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한정된 재원이 걸림돌…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필요
안동광 경기도 정책기획관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을 사회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의 수단이자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며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적이고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기본소득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올해는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해 17만 5000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9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를 통해 기본소득을 경기도에서 시작한 것에 대한 자신감을 국내외에 드러내기도 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언급한 이 지사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꿈을 현실로 만든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대안을 대세로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일요신문’이 안동광 경기도 정책기획관을 만나 ‘이재명 표’ 기본소득을 들어봤다.
―기본소득은 정기적, 현금, 개인적, 보편적, 무조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 기본소득의 특징은.
“기본소득은 5개의 원칙을 갖춘 정형기본소득과 이 중 일부요소만을 갖고 있는 부분기본소득이 있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후자에 해당한다. 청년 기본소득은 상위 법률인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19~24세를 대상으로 지급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재정여건을 고려해 24세 청년에게 먼저 지급을 하고 점차 대상연령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청년기본소득 시행에도 1753억 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예산이 소요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조세징수권 및 자치재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향후 안정적인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국회와 중앙정부에 제안하고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등이 추진된다면 비록 적은 금액이나마 토지배당 형태의 정형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청년, 만24세, 연간 최대 100만 원으로 한정됐다. 핀란드의 월 70만 원에 비하면 적다. 향후 얼마까지 확대할 생각인가.
“지자체에 주어진 한정된 권한과 재정상황에서 ‘청년기본소득’의 연간 지급액 100만 원을 과소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애주기별로 가장 취약한 지원대상인 청년들에게는 단순한 100만 원이 아니라 실업의 고통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시선,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여유를 가지고 자신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기본소득 정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분석을 하고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자율성이 허락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확대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다. 일부 학계에서는 월 10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적당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국가 재정여건을 고려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통한 토지배당 형태의 1인당 30만 원이 적당하다고 본다. 향후 재정여건을 감안해 점차 늘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남시에서 시행했던 청년배당으로 192억 원 생산유발, 205억 원 소득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경기도에서 시작하는 청년기본소득은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하나.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분석에 의하면 성남시 청년배당 113억 원 지급으로 207개의 일자리 창출과, 192억 원의 생산이 유발되며 205억 원의 소득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비교하자면 성남시의 효과가 31개 시군으로 확대되어 31배의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성남시의 경우 지류로만 지급되어 사용처가 전통시장에 집중되었으나,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카드, 모바일, 지류 등 3가지 형태의 지역화폐를 통해 지급되어 사용자 편의성이 대폭 확대됐다. 대형마트 등을 제외한 연매출 10억 이하의 신용카드단말기가 설치된 대부분의 점포에서 가맹점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 없이 사용 가능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효과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6년 성남시 분당 돌고래, 금호시장 매출 빅데이터 분석결과 평균 2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도에서도 청년기본소득 사업 정책효과 조사 연구용역을 경기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어 빅데이터 등 축적된 자료와 함께 실질적인 효과 분석 자료가 유의미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에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국토보유세와 관련해 진전된 바가 있는지.
“모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처음 고려할 것은 ‘재원’이다.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제시했다. 도와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가 개최될 때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에 대하여 건의했고, 실제로 민주당 몇몇 의원실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관련 법안발의 준비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또한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각종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과 연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모아 함께 대응하고 있다. 지난 박람회 기간에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만큼 추가적으로 서울시 강동구, 강원도 태백시 등 지자체들의 긍정적인 가입의사를 피력해 옴에 따라 6월 중으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안동광 경기도 정책기획관.
―이재명 지사의 정책을 한 단어로 집약하면 공정이다. 국토보유세 외에 구상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평등지수가 높은 것이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소득재분배를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과 부유세(부장증세), 국부펀드, 외환거래세 등 다양한 형태의 재원마련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산업구조 하에서 재벌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실질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법인세 공제 및 감면혜택이 초대기업에 집중해 있고, 소득금액이 높은 초대기업일수록 오히려 실효세율이 낮아지는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는 국회 입법과정과 중앙정부의 정책적 결단에 따른 것으로 경기도는 이러한 이슈와 정책들을 공론화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보조를 맞추고, 경기도에서 실현가능한 정책, 즉 공공개발이익도민환원제를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사업 이익을 시민들에게 환원해 공원조성과 도시기반시설조성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의 경기도 기본소득 방향은.
“기본소득은 경기도민들에게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많이 확산된 것 같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도민도 있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무조건 비판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기본소득에 대해 토의하고 논의했으면 한다. 기본소득을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점차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제가 확장을 하면 일자리가 생기는 등 경제순환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금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생기질 않는다. 앞으로 더 심해진다. 그런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정책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정책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되어 나갈 정책이다. 무조건 찬성이나 비판을 원하지 않는다. 같이 논의하면서 건설적으로 진행해 나갔으면 한다. 사회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써, 정책으로써 기억을 해주셨으면 한다.”
김장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