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여론조사 조작…4대강 사업,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된 것”
지난 4월 29일 기자가 만난 이재오 전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 중이었다. 그는 5월 2일까지 나흘 동안 4대강 보 해체 저지를 위해 천막 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이 준비한 피켓에는 ‘국민은 분노한다. 4대강 보 해체’ ‘대통령 응답하라. 이재오가 묻는다. 4대강 보 해체 왜?’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과 특임장관을 지낸 이 전 의원은 지금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7명을 직권남용과 공용물의 파괴,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 대표로 활동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이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4대강 보 해체 반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우태윤 기자
―왜 환경부가 아닌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는지.
“4대강 보 해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고 환경부는 청와대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문 대통령이 보를 해체하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는 이상, 환경부 앞에서의 농성은 의미 없다.”
―환경부는 보 해체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나름의 검증과 연구를 거쳤는데.
“이 또한 환경부 자체가 아닌 청와대 지시로 한 것이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2월 환경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대강 보의 수질악화가 심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도 파괴되고 예산낭비도 크다고 하는데.
“수질이 악화됐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수질이라는 것은 물 양이 많아야 좋아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에 잉크를 떨어뜨릴 때, 적은 양의 물과 많은 양의 물 가운데 어디가 더 빨리 정화가 되겠느냐. 4대강에 물이 없으면 썩은 도랑물만 남는다. 만약 보에 물이 많으면 조금 더러워질 때마다 수문만 들어서 빼내면 금방 깨끗해진다.”
―보 해체를 주장하는 이들은 물의 수량이 적어야 펄과 모래톱이 풍부하게 유지된다고 주장한다.
“물이 적어야 펄도 생기고 모래톱이 생긴다? 그러면 그 펄과 모래톱에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나?”
―그 외의 생태학적인 가치도 있을 텐데.
“거기서 나오는 생물은 농민들이 먹고 사는 것과 전혀 관련이 없다. 농민들의 생명줄을 생각해야 한다. 보가 없어진 뒤 그러한 것들이 생기는 것은 자연적인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보 개방 이후 물고기가 돌아왔다는데.
“보가 없어져서 물고기가 돌아오는 것과 보가 있음으로 인해 물고기가 더 생긴 것을 비교해보라. 보가 있으면 500종의 물고기가 있는데, 보가 없으면 50종도 없다. 미꾸라지 몇 마리 있어봤자 도움 안 된다.”
―그 민물고기가 멸종위기인 ‘흰수마자’라는 보도가 있다. 수질이 좋아진다는 뜻 아닐까.
“이런 것보다 큰 강물에 수백 마리 물고기가 훨씬 더 낫다. 물 부족 국가에서 멸종위기 물고기 몇 마리를 위해 보를 해체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종류의 물고기들보다 더 큰 물고기가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
환경부는 2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금강 세종보‧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는 데에 898억 원이 들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최대 1668억 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환경부는 “공정한 경제성 분석을 위해 보를 현재 그대로 유지할 때의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해체하는 것이 오히려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보 유지비를 이유로 해체에 무게를 실었는데.
“환경부의 말은 모두 다 거짓말이다. 4대강 16개보의 유지비가 1년에 300억 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얻게 되는 돈은 약 280억 원이다. 수력발전을 통해 얻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비용으로 16개보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 유지관리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4대강을 만들어 놓은 덕분에 그 근처에 주택과 관광지가 생기고 경제적인 수익창출이 많이 되고 있다. 만약 이를 해체하면 물이 빠져서 바짝 마를 것인데, 그 바짝 마른 강을 누가 보러 오겠나. 4대강 사업 시작 이후 그곳의 농사 수익만 5억 원이라고 한다.”
이재오 전 의원은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공동대표로 해체 반대를 외치고 있다. 우태윤 기자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들은 4대강 보 해체를 주장했다. 쿠키뉴스가 의뢰하고 조원씨앤아이가 3월 30~4월 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국민 중 64%는 보 해체에 찬성했다. ‘모든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은 20.9%, ‘일부 보를 선택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43.1%로 집계됐다. ‘해체해선 안 된다’는 25.6%, ‘잘 모름’ 및 ‘무응답’은 10.4%였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이 보 해체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구미 보 해체에 대한 여론조사를 김천시에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론조사 장난을 친 것이다. 그 근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관계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결과가 온당하겠느냐. 반면, 16개 보 지역주민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훨씬 더 높았다. 16개 보 주민에 대한 여론조사는 이미 실시했지만, 환경부가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만약 환경부가 실제로 그런 의도로 발표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청와대가 해체를 지시하니 그 결과에 맞춰 여론조작을 한 것이다. 반면 일부 단체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80~90%의 지역민들이 보 해체에 반대하더라.”
―보가 있는 지역인 공주의 정치인들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곳의 박수현 전 의원은 ‘문재인 사람’ 아니겠나. 그는 문 대통령에 따라, 정치적 색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MB정부 이전, 노무현 정부 때부터 4대강 사업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김대중 정권 때부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때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해봤는데 87조 원이 나왔다. 너무 많은 비용이 나와 하지 못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47조의 예산이 나와서 못했다. 이후 토목 건설 전문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산을 내봤더니 22조 원이 나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하려던 사업인데 문재인 정권에서 보를 해체하려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지도자의 철학이 빈곤하다. 국가 경영 철학이 없다. 예를 들어, 한강에 물이 있는 게 좋겠냐 없는 게 좋겠냐. 1986년 88올림픽을 준비하며 해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한강을 만들었다. 여기에 보를 만들어 지금의 한강이 완성됐다. 이 전 대통령이 현역에 있었을 때 만든 것이다. 한강을 통해 4대강 노하우를 이미 축적했고, 그래서 22조 원의 예산만으로도 가능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은 적절하지 않다. 지난 정권을 때려 부숴야만 적폐청산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4대강 보를 무조건 해체하기보다는 개선점을 찾는다면?
“지천이나 하천을 정비해야 한다. 지천과 하천 정비를 하지 않으니 그곳에서 나오는 생활폐수, 공장폐수, 축산폐수가 걸러지지 않고 4대강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수관로를 만들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물을 정화시켜서 깨끗한 물만 강으로 내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걸 해야 한다.”
―그 중요한 것을 왜 MB 정부는 안 했는지.
“MB 정부는 15조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서 박근혜 정부에게 물려줬다. 그랬더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걸 안 하고 4대강 뒷조사만 하면서 4년을 흘려 보냈다. 문재인 정부는 보를 해체하기보단 이런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