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마산회원구)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비절감 차원에서 화재 원인 개폐기에 대한 광학카메라 진단은 2017년 11월 이후 단 한차례도 없었다. 화재 당일 18시 육안점검에서도 ‘이상없음’으로 판단할 정도로 부실한 점검이 이뤄져 왔던 것이다.
2018년 개폐기의 안전 진단과 관련된 배전유지보수 예산(실적치 기준)은 전년 대비 22.6%(4203억 원) 급감했다. 2017년 1조 8621억 원이던 것이 2018년 1조 4418억 원 급감해 2019년에도 1조 4449억 원에 그치고 있다.
한전이 증가세였던 배전유지보수 예산을 2018년에 급감한 것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부터 한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경비절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2018년부터 배전유지보수 예산이 급감한 이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폐기 외관 및 설치 상태 등을 점검하는 광학카메라 진단은 단 한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진단은 예산이 감축되기 전인 2017년에는 실시했다.
또한 한전은 화재 발생 당일인 지난 4월 4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사고 개폐기가 위치한 구간에 대해 ‘산불예방 순시 및 강풍특별순시’ 라는 명목으로 육안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육안점검 결과 이상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육안점검이 끝난 지 약 1시간 20분 후인 오후 7시 17분 해당 개폐기는 화재를 일으키며 대형 산불로 번졌다.
한전은 개폐기 안전점검 시 주변에 위험물 유무 등의 파악은, ‘건조물 신증축, 토지개발, 수목접촉 등으로 인한 설비 사고 발생 우려 여부를 중점 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의 설명에 따르면 산불예방 및 강풍에 대비하기 위해 사고 당일까지 주변 위험물을 파악했음에도, 해당 개폐기 사고가 발생했다. 육안점검으로 이번과 같은 화재를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충분한 예산 지원으로 노후·불량 개폐기를 적시에 교체하고, 광학카메라 점검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번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탈원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한전이 안전 관련 예산을 줄였고, 이것이 부실점검으로 이어져 화재가 발생한 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한전의 주장대로라면 멀쩡한 개폐기에 점검까지 제대로 했는데, 강풍이 불어 화재가 났다는 것으로, 그런 상태의 개폐기가 2019년 4월 기준 전국에 총 11만 9734개가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예산 삭감 및 부실 점검에 따라, 강풍·지진 등 자연재해나 외부 충격에 같은 참사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윤한홍 의원은 “이번 화재는 탈원전에 따른 한전 수익성 악화가 예산 삭감과 부실점검으로 이어져 빚어진 참사”라며 “예산이 줄어드니 부실점검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윤한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안전을 위해 탈원전 한다더니, 경영난에 빠진 한전이 안전예산을 축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생겼다”며 “정부는 이번 화재에 대한 철저한 원인조사와 함께, 탈원전 정책이 우리 사회 곳곳에 예기치 못한 위험을 양산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