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최초의 초고층 아파트로 등장했던 대림 아크로빌은 IMF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999년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뛰어난 전망과 화려한 시설, 고급 내장재 등으로 한 채당 10억원대에 가까운 고액 아파트로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60층이 넘는 초호화 고층 아파트인 삼성 타워팰리스가 새로 등장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등 옛 영광이 바래고 있다.
삼성 타워팰리스는 인허가 과정의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명성에 치명타를 입고는 있지만, 부동산시장에서의 인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강남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초 타워팰리스가 1차 입주를 시작한 이후 기존 아크로빌의 매매가와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거래 또한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타워팰리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업소를 찾는 고객들의 90%가 타워팰리스에 대해 문의하고 있으며, 아크로빌에 대한 문의는 사실상 뚝 끊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에 의하면 편의시설이나 전망, 내장재 등 모든 면에서 타워팰리스와 아크로빌은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새 아파트의 이점 때문에 타워팰리스를 주로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기존 아크로빌에 살고 있던 입주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타워팰리스로 옮겨갈 정도로 타워팰리스 편식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이같은 인기도 때문인지 두 아파트의 경우 같은 평형대의 가격이 매매가는 2억~3억원, 전세가는 5천만~1억원 정도 차이가 나고 있다.
현재 아크로빌의 경우 58평형의 매매가는 8억~8억5천만원선인데 비해 타워팰리스 57평형은 이보다 최대 3억원이 더 비싼 10억~11억원선에 달한다. 평당 1천7백만~1천8백만원에 이르는 것이다. 전세가 역시 아크로빌 58평형은 5억원선이지만 타워팰리스는 5억8천만원선으로 8천만원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지역 중개업자들은 브랜드파워와 전망, 새 아파트의 프리미엄 등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삼성 타워팰리스와 대림산업 아크로빌 모두 현재 초고층, 초호화 아파트를 대표하는 브랜드. 그러나 강남 도곡동에서만큼은 아크로빌이 타워팰리스의 인기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타워팰리스의 경우 층간 높이가 아크로빌에 비해 높은 데다, 총 7개동이 들어서는 타워팰리스가 아크로빌의 전망을 막아서는 상황도 가격차이를 나타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아크로빌 동남향 동은 타워팰리스에 막혀 전망이 나빠졌으며, 이미 입주한 지 3년이 넘은 탓에 신선한 맛이 떨어진 점 또한 아크로빌의 약점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타워팰리스의 2, 3차 단지가 줄지어 입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크로빌로서는 인기뿐 아니라 가치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도곡동 일대 초고층아파트 시장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우성캐릭터199가 처음 선보이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나, 대림 아크로빌의 등장으로 빛이 바랬고, 이젠 삼성 타워팰리스가 등장하면서 아크로빌이 퇴색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