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원으로 변장한 검찰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대마초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화감독 신 아무개 씨(38)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2018년 7월 21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당시 검찰이 보여준 기지 때문이다. 신 씨는 2017년 10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외국 체류자와 함께 대마 9.99g을 스페인발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몰래 반입하려 했다. 신 씨는 우편물 배송지에 자신의 소속사 주소를 적고 받는 사람란엔 별명을 썼다. 이 우편물은 2017년 11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우편물을 확보한 뒤 택배 직원으로 가장해 “받는 사람란에 별명이 누구인지” 수사를 벌인 다음 신 씨를 붙잡았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신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신 씨 작업실에서 일반적으로 대마 흡연에 사용되는 도구가 발견된 점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면 신 씨의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마약류인 대마를 밀수입하는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사회적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신 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 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신 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수입된 대마의 양이 비교적 소량인 점, 전량 압수돼 실제로 유통되거나 대마 흡입에 사용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