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남기고 공동구매하고 정치인들도 힘 보태…“판매 속도 매우 빠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지지자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 지사의 변호사 수임료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비치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 최준필 기자
김 지사의 저서 ‘사람이 있었네’는 2014년에 출간됐다가 이후 절판됐다. 최근 김 지사가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책 판매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 지사가 변호사 수임료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에서다.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는 선고 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기존 변호인단에 태평양 소속 변호사 4명을 추가해 항소심에 총 7명의 변호인이 참여하게 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4대 대형 로펌 중 하나다. 지지자들은 김 지사가 떠안게 될 고액 수임료를 걱정했고, 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책 사기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돈 많은 정치인에게는 소송비가 가볍겠지만, 김 지사는 안타깝게도 경남에서 가장 가난한 정치인이었다. (책을) 많이 사달라”고 호소했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현직 광역단체장인 김 지사는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책 사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서점에 판매되기 시작된 것은 지난달 28일부터다. 그리고 3월 11일 개정판 6쇄가 발행됐다.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예스이십사(yes24)’의 ‘정치/외교’ 분야에서 1위, ‘교보문고’에선 2위다.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이들은 ‘인증샷’을 남겼다. 지지자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1주일씩 기다리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여러 권을 구매하며 “지인들에게 한 권씩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2014년에 발간된 초판과 이번 개정판을 나란히 두고 비교하는 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공구(공동구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사모’처럼 뚜렷한 집합체가 없는 김 지사 지지자들의 특성상, 공구는 여러 곳에서 일어났다. 회원 수 3000명의 ‘노란우체통’은 두 차례에 걸쳐 공구를 진행했다. 노란우체통 운영진은 “출판사에 따르면 기존 판매처(온‧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구매보다 50권 이상 공동구매 형식으로 구매하는 것이 지사님께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란우체통 운영진은 두 차례에 걸쳐 공구를 진행했다. 책 1권에 대한 단가 1만 6000원과 택배비 3000원이 그 가격이었다. 운영진은 “현재까지 노란우체통, 젠틀재인,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100여 분께서 300권가량의 주문을 해 주셨다”며 “현재 1쇄 5000부는 모두 완판되어 2쇄 인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회원은 “책 공구 때문에 (노란우체통에) 가입했는데 공구 끝났냐. 너무 늦었냐”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회원 수 700명인 ‘문파 오소리 카페 2019’도 책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나섰다. 운영진들이 사비를 모아 ‘사람이 있었네’를 구매하고 인증하는 이들에게 선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선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지사 사진이 인쇄된 머그컵이다. 운영진 공지에 따르면 머그컵은 1차 이벤트 50명에게는 선착순으로, 2차 이벤트부터는 열 명 단위로 추첨해 제공된다.
정치인들도 힘을 보탰다. 유재호 성남시의원은 “세 번의 시도 끝에 겨우 구입했다. 책은 서점에서!”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사진 속에서 유 의원은 서점으로 보이는 곳에서 김 지사의 책 ‘사람이 있었네’를 손에 얹어 보여주고 있다. 유 의원은 이와 함께 ‘#김경수는무죄다’ ‘#공수처설치’라는 메시지도 달았다.
정봉주 전 의원도 책 사기 운동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경수 지사 구하기 대작전’이라는 영상을 통해 “김 지사가 능력 있는 변호인단을 꾸리려면 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가 1만 6000원보다 4000원 비싼 2만 원에 구매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발송 비용(택배)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원금을 받겠다며)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와 휴대번호를 남겼다. 여기에 논란이 일었다. 정가와 발송비를 제외한 비용이 김 지사에게 전달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었네’의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김 지사의 구속)으로 개정판을 준비한 것은 아니고, 2014년에 출간된 책이다 보니 독자들로부터 한 달에 한두 건씩 재출간에 대한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며 “(이 책뿐만 아니라) 그런 경우는 많다. 개정판이 나오거나 재계약 등의 문제로 재출판을 하는 일은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판) 제작은 2만 부를 했는데, (판매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다. 다른 책보다 반응이 빠르다. 공동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출판사로 직접 전화해 100부에서 200부씩 구매하기는 하는데, 이들이 개인 이름으로 구매하는 것인지 어느 단체에서 구매하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며 “저희가 홍보를 하는 건 없다. 광고를 하진 않는데, 독자들이 알음알음 호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