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주민 희생·수도권 휴양지 상실 논란도…“평화무드 구축 시기 조급히 진행할 필요 없어” 지적
저어새. 사진=화성시·화성환경운동연합
[일요신문] 수원 전투 비행장이 화성 화옹지구로 이전한다면 심각한 해양 생태계 파괴 등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7년 2월 16일 국방부가 수원 전투 비행장의 단독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 인근에는 서해와 맞닿은 매향리가 있다. 매향리는 지난 55년간 미 공군 폭격장으로 희생돼 온 지역이다. 지금도 매향리에는 미군의 군사훈련 흔적이 남아있다. 녹슨 탄피와 각종 군사 장비들의 잔해, 그것들로 만든 조형물들이 지난 세월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화성시와 화성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수원 군 공항 이전이 매향리 주민들에게 같은 상처를 반복게 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역사적 가치를 훼손한다고 보고 있다. 오래전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세기가 넘는 기간을 인내하며 살았던 주민들은 다시 국가로 인한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매향리 주민들의 피해와 더불어 군 공항 이전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로 인한 국가적인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매향리를 비롯한 서해안 갯벌은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 멸종위기동물 2급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 등 수천 마리의 희귀종이 서식하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화성시에 따르면 화성 습지와 매향리 갯벌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10일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된 상태며 환경 보호를 위해 주민, 전문가, NGO 등과 함께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 중이다.
람사르 습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습지를 대상으로 람사르협회가 지정, 등록해 보호하는 습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브라질의 판타날 습지나 우리나라의 창녕 우포늪, 한강 밤섬 등이 유명하다.
화성시는 군 공항 이전으로 이 같은 서해안 천연 생태계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철새 도래지 등을 찾는 관광객과 연구자들은 한번 파괴된 자연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생성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수십 년에 걸쳐 복원해도 철새가 다시 돌아올지는 확실치 않다고 경계한다. 화성시 역시 자연을 파괴하는 것보다 지켜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알락꼬리마도요.
매향리 갯벌 일대 철새 군무.
한발 더 나가 국제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국제적 평화 무드가 구축되는 상황에서 군사시설인 전투 비행장의 이전을 조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을 치를 때마다 1억 달러가 들어갔다면서 군사훈련 중지를 선언했다. 당장 올해부터 대규모 연합 훈련인 키리졸브(KR⋅Key Resolve) 연습과 독수리훈련(FE⋅Foal Eagle)도 하지 않기로 결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시설 이전은 명분도 실리도 부족하다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휴양공간을 상실하게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화성시 환경단체들은 “화옹지구는 수도권의 유일한 자연습지이자 천연기념물 철새서식지다. 전투비행장 이전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환경오염은 물론 수도권 2500만 시민의 휴양공간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며 “밀어붙이기식 이기주의로 인해 수도권 시민뿐 아닌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파괴, 주민 희생 강요, 수도권 휴양지 상실, 평화 국면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수원시와 국방부, 화성시 만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시민과 전 국가적 과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