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영 전 회장의 장남 정몽국씨(작은 사진)가 최근 제기한 소송은 구속중인 동생 몽원씨(큰 사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 ||
싸움에 나선 주인공은 정인영 전 회장의 장남 정몽국씨(전 그룹부회장)와 차남 정몽원씨(전 그룹회장). 이 싸움은 지난 1월21일 몽국씨가 한라시멘트(현재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상대로 ‘주주 지위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하면서 표면화됐다.
그는 소장에서 “본인이 보유중이던 한라시멘트의 주식 70만여 주가 자신도 모르게 제3자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몽국씨가 제기한 이 소송의 타깃은 문서상 한라시멘트이지만, 동생인 몽원씨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소장의 내용 때문이다.
그는 소장에서 동생(정몽원 전 회장)의 경영상 위법 행위를 폭로하는 한편 동생에 밀려 경영 일선에서 퇴임한 경위 등을 소상히 밝히는 등 감정적인 부분을 여실히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한라그룹 왕자의 난’으로 여기는 듯하다.
게다가 몽원씨는 지난해 5월 특경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현재 항소심 공판이 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 형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몽국씨가 제출한 소장을 보면 소송 당사자 명단에 몽원씨의 이름은 직접 거론돼 있지는 않다. 소장에 적시된 소송대상은 전 한라시멘트 손영엽 대표이사와 서아무개씨(41), 안아무개씨(37), 최아무개씨(61) 등 4명.
몽국씨가 이번 소송을 낸 것은 지난 2001년 3월 말 강남세무서로부터 한라시멘트 주식 71만7백19주가 양도됐으니 증권거래세를 납부할 것을 독촉받으면서부터. 문제의 주식은 지난 99년까지 자신의 명의로 돼 있었던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소장에서 “주식이 양도되기 전까지 한라시멘트의 총 발행주식(7백20만3천5백28주)의 9.87%에 해당하는 71만7백19주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주식은 지난 99년에 자신도 모르게 서아무개(14만2천2백19주), 안아무개(24만8천7백주), 최아무개씨(31만9천8백주) 등에게 넘어갔다는 것.
▲ 한라그룹 창업주 정인영 전 회장. 지난 2001년 고 정주영 회장 빈소에 문상온 모습. | ||
이 사건이 몽국-몽원씨 형제의 재산다툼으로 비쳐진 것은 몽국씨측에서 주식양도 과정에 동생이 관계됐다는 의혹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몽국씨가 제기한 의문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지난 1995년 몽원씨는 형을 제치고 정인영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취임 이후 막대한 부채로 부도 위기에 몰렸던 한라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한라중공업에 편법지원했다는 것.
몽국씨는 소장에서 “동생이 이 같은 경영 방침을 내세웠으나, 그룹 계열사가 가망이 없는 한라중공업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그룹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질권 설정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의 명의로 된 한라시멘트, 한라건설의 주식의 질권여부 표시란에도 질권이 설정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표시가 돼 있다는 주장이다.
몽국씨는 특히 소장에서 “자신은 ‘온건하고 합리적인’ 경영이념을 추구한 반면, 동생은 ‘확장 일변도’의 경영을 추구하는 등 경영이념이 달랐다”고 밝혀 자신의 주식강탈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경영방향을 두고 형제간에 마찰을 빚자 사실상 경영을 주도하고 있던 부친(정인영 당시 회장)이 동생의의사를 지지, 그룹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비화도 공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형의 주장에 대해 몽원씨측은 언급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몽원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뒤 고법에 항소한 상황이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몽국씨의 소송제기는 현재 몽원씨의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라 무척 조심스럽다”며 “몽국씨의 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몽국-몽원 형제는 지난 95년 이후 서로 연락을 끊은 채 일체 교류를 해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몽국씨는 배달학원 이사장으로, 몽원씨는 한라건설 회장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