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형제’ 시사회 현장…감독·배우 칭찬 릴레이 이어져 ‘훈훈’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시사회에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가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나의 특별한 형제’ 시사회에는 육상효 감독과 배우 신하균, 이광수, 이솜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육상효 감독은 ‘나의 특별한 형제’가 그린 가족에 대해 “굳이 혈연이 아니어도 서로 사랑하고 도우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의 ‘가족’은 혈연이 아닌 ‘인연’으로 묶여있다. ‘머리 좀 쓰는 형’인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의 형제애는 이처럼 핏줄보다 더 끈끈한 인연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에게 가족의 정의를 반복해서 묻는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에 대해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동료든지 왜 이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하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일반적인 ‘가족애’를 다루는 영화에는 불필요한 신파 장면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장애인을 소재로 삼고 있는 상업 영화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제작진과 배우들의 이야기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무엇보다 실제 인물들의 의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도 있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시사회 현장. 좌측부터 배우 신하균, 이광수, 이솜, 육상효 감독. 사진=연합뉴스
육상효 감독은 “광주에서 세하와 동구처럼 함께 오랫동안 살고 계신 분들(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을 모델로 해서 출발한 영화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광주에 자주 내려가 그분들과 밥도 먹고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며 “그분들에게서 세하의 똑똑한 캐릭터와 동구의 눈빛에서 나타나는 순수한 캐릭터를 따왔고,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상업 영화로써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제가 유머를 담아낸 부분이 있다. 유머적인 실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시나리오 집필 전인 2013년 실존인물들에게 영화화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 좀 쓰는 형’인 세하 역의 신하균은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연기를 해야 했다. 그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희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관점, 장애인을 특별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라며 “장애를 극복한다든지, 동정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저희 영화가 가진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몸 좀 쓰는 동생’ 동구 역의 이광수는 또 다른 ‘절제’의 고민에 부딪쳐야 했다. 5살 아이의 지능을 가진 동구는 감정과 신체를 제대로 분리해 조절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비장애인인 이광수와 장애인 동구의 구분 지점이 모호해질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시사회 현장에서 배우 이솜이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광수는 “영화에서 저는 대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씬에서 동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표정이나 눈빛으로 전달하려 많은 노력을 했다”라며 “동구가 어디까지 느끼고, 어디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지 저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시나리오를 보며 지문에 있던 것들을 관객들께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두 형제의 끈끈한 형제애를 그린 영화에서 그들의 보조를 담당한 ‘비장애인’ 역할인 미현(이솜 분)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극중에서 이솜은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그들이 바라보아야 할 제3의 시선으로서의 책임을 다 한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비중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솜은 “제 필모그래피에 비해서 청춘들의 얼굴을 담은 캐릭터를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번 미현의 역할도 청춘을 담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며 “보통 청춘들의 모습, 가난하고 좌절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현이라는 캐릭터가 관객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했고 그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스틸컷. 사진=NEW 제공
배우들이 서로 영화판에서 만나 호흡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먼저 신하균이 캐스팅 되고 그 후 이광수가, 이어 이솜이 캐스팅됐다. 신하균은 “이광수 씨와 처음 작업을 했는데 이렇게 집중력이 좋고 몰입을 잘하는 배우인지 처음 알았다. 이솜 씨 역시 제가 배역과 실제 배우를 착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센스 있게 잘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바라 보는 연기를 잘 해서 관객 분들이 (이솜을 통해) 몰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광수 역시 “이전부터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 들었는데 만나보니 이야기 그 이상으로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라며 “특히 신하균 형 같은 경우는, 나중에 제가 형 나이가 됐을 때 형처럼 살고 있으면 제 인생은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신하균을 폭소하게 했다.
한편,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동생 없이는 아무 데도 못가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뛰어난 수영실력을 갖췄지만 형 ‘세하’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하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가 그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애·가족애 드라마를 그렸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5월 1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