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시험 세팅하고 체육특기생 조작하고…운동부 코치한테 무려 73억 꽂아준 적도
초대형 부정입학 스캔들이 터져 미 교육계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 미국판 ‘스카이캐슬’이라고 불리는 이번 스캔들은 몇몇 학부모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입시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킨 사건을 말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해 변호사, 의사, 기업 고위임원 등 사회 지도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이 사용한 부정입학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대리시험을 보게 하거나 시험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방법이 하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녀들을 체육 특기생으로 위장해서 입학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미국이야말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평평한 운동장’이라고 여겨져왔던 만큼 이번 부정입학 스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참에 미국의 기여입학제도까지 싹 손보자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부도 모자라 학력마저 특정 계층 사이에서 대물림되는 미국 사회의 병든 민낯이 공개된 만큼 기존의 교육제도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입시 브로커 윌리엄 릭 싱어가 지금까지 부정 입학을 도왔던 가정은 무려 751가정이었다.
이번 사건의 전말은 지난 2018년 4월, 입시 비리를 처음 눈치챈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검찰청과 FBI 수사관들의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한 금융기업 임원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급기야 미 6개 주에서 학부모 33명을 포함해 대학 관계자, 입시 브로커, 운동부 코치 등 50명이 무더기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2011~2018년 사이에 벌어진 부정 입학 사건으로 오간 뇌물 액수는 2500만 달러(약 2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부모들은 예일대, 스탠퍼드대, 조지타운대, UCLA, 서던캘리포니아대, 텍사스대 등 명문대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입시 브로커에게 20만~650만 달러(약 2억~73억 원)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진 것은 물론이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스캔들은 우리 사회 특권층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말하면서 “부패와 탐욕으로 얼룩진 사회 풍토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성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앤드류 렐링 매사추세츠주 연방검사는 “이 사건의 진짜 피해자는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다. 자격 미달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손쉽게 명문대 입학 허가서를 돈으로 산 것”이라고 비난했다.
상류층 자녀들의 부정 입학을 도운 핵심 인물은 윌리엄 릭 싱어(58)라는 입시 브로커였다. 현재 체포된 후 사기공모, 공무집행 방해, 돈세탁, 탈세 등 네 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한 싱어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입시 컨설팅을 해온 인물이었다. 조사 결과 싱어가 지금까지 부정 입학을 도왔던 가정은 무려 751가정이었다.
2007년부터 입시 전문가로 활동했던 싱어는 2014년에는 입시 전략 및 시험 성적 올리는 법 등을 소개한 책 ‘입학하기:선택한 학교에 입학 허가서 받기’를 출간하기도 했었다. FBI 조사에 따르면, 싱어가 불법 행위를 저지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무렵부터였다. 비영리재단인 ‘더 키 월드와이드’를 설립했던 그는 당시 재단을 설립한 취지에 대해 “전세계 소외된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실제로는 재단을 통해 돈세탁을 하고 비자금을 조성해왔던 것이다. 요컨대 학부모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학교 관계자나 시험 감독관, 혹은 운동부 코치 등에게 뇌물로 제공하는 식으로 비리를 저질렀던 것이다.
싱어가 이용했던 부정입학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서 답안지를 바꿔치기 하거나 아예 대리시험을 치도록 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를 위해 학부모들은 싱어에게 1만 5000~7만 5000달러(약 1700만~8500만 원)의 뒷돈을 지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은 이랬다. 먼저 싱어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주의력결핍증(ADD)과 같은 ‘학습 장애’가 있다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오도록 했다. 학습 장애가 있는 경우, SAT(미 대입시험)나 ACT(입학지원시험)를 볼 때 특정 고사장에서 혼자 시험을 보거나, 시험 시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제도를 악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학부모들은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의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이렇게 발급 받은 허위 진단서를 교육 당국에 제출했다. ACT 미디어 홍보 담당 선임이사인 에드 콜비는 “이렇게 의사에게서 진단서를 받아오면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준비가 완료되면 싱어는 해당 학생들이 자신이 미리 매수해 놓은 감독관이 배치된 휴스턴과 LA의 특별 시험장에서 시험을 보도록 손을 썼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ACT는 30점대, SAT는 1400점대를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배우 펠리시티 허프만(왼쪽)과 로리 로우린. 둘 다 싱어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부정 입학시켰다.
