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 가능 조항 있지만 업계에서는 가능성 낮게 봐…금호아시아나 “정해진 게 없기에 특별한 입장 없어”
지난 4월 23일, 최대현 KDB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손자회사를 하나하나 발라내거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희망대로 진행하면 거래가 어려워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 일괄 매각을 추진한다”며 “매각 진행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원한다는 이유로 몇 개 회사를 빼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금호리조트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금호티앤아이(48.8%), 아시아나IDT(26.58%), 아시아나에어포트(14.63%), 아시아나세이버(9.99%)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고, 금호티앤아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손자회사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금호리조트의 경영권도 같이 인수하게 된다.
고속버스 사업 일부도 동반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속버스 사업 법인은 금호고속, 금호속리산고속, 금호고속관광 등이 있다. 여기서 금호고속관광은 서울·경기·전남에 법인을 각각 따로 두고 있다.
금호고속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그 특수관계자가 최대주주로 있기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금호고속에 대한 박 전 회장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 금호고속관광 경기법인은 금호고속의 자회사로 역시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호속리산고속과 금호고속관광 서울법인은 금호티앤아이가 지분 100%를 갖고 있고, 금호고속관광 전남법인은 금호속리산고속의 자회사다. 금호속리산고속은 청주에 본사를 둔 고속버스 회사로 매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금호고속관광 서울법인도 지난해 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박 전 회장 소유인 금호고속관광 경기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64억 원으로 서울법인에 비하면 실적이 떨어진다.
아시아나항공 일괄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건설과 고속버스 사업 일부 외에는 박 전 회장 소유의 사업이 거의 없다. 다만 아직 변수는 남아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자가 금호리조트 등의 계열사를 인수하기 싫다고 하면 이와 관련한 협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금융권에서는 협의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듯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일괄매각의 방침이 정해졌고, 인수 희망자들도 일괄매각으로 알고 접근할 것이기에 협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박 전 회장이 다시 리조트나 고속버스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재계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사진=임준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 박 전 회장이 다시 리조트나 고속버스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재계에서는 무리한 그룹 재건을 진행하다가 실패를 맛본 박 전 회장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3.38%에 달해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반면 금호리조트의 지난해 매출은 907억 원, 영업이익은 73억 원으로 흑자 기업이다. 싼 값에 인수할만한 기업은 아니다.
매각이 끝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좋든 싫든 당분간 건설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금호산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조 3762억 원, 영업이익 420억 원으로 흑자를 거뒀다. 그렇지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 평가 순위에서 금호산업은 2017년 15위에서 지난해 23위로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겪고 있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는 상황에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경영 복귀 가능할까 지난 3월 28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전 회장(당시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경영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취임해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M&A) 등으로 인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받으며 좋지 못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이 향후 경영 복귀를 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제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취임을 시작으로, 2013년 금호산업 대표, 2014년 아시아나항공 대표에 취임하면서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에는 남은 계열사가 몇 개 없게 돼 경영 복귀로 얻는 실질적 이익이 없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더라도 경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자구안 계획에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없음’이라는 항목을 넣었기 때문이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