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트레이드 승자는 SK” 평가 지배적... 음주운전 돌발 변수로 승패 판정 미궁 속으로
SK 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4월 24일 SK 와이번스의 내야수 강승호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강승호는 음주운전 적발 당시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오전 2시 30분 경기도 광명시 광명IC 부근. SK 강승호가 몰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 받았다.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강승호의 혈중 알콜농도는 0.089%였다.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강승호의 음주운전 적발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강승호가 음주운전 적발 이후 사고 사실을 소속팀 SK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승호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지한 언론사는 사건 취재에 돌입했다. 그제서야 강승호는 SK 구단 측에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강승호 음주운전 적발과 관련해 “KBO 징계와 별도로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SK 구단관계자는 25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 관련 KBO 상벌위원회가 끝나면, SK 역시 구단 자체적으로 강승호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승호 음주운전에 대한 SK 구단과 팬들의 상심은 크다. 강승호가 SK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전도유망한 내야수였던 까닭이다.
강승호는 2018년 7월 31일 SK로 이적했다. 당시 SK는 LG 트윈스에 문광은을 내주고, 강승호를 영입하는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내야 선수층 강화를 원했던 SK와 즉시 전력감 불펜 투수가 필요했던 LG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성사된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당시 복수 야구 관계자는 “굳이 트레이드의 승패를 따지자면, ‘군필 내야 유망주’ 강승호를 얻은 SK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한 야구인은 “SK의 강승호 영입이 ‘미래를 바라봤다’면, LG의 문광은 영입은 ‘현재 상황에 충실했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SK 내야의 미래’란 평가를 듣던 강승호의 잠재력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폭발했다. 강승호는 빠르게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했다. 2018시즌 강승호는 SK로 이적한 뒤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 OPS(출루율+장타율) 0.846/ 2홈런/ 21타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서 강승호는 더욱 빛났다. 강승호는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전경기에 출전해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강승호의 활약은 지난해 SK가 한국시리즈를 재패하는 데 적지않은 힘을 보탰다.
2018 KBO 리그가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강승호-문광은 트레이드’ 승패는 더욱 확실해진 듯 보였다. 야구계에선 “SK의 압승”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9년 들어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음주운전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강승호 야구 인생엔 ‘음주운전’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질 것으로 보인다.
2019시즌 강승호는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54/ OPS 0.503/ 2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다. 결국 강승호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강승호는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을 끌어 올리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한편 2018년 강승호와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문광은은 아직 2019시즌 1군 등판 기록이 없다. 2018시즌에도 LG 소속으로 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12.15로 부진했다.
강승호가 ‘음주운전’이란 대형악재에 휘말리면서, 2018년 SK와 LG가 단행한 1대 1 트레이드가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 쉽사리 SK와 LG의 ‘트레이드 승자’를 단정할 수 없게 됐다.
한 야구 관계자는 “보통 트레이드의 승패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3~5년 정도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트레이드의 승패는 하늘만 안다’는 말이 다시 한번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