인기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던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이 이용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 2017년, 허프먼은 싱어의 재단인 ‘키 월드와이드’를 통해 1만 5000달러(약 1700만 원)를 기부한 후 첫째 딸이 특별 시험장에서 SAT를 시간 제한 없이 치르도록 했다. 덕분에 딸의 SAT 성적은 모의고사 때보다 400점이나 오른 1420점이 나왔다.
싱어를 도와 학생 대신 대리시험을 본 혐의로 체포된 인물은 마크 리들(36)이었다. 하버드대 출신인 그는 전직 프로 테니스 선수로,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 위치한 IMG 아카데미 기숙학교에서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위한 대학입시 준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2011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싱어와 함께 일하면서 틈틈이 학생들의 SAT나 ACT 답안지를 고치거나 시험 한 건당 1만 달러(약 1000만 원)의 돈을 받고 대리시험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가령 2018년 3월에는 병에 걸려 시험을 못 보게 된 학생을 대신해서 휴스턴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대리시험을 치기도 했었다. 완전 범죄를 위해 학생의 부모는 싱어에게 미리 자녀의 필체 샘플을 보내기도 했었다.
이런 경우, 점수는 싱어에 의해 치밀하게 조작됐다. 싱어는 학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먼저 학생의 평균 성적을 파악한 다음, 리들에게 성적이 너무 높이 나오지 않도록 주문했다. 갑자기 성적이 오르면 자칫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FBI 수사관은 리들에 대해 “그는 사전에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거의 만점을 받거나 점수를 조작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영리했다”라고 말했다.
싱어가 주로 이용한 또 다른 부정입학 방법은 체육특기생 전형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예일대 축구부, 조지타운대 테니스부, UCLA 남자 축구부, 서던캘리포니아대 수구부 등이 대상이었으며, 이밖에도 배구, 요트, 조정, 장대높이뛰기, 라크로스 등과 같은 종목도 부정 행위에 이용됐다. 특히 체육부에 부정입학이 많았던 이유는 학생들의 기록이나 수상 경력, 전형서류를 조작하는 것이 다른 학부보다 비교적 쉽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싱어는 마치 해당 학생들이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선수인 양 지원서를 조작하는 일을 맡았다. 신체 조건을 유리하게 허위 기재하는 것은 기본이요, 심지어 포토샵을 이용해서 사진을 위조하기도 했다. 가령 인터넷이나 스톡 사진에서 찾은 실제 운동선수 사진에 학생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법이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캐피털’의 창업자인 윌리엄 맥글래션 주니어는 자신의 아들을 미식축구 선수로 위장해서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싱어를 통해 사진을 조작했다. 아들이 축구가 아닌 라크로스를 했기 때문에 마땅한 사진이 없자 싱어는 아무 사진이든 운동하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축구선수 사진에 합성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맥글레션이 싱어에게 지불한 액수는 25만 달러(약 3억 원)였다.
심지어 해당 스포츠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데도 입학이 된 경우도 있었다. 가령 한 학부모는 축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딸을 예일대 축구 특기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해서 싱어에게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었다.
