(59)이 있다. 이경영은 2002년 당시 17세의 여고생 신분이었던 피해자에게 3~10만 원을 주고 3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경영도 이수와 마찬가지로 “미성년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첫 번째 성관계에서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점은 인정되나, 두 번째는 성관계 전 피해자가 ‘나이를 말했다’는 진술이 신빙성이 높아 유죄가 인정된다”며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이경영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졌고 2심에서 원심이 확정됐다. 더불어 피해자의 가족이 제기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경영을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이 피해자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이경영은 형사재판 판결이 나온 지 2년 9개월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고, ‘충무로 공무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처럼’ 일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관련 사실을 묻자, 이경영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탓에 일부 언론들은 이경영에 대해 “법적 공방 끝에 무죄를 받아냈다”고 보도하는 등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2002년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배우 이경영은 2심에서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사진=SBS 제공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방송가 한 관계자는 “결국 도의적인 문제”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경영의 경우는 2002년 판결 확정 후 지상파 방송사 3사의 출연금지 명단에 올랐다. 연예인의 활동을 막을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지만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가 대중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안방극장’에 나오는 걸 막자는 것이 출연금지 명단의 존재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케이블 방송, 영화, 유튜브, 인터넷 방송 등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지상파를 막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지 않았나. 결국 출연금지 명단은 방송사가 명목상의 책임을 가지고 지키는 도의적인 보루 같은 것”이라며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강제 규정이 아니다 보니 전적으로 대중들의 반응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누구는 몇 년 고생했으니 이제 대중 앞에 서도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기준이 없지 않나. 이 때문에 대중들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성범죄 혐의 또는 판결로 지상파 방송사 출연금지 명단에 오른 연예인은 총 9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경영은 지상파 3사 출연금지 명단에 올랐으나 2014년 MBC, 2019년 SBS가 각각 해제하면서 현재는 KBS만이 그의 출연을 규제 중이다.
이수는 성범죄로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 활동은 가능하지만 대중들의 비판을 이유로 2015년 MBC ‘나는가수다 3’의 출연이 불발된 바 있다. 이후 방송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