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절대 안 걸린다던 엑스터시 모발 감식 기법 개발해 검출
2002년 3월 엑스터시를 상습 복용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될 당시의 성현아. 이종현 기자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엑스터시가 바로 그런 ‘비법의 약물’이었다. “도리도리(엑스터시)는 절대로 안 걸린다”는 소문과 함께 엑스터시가 클럽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된 것. 이미 미국 영국 독일 등 서유럽권에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며 광범위하게 퍼져 사회 문제가 된 엑스터시의 가장 큰 장점은 알약 형태로 보관과 복용이 간편하다는 데 있었다.
엑스터시를 복용하면 20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흥분감이 시작돼 보통 4∼6시간 정도 환각효과가 지속된다.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면 더 빨리 환각상태에 빠진다고 알려지며 ‘도리도리’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클럽가에서 확산된 까닭 역시 환각 상태로 밤새 춤을 추며 놀 수 있기 때문. 이런 까닭에 파티용 알약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연예계에서 더욱 강력하게 유행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마약 투약 검사를 피해갈 수 있는 마약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관련 혐의를 받고 수사기관에 소환됐지만 음성 반응이 나와 풀려난 연예인도 여럿 있다는 풍문까지 더해졌다. 이런 소문이 나돈 결정적인 이유는 엑스터시가 모발 검사로는 감식이 불가능하고 소변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다는 마약 투약 검사의 한계 때문이다. 그런데 엑스터시가 소변에 남아 있는 기간은 3~4일에 불과했다. 사실상 현행범으로만 잡히지 않으면 충분히 양성반응이 나오는 걸 피해갈 수 있다.
2002년 봄에 상황이 달라졌다. 엑스터시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성현아는 소변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오자 “무고성 루머”라며 검찰에 강력히 항의했었다. 코요태의 김구 역시 소변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둘 다 모발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마약 투약 혐의가 입증됐다. 분명 모발검사로는 마약 투약 여부 감식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2002년 봄에 달라진 것이다. 대검찰청 마약감식실이 엑스터시류 마약 검출을 위한 모발 감식기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 이를 통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수년 전에 투약한 엑스터시까지도 투약 흔적을 모발에서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수사는 연예계 전반으로 확대됐다. 당시 서울지검 마약수사부는 “‘엑스터시 리스트’를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의 리스트에 유명 탤런트와 가수, 개그맨 등 10여 명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이니셜 보도가 이어졌고 연예계에 또 다시 마약 광풍이 불었다. 다행히 검찰 수사를 통해 더 이상 혐의가 드러난 연예인은 없었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역시 먹어도 절대 안 걸리는 마약은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엑스터시를 투약하는 연예인들도 크게 줄어들었다.
엑스터시. 일요신문 DB
요즘 ‘절대 안 걸리는 약물’이 또 등장했다. 바로 물뽕(GHB)이다. 케타민(마취제), 플루니트라제팜(불면증 치료 약물) 등과 더불어 3대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물뽕은 환각 효과를 느끼기 위한 용도의 마약이라기보다는 상대방을 깊은 잠에 빠트린 뒤 강간하기 위해 쓰인다. 문제는 12시간에서 하루 사이 소변으로 체내에서 약물 성분이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는 데 있다. 무색무취라 자신이 약물을 먹었는지 인지할 수 없고 정신을 잃은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금세 약물이 체내를 빠져다가 물뽕을 몰래 투약당해 강간당했다고 피해를 입증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연예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절대는 없다”고 얘기한다. 한 원로 연예관계자는 “요즘 물뽕 얘길 들으며 과거 엑스터시 생각이 자주 난다”라며 “그때도 ‘도리도리는 절대 안 걸리는 약’이라는 얘길 많이 들었지만 결국 잡혀갔다. 지금은 물뽕이 ‘절대’에 가까워 보이지만 곧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절대’가 무너질 것이다. 마약 관련해서 정답은 단 하나다. 절대 가까이해선 안 된다는 것. 마약은 그 주위에 다가가는 것조차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