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어떻게 지으라고” VS “환경파괴 막아야”…유독 공주 주민 반발 심해 지역구 의원 배후설도
4대강 공주보 전경.
평일 낮 찾은 공주보 주변에는 지역주민들이 내건 보 해체 반대 현수막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공주보 해체 결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주변 주민들 반응은 의외로 ‘잘 모르겠다’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공주보 해체 반대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이장은 “일반 주민들이야 공주보로 피해보는 것도 없고 이익 보는 것도 없으니 별 생각이 없을 거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100이면 100 다 (보 해체)반대”라며 “환경단체 빼고 지역 주민 중 보 해체 찬성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정부가 실시한 ‘보에 대한 인식과 선호 설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영산강 수계 농림어업 종사자는 50.8%가 ‘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5.9%였다.
공주보 인근 주민들은 이번에 발표된 보 해체 대상 지역 중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기자가 찾은 당일 오전에도 보 해체 반대시위를 하고 복귀하는 길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보 해체를 강행하면 실력 저지라도 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공주보 설치 이후 홍수, 가뭄 피해가 없어졌다. 공주보를 없애면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물을 못 끌어온다. 대책으로 대형 지하수 관정을 파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주변 소형 관정들이 다 죽는다. 농민들 농사 다 접으라는 거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역주민들이 공주보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은 “보 해체 명분으로 수질 개선을 꼽는다. 보 건설 이후 수질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물이 있어야 수질 개선도 가능한 거 아닌가. 보 해체하면 금방 물이 말라 버릴 거다. 가뭄 때는 수문을 닫고 평소에는 수문을 열어놓으면 그만이지 아예 해체까지 할 이유가 뭐냐”면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니까 이번엔 ‘경제성’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더라. 환경부는 공주보를 철거하면 연간 2억 원 정도 이익이 있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겨우 2억 때문에 철거를 한다는 거냐”고 했다.
반면 공주보 철거를 요구해온 환경단체 관계자는 “보 건설 이후 더러운 물에만 사는 생물들이 창궐하는 등 온갖 문제들이 발생했다. 보를 해체해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고 했다.
보 아래로 내려가 보니 부유물이 잔뜩 떠있고 악취가 풍겼다. 보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해가 됐다.
부유물이 떠다니는 공주보 인근 강물.
관계자는 주민들이 비과학적인 지식으로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공주보가 있는 금강은 물이 모자란 지역이 아니다. 공주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도 가뭄 피해가 별로 없었다. 또 공주보는 홍수예방 기능이 있는 시설이 아니다. 보 유무는 홍수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보가 해체돼도 주변 농사에 피해가 없는데 누군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에 보 해체 대상 지역 중 유독 공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공주 지역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다.
정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정 의원은 현재 한국당 4대강 보 해체 대책특별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주민들은 배후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 주민은 “오히려 우리가 보 해체를 막아달라고 지역 정치인들에게 부탁했다. 공주시장과 충남도지사가 다 민주당 소속이다. ‘시민 있고 정당 있지, 정당 있고 시민 있느냐’고 보 해체를 막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 해체로 농사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관계자가) 여기 살아봤나.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말을 한다. (농사에 지장이 없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데 정권 바뀔 때마다 조사결과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 않았느냐.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공주보 주변에는 수막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가가 많아 보가 해체될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막 농법은 비닐하우스 위로 지하수를 뿌려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지하수는 계절과 상관없이 온도가 일정하다.
주민들은 “정부에선 보를 해체하고 양수장 물을 끌어다 쓰라고 하는데 계절에 따라 온도가 바뀌는 양수장 물을 어떻게 쓰나. 양수장 물을 쓰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유독 공주 주민들 반발이 심한 것에 대해서는 “세종보도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 세종보 주변은 다 (세종시 출범으로 유입된) 외지인들이라 이렇게 항의할 주민이 없다. 일례로 세종보 근처에 발전소가 있는데 보가 철거되면 훨씬 먼 곳에서 발전용수를 끌어다 써야 한다. 당장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텐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질악화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할 말이 많다고 했다. 한 주민은 “수질악화는 하수 유입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보가 원인이라면 전국에 있는 보와 댐을 다 해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보 해체할 돈으로 그런 하수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보 해체 결정도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무슨 협의체를 만들어 회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회의장에 주민들이 몰려가서 ‘지역주민 의견은 배제하고 무슨 회의냐’고 따졌다. 그제야 주민이 참여한 협의체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협의체를 만들고는 회의를 안 하더라. 회의 한번 안하고 갑자기 보 해체 발표를 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공주보 해체 여부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오는 6월 출범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