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부동산 계약 관계’ 해명 불구 지분 참여에 자금 대여까지…호텔 측 ‘묵묵부답’ 일관
그간 르메르디앙 호텔이 버닝썬의 마약 판매를 묵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호텔 측은 건물 임대만 내줬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호텔은 버닝썬에 임대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르메르디앙 호텔과 버닝썬은 단순한 부동산 계약관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말 기준 르메르디앙 호텔 운영법인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 42%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버닝썬 운영법인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자본금은 5000만 원인데 전원산업은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2100만 원을 출자했다.
뿐만 아니다. 전원산업은 2017년 버닝썬엔터테인먼트에 10억 원을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이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현재도 전원산업이 버닝썬 대주주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원산업이 지분을 매각했다 해도 버닝썬 설립에 전원산업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건 사실로 보인다.
전원산업이 버닝썬에 단순 투자자로만 참가하고 실제 운영은 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가 맡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성현 버닝썬 공동대표가 르메르디앙 호텔 운영법인 전원산업의 등기이사였던 점이 확인되면서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호텔 측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르메르디앙 호텔과 버닝썬의 관계가 확인되면서 최근 호텔이 버닝썬의 철거를 요청한 것도 뒷말을 낳을 수 있다. 특수관계자인 버닝썬에 피해가 가면 호텔에도 불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8일 르메르디앙 호텔이 버닝썬의 철거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어 철거 중단을 요청해 호텔이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폭행 시비, 마약,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있는 클럽 버닝썬. 사진=박정훈 기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원산업은 2016년 7억 6375만 원, 2017년 56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16년 말 52.37%에서 2017년 말 153.51%로 늘었다. 게다가 지난해 이전배 전원산업 회장이 ‘콩국수 면발이 굵다’는 이유로 조리사를 퇴사시키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를 해고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도 악화했다. 전원산업 입장에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전배 회장은 고 이연 동원(현 넥스트사이언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전원산업, 윈스톤, 로얄개발 등의 계열사를 통해 르메르디앙 호텔,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CC)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연산장학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일요신문’은 르메르디앙 호텔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버닝썬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르메르디앙 호텔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씨도 버닝썬과 깊은 관계가 있다. 승리는 지난달까지 버닝썬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그간 방송에서도 수차례 버닝썬을 홍보한 바 있다. 버닝썬 SNS에서도 과거 ‘승리 대표님’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승리의 버닝썬엔터테인먼트 지분 소유량은 확인되지 않지만 깊은 관계가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이에 승리는 지난 2일 본인의 SNS를 통해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다”며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처음부터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해명했다.
한편 강남경찰서는 버닝썬 폭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피해자 김 아무개 씨를 폭행해 버닝썬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전행정부는 버닝썬과 강남경찰서의 유착 의혹에 대해 즉각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남경찰서는 입장자료를 통해 “추가 피해방지 등 초동 조치가 우선이고, 당시 김 씨는 경찰에 사안을 정확히 진술하기보다 주위에 폭언과 고성을 지르는 등 위력으로 업무방해를 해 부득이하게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서만 처리할 수 없고 다수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진술, 증거들을 토대로 누구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차분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