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삼성생명 종합검사 타깃…즉시연금 이어 암보험·치매보험 등 다방면 압박
즉시연금 과소지급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생명보험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 이종현 기자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생보사에 강한 제재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앞서 보복성 논란 등이 불거진 탓에 종합검사를 통해 압박을 가하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에 이어 하반기에는 삼성생명에 대해 종합검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즉시연금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그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사태의 핵심은 생보사가 연금을 지급하면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고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했다는 것으로서 2012년 한 가입자의 민원으로 시작됐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4월 삼성생명에 과소지급 연금액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라고 결정했고, 삼성생명은 이를 수용해 약관을 개정하고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후 금감원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만 5000명을 포함해 생보사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 16만 명에 대해 일괄 적용할 것을 권고하면서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분쟁조정을 신청한 민원인에 대해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으며, 금감원은 생보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민원인의 소송 지원에 나섰다. 또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최종 판결시까지 분쟁처리를 보류했다.
지난 4월 12일과 17일 열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소송 첫 공판에서 생보사 측은 “금감원이 원고 당사자에 해당하는 행정소송과 비슷한 형태인 측면이 있다”며 “제3자인 금감원이 소송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원인이 아닌 금감원과 법정다툼을 벌이는 것 같은 구도에 생보사들의 불만이 담긴 표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피감독자인 금융회사가 감독자인 금감원과 대결구도에 놓이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즉시연금 외에도 암보험, 치매보험 등 다방면으로 압박하는 금감원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즉시연금이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치매보험과 암보험 등의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들여다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금감원은 지난 4월 초 소비자 보호 관련 분쟁 처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키코, 즉시연금과 함께 암보험을 지목했다. 지난해 9월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암보험 관련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급을 권고하겠다는 것. 앞서 금감원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과 관련해 ‘전부 지급’을 권고한 바 있다.
또 금감원은 최근 치매보험과 관련해 각 보험사에 약관 개선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보험금 민원 및 분쟁 소지에 대해 경고했다. 경증치매의 경우 뇌영상 검사 진단 없이 다른 방법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일부 보험사에서 보험약관상 치매진단 시 뇌영상 검사 결과를 필수로 정하고 있어 향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지적이다.
앞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들여다보고 있는 암보험이나 치매보험에 대해 보험사들도 최대한 금감원 권고에 맞추려 노력 중”이라며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금감원 숙원 ‘특사경’ 역할은? 증선위원장이 선정하는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 금감원의 숙원인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가 이달 초 출범한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 10일 특사경 도입을 위해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혁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관련 특사경의 운영과 금융위·금감원 공동조사 활성화, 국민 권익보호 조치 강화 등을 위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하고 특사경 운영방안 관련 주요 내용을 밝혔다. 특사경은 금감원 소속 직원 10명 이내로 구성되며, 수사범위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위원장이 선정하는 패스트트랙 사건이다. 패스트트랙은 긴급·중대한 사건에 대해 증선위 심의를 생략하고 증선위원장 결정으로 검찰에 통보하는 제도다. 적법 절차 준수를 위해 특사경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시에는 검사가 지휘하며, 대검찰청 등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사경 특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검찰은 수사 종결 후 증선위원장에게 수사 결과를 통보하고 증선위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금융회사 임직원 제재 등의 필요성을 검토한다. 특사경 출범 전 금융당국 일각에서는 금감원 특사경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과 역할이 중복돼 업무범위를 두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공동조사 활성화를 목적으로 강제조사권을 가진 금융위 자조단과 금감원 간 공동조사 관련 규정을 명확화하기로 했다. 또 공동조사 및 기관 간 사건 이첩 대상은 조사심리기관협의회 협의를 거쳐 증선위원장이 결정키로 했으며, 금감원장은 현장(강제)조사권과 같은 금융위 자조단의 조사 수단 활용이 필요할 경우 증선위원장에게 공동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