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에 밀려 매년 수십억 적자…임금삭감·공항이전 추진 등 비상경영 체제 돌입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2016년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시장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지만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전경.
[일요신문]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2016년 면세업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며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시장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지만 기대와 달리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제주관광공사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개점 첫해 30억 원대의 적자를 낸 뒤 2년 연속 40억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3년 만에 누적 적자가 100억 원을 흘쩍 넘어섰다. 출범 3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 실적이다.
출범 당시 5년 안에 연간 매출액 1000억 원과 순이익 360억 원을 달성해 지역 사회에 환원하겠다던 약속은 무용지물이 됐다.
사실상 공사 효용 가치가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면세점을 아예 접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관광공사의 고민이 날로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면세사업에 뛰어든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사실상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빅2’인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는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신생아나 다름없는 제주관광공사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 우려대로 자금력, 인지도, 마케팅 등의 문제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공사의 2018년 매출액은 696억 7400원으로 2017년 607억 5000원보다 14.7%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4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사드 여파와 면세점의 불리한 입지 여건으로 인해 영업악화가 이어진 탓이란 분석이다.
박호형 제주도의회 의원은 “관광공사는 특허사업인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음에도 개업한 이후 지난 3년간 해마다 30억~40억 원대 적자를 보고 있다”며 “새로운 경영전략을 통한 사업다각화는 물론 구조조정 등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광전문가들은 공사 면세점이 제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마케팅 비용 마련을 위해 탄생한 만큼 지역기반 관광사업을 수행하는 중심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공사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노사합의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면세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최근 3개월간 노사합의를 거쳐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초과근무수당·직책 수당·상여금 반납 등 인건비 삭감을 통한 예산 절감을 위해 혁신과제 20개를 선정했다.
또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전략 전담팀(TF)을 가동해 지정면세점의 제주국제공항 이전과 수익성과 경쟁력 분석을 통한 시내면세점의 운영 방향을 새롭게 마련할 방침이다.
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반드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수익성 강화를 위해 면세점의 공항 이전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설립 당시 16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제주관광공사는 현재 정규직을 포함, 지정‧시내면세점 등에서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