또한 LA에 본사가 있는 ‘아쿠아텍처’의 대표인 데번 슬론은 아들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싱어에게 거액을 건넸고, 싱어는 아들을 수구부 특기생으로 위장한 후 입학시켜 주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연도 수구부 특기생으로 입학한 학생은 슬론의 아들, 단 한 명뿐이었다. 당시 의혹이 제기되자 싱어와 공모했던 도나 헤일 체육부국장은 “해당 학생은 키는 작지만 몸통이 길고, 짧고 굵은 다리를 갖고 있다. 헤엄치는 속도가 빨라 공을 잘 따라잡는다”는 궁색한 해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체육부 특기생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부상을 이유로 운동부를 탈퇴하고 전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서류만 조작한다고 합격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닐 터. 더 중요한 것은 관계자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이에 싱어는 뇌물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학교 운동부 코치와 감독들을 끌어들였다. 대학 코치들이 특정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없지만 코치들이 직접 입학처에 특정 선수들을 추천할 경우, 해당 학생이 합격할 확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한 건당 20만~40만 달러(약 2억~4억 5000만 원)의 뇌물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규모가 컸던 액수는 무려 650만 달러(약 73억 원)였다.
TV 시트콤 ‘풀하우스’로 유명한 배우 로리 로우린 역시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두 딸을 명문대에 진학시켰다. 운동에 별로 소질이 없는 두 딸을 싱어의 도움으로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 조정부 특기생으로 입학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로우린은 싱어에게 50만 달러(약 5억 5000만 원)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해당 대학들은 부랴부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측은 스캔들에 연루된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하거나 퇴학 조치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으며, 예일대는 해당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하는 한편, 자체 내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류층의 이와 같은 부정 행위가 발각되자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자연히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엄연히 미국에는 기여입학제라는 비도덕적이긴 하지만 불법은 아닌 입학 통로가 있는데 굳이 왜 이와 같은 불법을 저질렀는가 하는 것이다. 기여입학제란, 동문이 장기간에 걸쳐 모교에 기부 또는 후원을 하거나 후손들이 꾸준히 모교에 관심을 가져온 사실이 증명될 경우, 자녀를 특혜로 입학시켜주는 제도다. 기부금을 낸다고 무조건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의 조건에 따라 수백만 달러를 쓰고도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싱어의 방법은 기여입학제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이고도 합격률 100%가 보장되는 그야말로 ‘비밀스런 지름길’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싱어는 “명문대로 통하는 문에는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는 일반적인 ‘앞문’이다. 다만 부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뒷문’과 ‘옆문’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뒷문’이란 기여입학제도를 말하는 것이고, ‘옆문’이란 자신을 통해 부정 입학하는 것을 말한다. 싱어는 법정에서 “나는 ‘옆문’을 만들었다. 이는 합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입시 비리 스캔들인 만큼 처벌도 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언론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은 최고 징역 20년형에, 그리고 입시 비리를 기획하고 주도한 싱어의 경우에는 최고 6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그들도 우리처럼’ 미국판 스카이캐슬의 실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근 10~20년 동안의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하버드대나 예일대 출신이었다. 사진은 하버드대. 이번 스캔들로 인해 미국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과 과도한 교육열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별로 놀랍지도 않다고 말하면서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려는 부모들의 잘못된 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USA투데이’는 ’명문대에 집착하는 미국인들의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상류층 자녀들에게 유리한 기여입학제도와 같은 관행도 문제지만, 교육열이 높은 중상류층 부모의 그릇된 사고방식도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명문대만 고집하는 태도가 그렇다. 상원 교육위원회 의장인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여타의 훌륭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을 특정 대학으로 밀어 넣으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병든 강박관념에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도 문제다. 비교적 소득이 높은 부유층은 자녀들의 SAT와 ACT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간당 최대 1000달러(약 110만 원)를 들여 개인 교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개별 과목 과외, 스포츠, 면접 기술을 위한 개인 교사를 따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에세이를 작성하기 위한 충분한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도록 여름 방학 동안 특정 컨설턴트를 고용하기도 하며, 종종 은행과 로펌에서의 인턴십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맥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학부모들이 명문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명문대를 나올 경우 기타 대학을 졸업했을 때보다 연봉이 50% 더 높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으며, 또한 정계에 진출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재 미국 대법원의 모든 판사는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근 10~20년 동안의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하버드대나 예일대 출신들이었다. 