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김동원 상무가 진두지휘하다 막판 손떼…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역량 집중 가능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롯데카드 인수작업을 진두지휘 해왔다. 사진은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10월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 경기를 찾은 모습. 연합뉴스
지난 19일 마감된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 한화그룹이 참여하지 않았다. 한화그룹은 당초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다. 입찰 마감 하루 전까지도 인수전 참여를 공언한 터라 모두 의외로 받아들였다.
한화그룹에 롯데카드 인수는 그 의미가 남다른 것으로 해석됐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생명과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여신전문금융사가 없다. 롯데카드를 통해 카드사를 추가하면 가장 약한 고리를 채우며 금융계열사의 형태가 갖춰진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롯데카드 매각 소식이 나오자마자 한화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욱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했다. 김 상무 입장에서도 롯데카드 인수전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향후 승계구도에서 자신의 지분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 이후 한화의 후계구도에 대해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사업 등 그룹의 주력사업을, 차남 김 상무가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 6개월가량 공을 들인 롯데카드 인수 작업에서 한화가 막판에 손을 뗐다. 한화생명에서는 인수 본입찰 불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여러 가지를 검토한 결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각 진행 초기부터 한화그룹 내부적으로 롯데카드 인수를 통한 시너지 검토를 다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그룹처럼 한화도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카드사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며 “이제와 시너지 효과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몇 년간 대형 카드사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화의 선택에 의구심을 더한다. 금융지주사들이 안정권에 들어선 만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대기업의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앞의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매각이 결정된 롯데카드가 사실상 마지막 대형 매물”이라며 “금융계열사 확장을 원하는 한화나 김동원 상무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고 전했다.
한화가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SK·CJ·애경그룹 등과 함께 한화그룹도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떠올랐다. 한화가 항공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한화는 지난해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한화 기계부문 항공사업 등 방산산업과 항공업을 영위하기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롯데카드와 아시아나항공 모두 예상 인수대금이 1조 원이 넘는다. 이 2개 매물을 동시에 인수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화가 롯데카드를 포기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역량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고 손사래 쳤다.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 참가 포기에 대해서도 한화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 그룹 차원에서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 정서상 1조 원 이상 자금이 들어가는 M&A를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룹 총수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김동원 상무가 자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사안으로 알고 있는데 김 상무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하나금융, 롯데카드 품고 카드사 상위권 도약할까 한화가 발을 빼면서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본입찰에는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품에 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와 하나가 합쳐지면 카드업계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사 시장점유율 1위는 신한카드(21.5%)가 차지했다. 삼성카드가 19.3%, KB국민카드 15.8%, 현대카드 15.5%, 롯데카드 11.2%, 우리카드 8.5%, 하나카드 8.2%로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이 인수에 성공하면 5위와 7위가 합쳐지는 것이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19.4%로, 단숨에 신한카드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로 상승한다. 중복고객 등을 고려해도 상위권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자산 규모 역시 확대된다. 지난해 기준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자산 규모는 각각 12조 6527억 원, 7조 9848억 원으로 5위와 7위에 올라 있다.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는 20조 6375억 원으로 늘어나 신한카드(29조 3501억 원)와 삼성카드(23조 47억 원)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무리한 인수가 아닌 충분히 ‘실탄’을 갖춘 인수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 이승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그룹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 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인수 예상가가 1조 5000억 원 정도로 책정된 만큼 인수에는 무리가 없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