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스포츠 아이스더비, 네덜란드 그랑프리 세부계획 공개… “오픈 토너먼트 방식,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5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네덜란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이동섭 기자
[일요신문] ‘제1회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의 청사진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총상금 200만 달러가 걸린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는 오픈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5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제1회 네덜란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를 주최한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이하 아이스더비) 현도정 대표는 “사상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2019년 6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네덜란드 히렌벤 티알프 아이스링크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어 현 대표는 “아이스더비가 ‘켄터키 더비’, ‘슈퍼볼’처럼 메가 스포츠 이벤트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이스더비는 ‘롱트랙과 쇼트트랙 선수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라는 원초적 궁금증을 바탕으로 고안된 빙상 종목이다. 롱트랙(400m)과 쇼트트랙(110m) 중간 크기인 220m 트랙에서 펼쳐지는 아이스더비는 세계 빙상 최강자를 가리는 진검승부의 장이 될 전망이다.
오픈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총상금 200만 달러
5월 21 열린 설명회에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의 구체적 계획을 설명하는 프랭크 콜스티그 아이스더비 유럽지부 실무총괄 사장. 사진=고성준 기자
‘스케이팅 오디션’에서 살아남는다면, 세계 최고 스케이터들과 맞붙을 기회를 얻는다. 네덜란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에 참가할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5월 21일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설명회 발표자로 나선 아이스더비 유럽법인 프랭크 콜스티그 실무총괄 사장은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는 예선-최종예선-결선 세 단계로 구성된다”면서 “6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펼쳐지는 예선 경기는 누구나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 토너먼트의 핵심은 ‘선수가 아니더라도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예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콜스티그 사장은 “아이스하키나 인라인스케이트 선수들도 아이스더비에 참가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도 오픈 토너먼트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모두가 영웅이 될 기회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두 달여 간의 오픈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60명(남·여부 총 120명)은 9월 6일부터 9월 8일까지 최종 예선을 치르게 된다. 최종 예선에 진출한 선수 60명은 결승행 티켓 30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메인 이벤트’인 결선 레이스는 2020년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다. 결선에 앞서 아이스더비 측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세계선수권 챔피언 등 수준급 선수 30명을 추려 결선 시드를 배정할 방침이다.
결선에선 시드 배정을 받은 ‘세계 최강자’ 30명은 오픈 토너먼트 생존자 30인과 맞붙는다. 결선 진출 선수들은 660m(3바퀴), 1100m(5바퀴), 1540m(7바퀴) 총 3종목에서 ‘세계 최고 스케이터’ 타이틀을 놓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스케일이 큰 대회인만큼, 상금 역시 어마어마하다.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엔 총상금은 200만 달러(한화 약 24억 원)가 걸려 있다. 현존하는 빙상 대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금 규모다.
콜스티그 사장은 “결선 상금으로 남·여부 각각 100만 달러씩이 걸려 있다. 종목별 우승 상금은 20만 달러이며, 종목별 점수를 합산해 종합 1위를 차지한 챔피언에게도 20만 달러가 돌아간다. 나머지 20만 달러는 참여 선수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해 ‘선수 정보’ 한눈에
국내외 빙상 관계자들에게 아이스더비 종목을 소개하는 현도정 대표. 사진=고성준 기자
아이스더비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혁신을 시도한다. 아이스더비는 ‘네덜란드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제작한 랭킹 시스템을 선보일 전망이다. 아이스더비가 도입할 랭킹 시스템은 야구의 ‘트랙맨 시스템’처럼 선수들의 경기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콜스티그 사장은 “랭킹 시스템은 선수들의 직선 및 곡선 코스 주행 속도를 기반으로 선수의 잠재적 랭킹을 산정하게 된다. 이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팬뿐 아니라 인터넷으로 스포츠 베팅을 즐기는 팬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랭킹 시스템은 선수 개개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분석 자료들은 향후 스케이팅 기술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한다. 랭킹 시스템 개발엔 네덜란드 기업 트리플 IT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뿐 아니다. 아이스더비는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통해 다양한 빙상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도정 대표는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에선 11대 11 아이스하키 경기인 벤디, 대규모 아이스쇼 등 풍성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 대표는 이어 “한국에서 고안한 21세기형 동계스포츠 아이스더비가 ‘스케테인먼트(Skatainment)’라는 새로운 문화를 선도할 빅 이벤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란 각오를 밝혔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의 구체적 청사진은 5월 21일 설명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국내·외 빙상 관계자들은 아이스더비의 구체적인 청사진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청사진을 제시한 아이스더비에게 남은 숙제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 뿐이다.
6월 30일 첫발을 뗄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21세기형 동계스포츠 이벤트’의 롤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빙상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프로화 과도기에 선 빙상이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통해 국제적 흥행성을 증명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