2018년 발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런 차이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통계 조사를 실시한 업체 측은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면 부를 쌓거나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는 하버드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기준으로 전세계 억만장자 가운데 하버드대 출신은 모두 18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운데 6.8%를 차지하는 규모다. 부의 대물림 현상도 드러났다. 2019년 현재 하버드 재학생들의 82%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가정의 자녀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30%는 연소득이 15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 이상인 상위 5% 출신들이다. 또한 15%는 상위 1%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의 뒤를 이어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스탠퍼드대다. 인원수는 74명으로 하버드대의 절반도 안되지만, 억만장자들의 평균 순자산은 전체 학교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실리콘밸리나 글로벌 IT 기업가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 펜실베이니아대(64명), 컬럼비아대(53명), MIT(38명), 코넬대(35명), 예일대(31명), 시카고대(29명), 미시간대(26명), UC버클리대(25명)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 |
트럼프 맏사위도…미국판 음서제 ‘기여입학제도’ 뭐길래 기여입학제도를 통해 하버드대에 입학한 제러드 쿠슈너. 미국판 음서제도로 알려진 기여입학제도란, 다른 말로 동문자녀우대제도라고도 한다. 요컨대 미 부유층이 자녀들을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데 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동문이 장기간에 걸쳐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거나 후원할 경우 해당 자녀들의 입학을 허가 해주는 제도다. 대학 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 이는 불법은 아니지만, 특권이 일부 계층 사이에서 대물림되고 있다는 비난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다시 말해 학력을 돈으로 사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나 후원은 학교 측에 박물관이나 도서관 같은 건물을 지어주거나 동문회 발전 기금으로 수백 만 달러를 기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하버드대의 경우, 2010~2015년 사이 전체 입학생 가운데 9.34%가 기여입학제도를 통해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의 맏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역시 기여입학제도를 통해 하버드대에 입학한 경우다. 지난 1998년 부친인 찰스 쿠슈너가 하버드대에 250만 달러(약 28억 원)를 기부한 이듬해 바로 입학했다. 다만 부동산 개발업자인 부친은 하버드대 동문은 아니었다. 때문에 쿠슈너의 하버드대 졸업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2006년 대니얼 골든은 자신의 저서 ‘입학 가격: 미국의 지배계급은 어떻게 명문대학으로 가는 길을 돈으로 사고 있는가’를 통해 쿠슈너의 하버드대 입학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골든은 미국의 부유층이 채무 탕감 및 기부금 제공 방식으로 자녀들을 명문 학교에 입학시키는 방법을 조사했었다. 골든이 제기한 의혹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하버드대에 기여입학제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선조들 가운데 동문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 반면, 쿠슈너 가문은 그렇지 않았다. 또한 찰스 쿠슈너가 2005년 탈세, 불법 선거 기부금 및 증인 매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도 수상쩍다고 말했다. 둘째, 쿠슈너의 고등학교 성적이 썩 좋지 못했다는 점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쿠슈너의 고교 동창들은 “내신 성적이나 SAT 점수 등 모든 면에서 봤을 때 쿠슈너는 하버드대에 갈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쿠슈너 측은 “쿠슈너의 입학은 부친의 기부금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쿠슈너 가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1억 달러(약 1100억 원) 이상을 대학, 병원, 기타 자선 단체에 기부해왔었다. 쿠슈너는 훌륭한 고등학생이었고,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부정입학 스캔들로 인해 불똥이 튄 시대착오적이고 불공정한 기여입학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센추리 재단의 수석 연구원인 리차드 D. 칼렌버그는 “이 제도는 분명히 미국의 이상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귀족 계층에 대항하는 국가를 세웠다. 대학들이 그 낡은 양식의 귀족주의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이상과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그는 의회가 나서서 법개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인종에 따라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불법인 것처럼, 부모가 누구인지 혹은 부모의 출신 학교에 따라 차별을 두어 입학을 허가하는 것 역시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의 입학을 대가로 대학에 기부금을 내는 경우 세금 공제를 해주지 않거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입학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는 대학의 경우, 기부금에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