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회장 계열이 주력 사업, 나머지가 비주력 사업 나눠 소유할 가능성 제기
두산그룹은 크게 중공업, 건설, 기계장비, 3개 사업부문을 영위해 왔다. 여기에 전자와 화학 부문이 추가되면 사업부문은 모두 5곳으로 늘어난다. 지주사 ㈜두산 지분은 4명의 형제 가문이 나눠 보유 중이다. 고 박두병 회장이 세운 두산그룹은 1대인 ‘병’자 항렬을 거쳐 2대인 ‘용’자 항렬에서 형제간 경영권 승계를 마쳤고, 현재는 장손인 박정원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두산㈜가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향후 두산그룹의 경영방식과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형제상속이 계속 이어지려면 4개 가문의 장남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는 방식이 돼야 한다. 순서상 차기 회장은 3남 가문인 박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이 돼야 한다. 차남인 고 박용오 회장 가문인 박경원·중원 씨는 형제의 난 이후 그룹에서 배제됐다. 이후 성지건설을 인수하는 등 독립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현재는 이렇다 할 경영활동이 없다.
문제는 형제상속으로는 4개 가문 장남들의 지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각 가문 내 형제들이 힘을 합치고, 다시 4개 가문이 손을 잡아야 일관된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다.
반면 4개 가문이 사업부문을 나눠 소유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GS그룹 방식이 대표적이다. GS그룹은 창업주인 고 허만정 회장에서 장남인 허정구 회장으로 이어지다, 삼남인 허준구 회장 계열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허창수 현 회장이 허준구 회장의 장남이다. 다만 지주회사인 GS㈜ 지배구조를 보면 허준구 가문뿐 아니라 허정구 가문 등 ‘구’자 항렬 형제 가문들이 나눠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큰집 격인 허만정 계열이 삼양통상을 지배하는 등 각 집안이 나름의 사업부문을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형제가문이 각자 사업을 소유하면서 그룹 지주사 지분을 공유하는 방식은 LG그룹도 비슷하다.
두산은 그룹의 주력인 중공업·건설·기계 부문은 분리되기 어려워 보인다. 가문 공동지배 회사인 ㈜두산 아래 있으면서 종가인 박정원 회장 계열이 이끌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전자와 화학 등 당장은 비주력 부문들은 형제가문들이 나눠서 소유할 수 있다. 이번 인적분할은 그 토대가 될 만하다.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지게 된 회사가 2개나 새로 생겼다.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아니어서 이론적으로는 분리도 가능하다. 지분율 조정에 따라 가문별로 몫을 나눌 수도 있는 구조다.
만일 물적분할을 택했다면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은 ㈜두산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가 된다. 미래산업이란 측면에서 상장할 경우 ㈜두산이 막대한 상장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 연료전지 관련주들은 시장에서 순자산 대비 3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순자산이 1500억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시가총액은 최소 4000억 원대, 최대 5000억 원대에 육박할 수 있다. 결국 인적분할을 택했다는 것은 미래사업의 가치를 총수 일가에 넘겼다는 뜻이다.
현재 두산가의 임무 배분을 보면 장손인 박정원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최대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박 회장의 친동생인 박지원 회장이 맡고 있다. 두산건설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 박태원 부회장이 실질적인 경영책임을 지고 있다. 박용현 회장의 둘째·셋째 아들인 박형원 부사장과 박인원 부사장은 각각 두산밥캣과 두산중공업에 근무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박용만 회장이 담당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재원 상무도 두산인프라코어에 근무 중이다. 다만 박용만 회장이 박용성·박용현 회장의 이복동생인 점, 박서원 대표가 최근 오리콤 경영을 맡았다는 점은 변수다.
박용성 회장 계열은 현재 주력 계열사를 맡고 있지 않다. 장남인 박진원 부회장이 이끄는 두산메카텍은 화공기자재 회사다. 매출과 순자산이 2000억 원대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이번에 분할된 두산솔루스·두산퓨얼셀과 사업 연관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두산그룹의 향후 지배구조는 향후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총수 일가 지분 이동을 보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발행주식의 18.13%를 자사주로 보유했던 덕분에 ㈜두산은 이번 인적분할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지분도 18.13%씩 갖게 된다. 상법상 인적분할을 할 때 존속회사는 자사주 지분율만큼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이를 포함해 기존 특수관계인 보유분 등의 지분율이 69%에 달하는 만큼 매각이나 맞교환(swap) 등 지배구조를 바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두산으로서는 보유 지분을 활용해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할 실탄을 만들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