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 바뀐 후 매각 왜?, 부산저축은행 파산 3년 후 팔아 피해자에게 보상금으로 돌아갔나
‘일요신문’은 이 토지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특히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장본인인 옛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SPC)이 토지를 소유하는 전후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
옛 대우통신 경기도 시흥시 토지 등기부등본. 사진=장익창 기자
당초 이 토지는 머큐리가 대우통신을 인수하면서 소유하게 됐다. 머큐리는 2000년 8월 재경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설립된 회사로 같은 해 11월 대우통신의 정보통신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대우통신을 인수한 달 머큐리는 당시 시가로 250억 원 규모의 경기도 시흥시 토지 2460평, 재고자산, 건물 등을 담보로 1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3400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머큐리는 설립 초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통신장비시장의 침체란 직격탄을 맞고 출범 3년 6개월 만에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들었고 자구책으로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이 토지를 2003년 8월 대부업체인 A 사에 헐값인 175억 원에 매각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관할 법원인 인천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04년 4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머큐리는 2007년 아이즈비전이 인수되면서 법정관리를 벗어났다. 머큐리는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다.
머큐리 관계자는 “당시 그 땅 외에도 여러 담보물이 있었다. 금융기관들의 심사를 받고 대출을 받았으며 실제 대출을 받은 금액은 2000억 원대였다”고 강조했다.
2003년 머큐리로부터 이 토지를 매입한 A 사는 2006년 1월 B사에 250억 원에 매각했다. B사는 부산저축은행의 SPC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최대 규모의 저축은행이었던 부산저축은행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던 저축은행 사태의 주역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예금자들의 예금의 절반을 불법으로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출했다.
저축은행이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불법인데도 부산저축은행은 대규모 건설공사 등에 뛰어들어 커다란 손실을 입었고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결국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2월 영업정지, 2012년 8월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사라졌다. SPC인 B사 역시 이런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보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A 사가 B사에 이 땅을 왜 매각했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이 땅의 용도는 잡종지였는데 2005년 재건축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값어치가 이후 훨씬 높아진다. 이런데 2006년 들어 H사가 팔았기 때문이다.
B사는 모기업인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한 후 3년을 훌쩍 넘어 이 땅을 2015년 12월 C시행사에 매각했다. 그런데 B사의 땅 매각대금이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과연 보상금으로 지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B사의 매각대금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A사가 B사에 토지를 매각하는 과정이 부동산 세탁을 위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이 토지의 매각과 관련된 일들은 상식선에서 벌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이며 사법기관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