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두 아들 구속’ 이명재·‘정치 중립성 유지’ 김종빈 2·3위
“대한민국 최고 검찰총장은 누구일까” 대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지금의 검찰총장 체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12월 제정된 검찰청법에 의해 임기 2년제(중임 불가)로 22대 김기춘 검찰총장부터다. 이때부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았지만 ‘검찰공화국’이란 신조어를 만들 만큼 막강한 위력을 가지게 됐다.
# 실세 성역 없었던 수사 지휘, 송광수·이명재 총장이 단연 으뜸
송광수 제33대 검찰총장이 전현직 검사 50명이 뽑은 최고의 검찰총장으로 선정됐다.
법무법인 A 대표 변호사는 “송 전 총장은 중수부장 안대희 등 대선문제 검찰 수사팀을 통해 안희정, 이광재 등 정권실세까지 성역 없이 수사해 검찰 안팎에서 인기를 얻었다. 탄핵 반대 촛불집회 주동자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등으로 정권과 각을 세웠지만 임기 끝까지 정권의 외압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지키는 데 강직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현직 검사 B 씨는 “법치주의 기반을 강조했고 무엇보다 외압에서 조직을 지켜내는 데 탁월했다”며 송 전 총장을 평가했다.
송 전 총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뭐 한 일이 있나. 소감은 무슨. 지금은 사양하겠다”며 취재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이명재 제31대 검찰총장.
이 전 총장은 짧은 기간에도 당시 최고 권력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두 아들 홍업·홍걸 씨를 모두 구속하고, ‘수사기밀누설’ 사건으로 신 전 총장 등 전·현직 검찰고위간부도 기소했다. 당시 사표를 냈지만 김 대통령이 반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장은 이후 병풍사건과 서울지검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결국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법무법인 C의 변호사 D 씨는 “이 전 총장은 외유내강 형으로 불리며 유연한 검찰 조직 관리로 평이 좋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 E 씨는 “서울고검장으로 재직 중에 이 전 총장의 아들 결혼식을 검찰 주변은 물론 비서실 직원들까지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그런 이 전 총장은 청와대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검찰 조직 강화에 일조했다”고 말했다.
3위는 9표(18%)를 얻은 34대 김종빈이, 4위에는 35대 정상명(7표·14%)이 뽑혔다. 응답 없음도 4표(8%), 이외에 채동욱(39대), 김진태(40대), 김수남(41대)이 각 1표씩을 얻었다.
김종빈 제34대 검찰총장.
# 전현직 검사들이 내비친 검찰개혁 속내는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고의 검찰총장에 이름을 올린 7명 가운데 3명이 중도 사퇴한 점이다. 1~4위 가운데 절반이 정권에 맞서 옷을 벗었으며, 1~3위는 모두 정권실세들과 맞섰다.
1, 3, 4위가 모두 노무현 정부 때의 검찰총장들이었다는 점도 이채롭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수사 독립성과 동시에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검찰개혁 의지가 다소 부족했던 당시 검찰로선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의 모습을 보이는 데 열중한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과 검찰의 수사독립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2003년 3월 9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노대통령과 전국검사들과의 대화 모습. 연합뉴스
또한 당시 강금실 장관(13기)과 송광수 총장(3기), 천정배 장관(8기)과 김종빈 총장(5기) 등 법무부 장관을 검찰총장보다 낮은 기수를 임명해 청와대가 검찰과의 갈등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수제로 상명하복이 중요한 검찰조직에선 기수역전이 되면 자진 사퇴하는 것을 관례로 여기기 때문이다.
송 전 총장 재임 시절 문재인 대통령(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선자금 수사 등에 대한 검찰의 방향성을 언급하며 깊은 불만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 원인 가운데 송 전 총장을 참여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만큼 당시 청와대와 검찰과의 갈등은 다소 심각했다.
이 밖에 검찰총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정치권 눈치 보지 않기)이 20표를, 검찰 수사 독립성이 15표를 받았고, 그 뒤를 검찰조직 소통(5표), 리더십(5표)과 공정성(3표), 도덕성(2표)이 뒤따랐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서환한 객원기자
“저보고 대선배님들을 평가하라고요?” 설문조사 뒷얘기 특집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2월 초순경 주변의 전현직 검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흥미롭긴 하지만 설문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요신문은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를 조사하는 만큼 현직검사와 검사출신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자는 모두 100여 명이었고 이 가운데 50명이 응답지를 보내왔다. 전 검사 출신 변호사는 70여 명 중 42명, 현직 검사는 30여 명 가운데 8명이 소중한 의견을 주었다. 검찰개혁이 화두인 데다 기수제로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검찰 특성상 검찰 대선배와 조직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응답률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