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해외동포 107명 5박 6일간 조국 방문…홍범도·김세원·최재형 후손도 참여
경기도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조국을 등져야 했던 재외 한국인의 후손 107명을 초청해 ‘코리안 디아스포라, 위대한 여정’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공식 환영만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환영사를 하는 모습. 사진=경기도
[일요신문] 100년 전, 망해버린 황제의 나라를 대신해 백성의 나라가 세워졌다. 그리고 잃어버린 하늘·땅·바다를 되찾고 왜적의 폭압에 신음하는 동포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전쟁이 본격화된다. 대한독립을 위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의 영광스러운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조국 독립을 위해, 또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으되, 그들 중 누구도 이리 오래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100년이 지난 지금, 처음 조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 세상을 버렸지만, 독립된 조국에서 살고자 했던 그들의 꿈은 그 아들·딸, 손자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이들의 조국 방문을 돕고, 조국이 결코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이 땅을 위해 헌신했음을 잊지 않는다는 감사함의 마음을 담아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민국(民國)’ 100년을 맞은 올해 경기도에서는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전쟁 시기 조국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귀환을 위한 장대한 여정이 첫 걸음을 뗐다.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 조국을 떠나 세계 여러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가는 ‘한민족 이산’을 의미한다. 19세기 중반 만주로의 이주로부터 시작돼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조국을 등져야 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오늘날 그 수가 750만여 명에 이른다.
경기도는 이들 중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일본, 중국, 쿠바 등 7개국에 거주하는 107명을 4월 9일부터 15일까지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초청해 선조들의 이 땅을 위한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들을 위로했다.
경기도가 주최한 이번 ‘코리안 디아스포라, 위대한 여정’ 행사에는 독립혁명가의 후손들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사진은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여사와 김세원 독립지사의 손자 안토니오 김 옹. 사진=경기도
“한국의 문화와 역사,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교재와 책 지원해 달라”
특히, ‘코리안 디아스포라, 위대한 여정’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오봉동·청산리대첩’의 영웅인 백두산호랑이 홍범도 장군의 외손녀 김알라 여사(78세·러시아 거주)와 쿠바에서 대한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 김세원 지사의 손자인 안토니오 김 옹(한국명 김시율·76세), 독립지사 최재형 선생의 손자인 최발렌틴 옹(82세·러시아 거주)이 조국을 찾았다.
조국에서 이들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및 기념공연에 참석하고,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학술 컨퍼런스를 참관했다. 아울러, 조국에 대해 알 수 있는 문화유산을 탐방하고 한국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울러, ‘우리가 살아온 백년의 역사, 함께 살아갈 천년의 미래’를 주제로 경기도가 주최한 공식 환영 만찬에도 참석해 뜨거운 동포애를 나누었다. 지난 4월 10일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한 해외동포들은 대한국인임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심에 강한 자긍심을 나타내며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경기도가 보내준 관심과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아울러 “조국이 고려인 후손들을 위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다양한 교재와 책을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를 방문해 주신 해외동포 여러분과 애국지사 및 후손 여러분을 환영하며 1350만 경기도민을 대표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특히, 지구 반대편에서 고국 땅을 밟으신 쿠바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재명 지사는 “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된 뜻깊은 해”라며 “순국선열의 희생과 자주독립의 염원은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세계 경제대국,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난 100년의 역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우리 민족의 뿌리, 정통성, 정체성 잊지 않아야 한다”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동포의 존재를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며 설움과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미래, 플랫폼으로서의 경기도’를 주제로 국제 학술 컨퍼런스를 개최해 한민족 네트워크의 구심점이 될 경기도의 재외동포 지원 정책개발 방향과 과제들에 대해 논의 했다. 사진은 국제 학술 컨퍼런스 모습. 사진=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 있어야…해외동포들에게 합당한 예우할 것”
이재명 지사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과 해외동포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할 것”임을 밝혔다. 이 지사는 “사람도 지역도 억울함이 없어야 하고,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해외동포와 후손들에게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100년 전 독립을 위해 또는 강제노역 등의 이유로 나라를 떠난 해외동포와 그 후손에게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한민국과 경기도가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보답할 때“라며 ”경기도는 평화로운 번영의 한반도 건설에 앞장서고 자랑스러운 조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2일, 수원컨벤션센터 4층 회의실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미래, 플랫폼으로서의 경기도’를 주제로 열린 국제 학술컨퍼런스에서는 한민족 네트워크(K-Network)의 구심점이 될 경기도의 재외동포 지원 정책개발 방향과 과제들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경기도는 이번 ‘코리안 디아스포라’ 행사를 계기로 한민족 네트워크(K-Network)를 공고해 불행한 이산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는 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오후석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후손들을 초청해 민족적 동질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지리적 영토를 넘어 문화적 영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이번 행사를 통해 한민족 네트워크(K-Network)를 공고히 해 불행한 이산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는 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