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다” 특별상에 베트남 인권운동가 2명 선정
소설가 현기영.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는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소설가 현기영을 선정했다.
특별상에는 베트남 인권운동가 응우옌 티탄(하미마을, 62),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59) 동명이인이 공동수상자로 지난 9일 선정하고 수상 승낙을 받아 최종 수상자로 확정했다.
현기영은 4‧3에 대해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절,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작품 ‘순이삼촌’을 발표하면서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에게 4.3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軍)정보기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소설‘ 순이삼촌’도 14년간 봐서도 읽어서도 안되는 ‘금서’가 됐다.
그는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창작해 한국문학계의 거목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또 하나의 4.3소재의 장편소설인 자전적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를 내놓았지만, 이번에도 국방부의 불온도서로 선정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현기영은 권위주의시대 인간의 억압과 통제를 극복하고, 자유와 자율 그리고 평화의 시대를 선도하는 평화운동가로도 활약했다. 특히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섰는데,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은 그의 삶의 궤적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현 작가에 대해 “국가 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치유·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4.3평화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응우옌 티탄(하미마을)과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은 1968년 베트남 민간인학살 당시 각각 11살과 8살의 몸으로 학살의 현장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들은 온 몸에 총상을 입고 살아남은 여성 후유장애 생존자들이다.
왼쪽부터 응우옌 티탄(하미마을)과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제주4.3평화재단 제공]
같은 이름의 두 응우옌 티탄은 2018년 4월22일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해 하미마을과 퐁니-퐁넛학살을 증언했고, 최초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두 응우옌 티탄에 대해 “학살피해자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한국 사람들 앞에 증언자로 나섰던 이들은 승소 이후 단순한 피해자에서 벗어나 평화인권 운동가로 나서 국제사회에 큰 영감과 울림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시상은 다음달 1일 진행될 예정이다. 시상식에 앞서 수상자들의 합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4·3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불(한화 5천6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불(한화 1천100만원)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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