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태’로 되돌아 본 90년대 가수들 밤문화…‘아지트’는 동대문 터키탕과 홍대 술집
요즘 가요계는 온통 아이돌과 걸그룹뿐이지만 가요계가 최고 호황을 누리던 90년대 후반에는 발라드와 댄스, 그리고 성인가요까지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사랑받았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발라드곡이 1위에 오른 뒤 댄스곡이, 그 다음 주에는 성인가요가 1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다.
9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발라드 가수 A와 댄스가수 B의 친분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리던 한 윤락업소에서 이들이 우연히 마주친 것. 소위 ‘터키탕’에서 어색하게 조우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됐다. 이를 계기로 가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만날 때마다 관련 정보(?)를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고 여기에 하나둘 다른 가수들이 가세하기 시작하며 나름의 친목 모임이 생겨났다. 동대문 인근의 한 터키탕이 이들의 아지트가 됐는데 나중에는 업주가 따로 이들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줬다고 한다. 한 원로 가요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일요신문DB
“당시 인기 가수들은 새벽이 돼야 일이 끝났다. 밤무대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일을 끝낸 뒤 가수들이 거기로 갔고 업주가 마련해준 비밀스런 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그러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 하나둘 술자리를 떠나 거기서 서비스를 받은 뒤 해 뜰 무렵에야 집에 가곤 했다. 그렇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 밤마다 나이트클럽 등 화려한 업소에서 일을 하지만 그런 데선 편하게 술 한잔할 여유가 허락되지 않은 이들이 그런 비밀스런 공간이라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 모임의 시작점이 된 A와 B는 여전히 절친한 사이다. 물론 이제는 그런 업소는 가지 않는 것으로 안다. 젊은 시절의 일탈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클럽은 윤락업소가 아닌 유흥업소다. 그나마도 문제가 된 클럽들은 일반음식점으로 허가 받고 운영을 해서 문제가 됐지만. 연예인이 윤락업소를 출입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엄청난 구설수에 올라 연예계 활동을 중단할 만한 사안이지만 유흥업소 출입은 자연스럽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선 연예인이 사적으로 클럽에 가서 노는 모습을 방송하기도 했을 정도다. 다만 클럽에서 즉석만남 등을 통해 복잡한 여성 편력을 갖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요신문DB
“90년대 이전부터 신촌, 홍대, 마포 등이 가수들의 아지트였다. 지역마다 문화가 조금씩 달랐는데 일부 가수들 사이에서 홍대가 즉석만남의 성지로 급부상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만 클럽도 있었다. 당시 ‘선수’로 불리는 가수들이 여럿 홍대 인근에서 활동했다. 주로 발라드 가수들이었는데 말끔한 이미지로 그냥 보면 전혀 선수 이미지가 아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더 잘 넘어가곤 했다. 각자 지인 한두 명과 함께 술을 마시며 즉석만남을 갖기도 했고 가수들이 두세 명 모여 같이 술을 마시다 합석 등을 통해 흩어지기도 했다. 재미난 건 그들만의 아지트가 있었다는 것이다. PD를 비롯해 방송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 술집이 하나 있었는데 즉석만남을 가진 뒤 새벽에 거기로 모여들어 술을 마시곤 했다. 그 자리에서 허풍을 많이 섞어 경험담을 공유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참 못된 짓이었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SNS라는 공간을 통해서 그런 짓거리를 한 모양이다. 게다가 몰카와 사진까지 공유했다고 그러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오랜 기간 가요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많이 안타깝고 부끄럽다. 그때 그 선수라 불리던 가수들이 승리나 정준영 같은 후배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싶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