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도 하지 않고 입찰 진행해 시공사 선정…공고문엔 사업비도 제대로 기재 못해
경남도가 하루만에 고시 후 공고한 공문서.
[일요신문] 경상남도가 거제시 장승포항 항만공사를 시행하면서 고시·공고부터 입찰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정절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스스로 대민행정의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경남도는 2016년 항만 기본계획에 의해 도내 6개 항만에 10개 사업을 펼친다. 국비 1746억 원을 투입, 2020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6개 항만에 포함된 거제시 장승포항은 기존에 조성된 항만친수공간과 연계한 항만지원시설을 각각 2000㎡씩 확보해, 볼거리가 있는 미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예인선부두와 어선부두 개발을 위해 도는 신규로 2017년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장승포항 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남도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행정절차를 보였다. 경남도 항만정책과는 사전에 고시·공고도 하지 않고서는 2018년 12월 25일 ‘장승포항개발사업’을 긴급으로 입찰 공고한 후 불과 나흘 만에 우람종합건설 주식회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정부가 정한 항만법은 항만공사의 시행자 등은 일정 규모 이상의 항만공사를 허가하려는 경우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공고해야 하고, 항만공사를 허가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고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공사에 착수하기 전에 실시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도는 입찰이 이뤄진 후인 2019년 1월 24일 ‘경상남도 제2019-23호 항만공사 시행 고시’를 통해 항만명 장승포항, 공사내용 어선부두 거리 251m 및 지원시설 확충 1개소, 총사업비 98여억 원 등의 내용을 고시했다. 같은 날 ‘경상남도 공고 제2019-80호 항만공사 실시계획 공고문’이 게시됐다.
공고문이 고시문보다 뒤늦게 공표되는 아이러니한 행정이 이뤄진 것인데, 바로 이 부분이 도의 비상식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통상적으로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업은 기본계획, 실시계획 수립 승인으로 이어지며 공고 후 고시가 됨으로써 해당 사업이 비로소 확정된다.
하지만 장승포항은 항만공사 승인이 먼저 이뤄지고 수립이 나중이 되는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펼쳐졌다. 게다가 먼저 공표된 고시문에는 사업비가 98여억 원이고, 나중에 공표된 공고문에는 사업비가 51여억 원으로 기록됐다. 47억여 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총사업비조차 제대로 기재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앞서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하루 만에 고시·공고가 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업이 확정되는 근거인 고시도 안 된 사업이 긴급으로 시설공사 입찰공고가 진행된 후 시공사가 선정된 대목이다.
이와 관련 경남도 항만정책과 관계자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도가 공표한 공문서가 날림으로 작성된 것이 확인되면서 도정의 신뢰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남 거제시민 A 씨는 “국민이 개발행위를 하려면 모든 행정절차를 거친 후 허가를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 정작 지자체가 시행하는 사업은 제멋대로인 것이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가가 정한 규칙을 허가기관이라고 마음대로 하면 국민은 행정을 어떻게 믿고 따라야 할지 참으로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