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멤버 백원우 양정철 가세로 힘 실려…차기 원대대표로 ‘운동권’ 이인영 지원사격 눈길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엉이 모임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3월 12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박은숙 기자
부엉이 모임은 지난 2012년 대선 캠프 싱크탱크였던 ‘담쟁이 포럼’에서 비롯됐다. 포럼은 대선 패배 후 ‘밤새 문 대통령을 지키자’는 의미의 부엉이 모임으로 분화했다.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과 그해 치러진 4·13 총선, 2017년 대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친문 직계 모임으로 탈바꿈했다. 현역 초·재선 의원 30여 명, 그리고 전직 의원 10여 명이 모임 멤버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각을 나타냈던 부엉이 모임은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날개가 꺾였다. 특정인 밀어주기에 이어 진문 감별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당시 부엉이 모임은 김진표 의원을 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이해찬 대표 측이 상당히 불쾌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이들은 “그저 밥 먹는 모임이었을 뿐”이라며 자진 해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대가 끝난 후에도 이들은 정책 회동을 갖는 등 여러 형태로 모임을 유지했다고 한다. 모임 소속의 한 친문 의원은 “정권을 잡고 나니 우리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더라. 지난해 전당대회 때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해산을 선언하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몇 번 모였다. 원래 다들 친한 사이기도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원조 멤버 ‘3철’ 양정철 전 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당으로 돌아오면서 모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평가다.
부엉이 모임 위상은 이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정보를 확인해보면 쉽게 확인된다. 온갖 정보가 돌아다니는 여의도 정치판에서 부엉이 모임 멤버들로부터 전해 듣는 내용은 대부분 ‘팩트’에 가깝다. 더군다나 빠르기까지 하다. 언론 입장에선 가장 선호하는 취재원인 셈이다. 국회를 20년 넘게 출입한 기자는 “(모임 멤버들이) 대부분 여권 주류 실세 아니냐. 정보는 힘 있는 사람에게 쏠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얼마 전 단행된 개각에서도 부엉이 모임은 돋보였다. 개각 발표를 앞두고 대부분 언론과 정치권 인사들은 우상호 의원 입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 의원은 빠지고 대신 비주류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이 행안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깜짝 인사’라는 표현이 나왔지만 여권 내부에선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다. 주로 부엉이 모임에 속해 있는 의원들이 ‘소스’였다. 앞서의 친문 의원 역시 “우 의원이 행안부 장관 후보자로 검토됐던 것은 맞지만 진작 빠졌다. 그 자리에 진영 의원을 비롯한 2~3명 후보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심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부엉이 모임 소속 의원들을 접촉하려는 취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여기엔 기업도 빠지지 않는다. 경제 입법과 정부 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기 위해서다. 특히 가장 민감한 부분인 사정기관 움직임을 파악하려 애쓰는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띈다. 대기업 국회 대관 담당자는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의 내부 동향을 알아내 미리 대응 전략을 짜는 게 우리의 임무”라면서 “여권 주류 의원을 공략하는 게 좀 힘은 들어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본격적인 기업 수사에 나설 채비를 갖추자 기업 대관 담당자들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부엉이 모임 소속의 또 다른 친문 의원실 보좌관은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를 소개받으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보좌관은 “기업 측과 만나지 않는다는 게 내 철칙”이라면서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일선 주요 지검들이 어느 기업을 겨누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검찰 쪽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그가 언급한 기업들은 현재 수사 또는 내사 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가에선 부엉이 모임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천을 둘러싼 이해찬 대표 측과의 힘겨루기 대비 차원이다. 그동안 부엉이 모임 멤버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친문계를 상대로 공천 학살을 단행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최근 이 대표가 친문 핵심 양정철 백원우 전 비서관을 당으로 불러들인 것 역시 이러한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양정철 백원우에게 각각 민주연구원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제안, 총선의 선봉으로 세웠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5월 원내대표 경선은 내부 파워게임의 양상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전초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는 다음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맡는다. 이 대표나 친문계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현재 이 대표 측은 김태년 의원을, 친문 위주의 부엉이 모임은 이인영 의원을 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김 의원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지만, 부엉이 모임이 가세하면서 판세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부엉이 모임이 이 의원 지지를 결정했다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대표주자다. 지금까지 친문 진영과 운동권 세력 관계는 껄끄러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정부 들어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운동권 인사들이 신친문으로 급부상하자 기존 친문에선 비토 기류가 역력했다. 양측 간엔 갈등설도 끊이지 않았다. 부엉이 모임의 이 의원 지지에 의외의 반응을 보였던 이들이 많았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민주당 한 비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부엉이 모임이 도마에 올랐던 것은 지나친 폐쇄성과 패권주의 때문이었다. 친문이라도 다 같은 친문이 아니란 얘기가 나왔다. 진골 성골 6두품으로 나뉜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들이 친박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연 확장 차원에서 운동권들을 받아들여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을 희석하고자 하는 것 아니겠느냐. 현실적으로 봤을 땐 초재선 위주의 친문 진영에서 원내대표로 나설 만한 의원이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