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한반도 문젠 손바닥 공깃돌 중 하나…애초 제재완화 생각 없어, 한국정부 적극 대응해야”
[일요신문] 전 통일부 장관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다.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의 시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만 본 정부의 외교 무능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정 대표는 이번 협상결렬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이 되었다. 이유라 무엇이라고 보나.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전 통일부 장관).연합뉴스.
“깨진 이유는 바로 ‘제재완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완화가 핵심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을 열차로 66시간을 종단하면서 제재완화를 해야겠다고 작심했을 것이다. 되돌아갈 길이 없다고 선언하며 이미 비핵화의 전략적인 결단을 했다고 본다. 특히 경제 집중노선을 선언하고 경제적 돌파구를 만들려 했던 만큼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북한은 석탄, 석유, 의류 수출입, 금융거래, 경제발전 합작투자 등 모든 길이 다 막힌 상태다. 이거 풀어 달라고 작정하고 길을 나설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애초에 제재완화에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계속해서 제재 유지를 강조했는데 언급한 제재는 북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을 억지하는 장치다. UN안보리 결의란 틀로 중국과 러시아를 제약하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는 없다고 못을 박았던 것이다. 트럼프는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보고를 베트남을 향하는 비행기 트랩에 오르기 전 받았다. 비건은 정상회담 전 일정으로 하노이에 21일부터 닷새 동안 날마다 북한 실무진과 협상을 벌였다. 비건은 북한이 제재완화에 대해 거칠게(터프하게) 밀어붙이며 요구하고 있다고 트럼프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면서 협상 관련 한 차례 걷어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쟁점이 비핵화에서 제재완화로 중심이동이 됐다. 모든 언론이 영변 핵시설 플러스알파를 얘기하지만 본질은 제재완화가 결렬의 핵심인 것이다. 제재완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상대를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핵을 포기하게 하는 수단이다. 근데 현재는 수단이 아니라 제재 자체가 목적이 됐다.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한국정부의 상황관리과 중재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북은 되돌아 갈 수 없다. 한국과 중국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에서는 트럼프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공을 미국에게 넘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한반도 문제는 그의 여러 가지 선택지에 불과하다. 손바닥에 있는 공깃돌 가운데 하나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개 카드 중 하나인 만큼 우리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남북 관계를 어떻게 하든지 잘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을 되돌아갈 수 없게 하는 것이며, 미국에게서 어떻게든지 제재 완화 카드가 나오도록 고민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번 회담 결렬에서 눈여겨봐야 할 다른 대목이 있다면.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이 있다. 회담 결렬 배후에 일본 아베 총리가 있다. 일본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8개월간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방해공작으로부터 치열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정부가 안일했다. 일본 초계기 저공비행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은 평소에도 우리나라 60배가량의 재원을 워싱턴(미국 정가)에 쏟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완화 카드를 쉽게 들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기류를 주도한 것이 바로 미국 내 일본통들이다. 실제로 국회에서 지난번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하원 외교위원회에 무려 14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일본 관련 얘기를 쏟아냈다. 앨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한 서너 명의 의원들이 한일 갈등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부 때 합의한 것을 왜 깨뜨리냐고 힐난하기도 했다. 북핵 협상과 북미 정상회담 관련 자리였는데도 말이다. 그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협상 결렬을 보니 일본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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