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유의 물질만능주의…“돈 없으면 속옷이나 양말 없이 살아야 한다”
2011년 4월 마약사범으로 중국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Y 씨가 국내 이송되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중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한국인 수형자는 100여 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식통 A 씨는 “재중국 한국인 수형자 가운데 국내 이송을 원하는 수형자 수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 이송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신문’은 재중국 한국인 수형자의 측근 B 씨로부터 ‘중국의 감빵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B 씨는 ‘적지 않은 한국인 수형자가 국내 이송을 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에서 한국인 수형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소통의 장벽’을 꼽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 교정시설에 수감된 한국인 수형자들은 소통의 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에서 한국인 수형자들은 소통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다 재소자들의 생활환경 자체가 상당히 폐쇄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인 수형자들이 느끼는 답답함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당국에선 조선족 교도관과 조선족 재소자를 활용해 한국인 수형자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의 식습관이 다른 것 역시 문제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이 제공하는 식사는 그 질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단 돈이 있을 경우 반찬이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을 사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중국 교정시설의 특수성을 엿볼 수 있다. 사서 쓸 수 있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재중국 한국인 수형자들은 중국 특유의 ‘물질만능주의’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B 씨는 설명했다.
이어 B 씨는 “중국 교정시설에선 재소자의 ‘넉넉한 주머니 사정’이 곧 편한 생활로 직결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교정시설 내부에서 돈을 내면, 더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재소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용품까지 개인의 돈으로 구매해서 써야 한다. 이불과 식기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까지 재소자 본인 부담으로 구매해야 한다. 결국 돈이 없으면 그만큼 생활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소자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TV까지 사서 방 안에 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 내부에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재소자들은 이불, 양말, 속옷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이 없는 채로 생활한다. 이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생활용품까지 개인이 구매해서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교정시설에선 환자가 생겨도 ‘빈부격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치료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환자가 발생해도 재소자가 돈이 있으면 외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교정시설에서 제공하는 열악한 기초치료 외에 다른 치료가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에선 돈이 있으면 누릴 것을 다 누리는 아주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사실상 짐승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교정시설에 있는 한국인 수형자들의 경우 재정적인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가족과 결별한 한국인 수형자 역시 좋지 않다. 매달 생활비를 송금받는 것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한국인 수형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보장되는 한국 교도소로 이송을 원하는 수형자가 많다.” B 씨의 말이다.
중국 교정시설에선 강도 높은 노동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B 씨는 “중국 교정시설 내부에서 한국인 재소자들은 ‘무임금 노동’에 시달린다. 중국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들은 제조업에 투입되는데, 이들이 만든 물품은 시중에 판매된다. 그 가운데 임금을 지급받는 재소자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중국 수형자 관리법은 노동한 재소자에게 임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서류상으로 ‘재소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고 기록해 놓는다. 이것이 관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 씨가 증언한 중국 교정시설의 문화는 한국 교정시설 문화와 사뭇 달랐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한국인 수형자들이 국내 이송을 원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여전히 재중국 한국인 수형자 가운데 국내 이송을 원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2016년 주한미군 사드배치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수형자 이송과 관련한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2009년 ‘한·중 수형자 이송조약’이 발효된 뒤 국내로 이송된 한국인 수형자는 19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16년 ‘박원순 서울시장 조카’ 권 아무개 씨가 국내로 이송된 뒤로부터 ‘재중국 한국인 수형자 국내 이송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