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 취약’ 종합검사 첫 대상 거론…삼성·한화 등 대형 생보사는 그 다음 차례 전망
금감원은 지난 3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유인부합적 종합검사 세부 시행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 건전성, 내부통제 수준 등을 공통 평가지표로 정하고 권역별 핵심부문에서도 평가지표를 마련해 이 같은 부분이 미흡한 금융회사를 검사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2월부터 종합검사 대상 선정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이를 통해 총 61개 평가지표 중 30개 지표를 변경했다. 세부 방안을 보면 이번 종합검사 대상에는 금융소비자보호 수준, 재무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등을 감안해 평가가 미흡한 금융회사가 선정된다. 민원건수·증감률, 미스터리쇼핑 결과, 경영실태평가 계량등급, 내부감사협의제 평가 결과, 금융사고 금액·건수 등이 공통적인 평가지표로 적용된다. 더불어 금융회사의 경영상황 및 주요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부문’을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메리츠화재가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대로 메리츠타워. 박정훈 기자.
논란이 됐던 즉시연금 등 법원의 최종판단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준법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검사를 해도 문제된 부분이 실제 개선되거나 제재를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검사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즉시연금 문제는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즉시연금 중에서도 일반적인 현황이나 소송이 제기된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필요시 검사한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삼성생명 등은 “검사를 안 한다”가 아니라 “즉시연금만 빼고 검사한다”는 뜻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즉시연금 문제를 빼더라도 대형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검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나온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들이 여럿 걸려 있는 회사이니만큼 중점점검 대상인 ‘핵심부문’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종합검사는 금감원 검사인력 20~30명이 길게는 한 달 이상 한 금융회사에 머물며 회사 업무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강도 높은 검사다. 2015년 폐지됐다가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부활됐다. 금감원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종합검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만 들여다보는 검사를 시행해 금융회사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는 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으로 금융회사를 전수평가하고 종합검사 대상 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부터 본격적인 종합검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금융권 일각에서는 표적검사라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뒤로 미루고 다른 회사를 첫 순서로 선정할 가능성이 대두한다.
대표적인 예가 독립보험대리점(GA) 수수료 논란을 촉발한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에 과도한 판매 수수료를 지급해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데다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들이 취약해 종합검사 대상 1순위로 급부상 중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종합검사와 관련된 경영실태 평가자료를 요청 받아 관련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 판매 수수료를 너무 높게 산정해 보험업계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2018년 말 경영 유의사항 및 개선조치를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 채널에서 실적을 올리겠다며 설계사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생명보험업계에 출혈경쟁에 가까운 수수료 전쟁을 불렀고,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결과까지 나았다.
소비자 보호 관련 지표들이 취약한 것도 메리츠가 종합검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메리츠화재는 상위 5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건수가 가장 높은 회사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8년 4분기 기준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건수는 메리츠화재가 8.39건으로 삼성화재 7.83건, 현대해상 6.95건, KB손해보험 6.81건, DB손해보험 6.35건보다 높았다. 2018년 상반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보험금부지급률은 2.1%로 손해보험업계 평균치(1.46%)를 크게 웃돌았으며 보험금 불만족도도 0.15%로 평균치(0.13%)보다 높았다. 메리츠화재는 금감원으로부터 2013년 5월 종합검사를, 2016년 12월에는 라스(RASS) 점검을 받았다. 라스는 보험사의 리스크를 수시로 평가해 취약 회사 및 취약 부문을 감독하기 위한 감독체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실적 경쟁을 통해 외형을 크게 키우는 데 성공했다”면서 “하지만 민원관리나 보험금 지급률 등 소비자 만족도와 직결되는 지표가 몸집에 맞게 성장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