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을 넘어온 디즈니의 마법,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신선함을 모두 잡았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파란 윌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예고편에서 대중들이 지적했던 또 한 가지는 “퍼레이드 씬이 애니메이션만큼 화려하지 않고 노래 템포가 느리며 발리우드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었다. 영화 ‘알라딘’에서는 지니의 ‘Friends like me’와 쌍벽으로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하는 알라딘(메니 마수드 분)의 퍼레이드 씬 ‘Prince Ali’가 대표적인 곡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실제 영화에서 이 퍼레이드 씬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윌 스미스의 노래 실력이 애매하다든가, 애니메이션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부족함이 있다든가 하는 지적은 스케일 앞에서 그 날카로움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윌 스미스의 덕인지 발리우드 풍이라기보다는 힙합 씬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아랍 풍의 배경과 놀라우리만큼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새롭게 더해진 자스민 공주(나오미 스콧 분)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2014년 ‘겨울왕국’ 이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두드러지던 디즈니가 기존 자스민 공주의 독립적이고 당당한 태도를 더욱 부각시킨 것이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 덕에 자스민 공주의 솔로곡 ‘Speechless’가 새로이 추가됐다. 앞서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불렀던 ‘Let it go’에 버금가는 파워풀한 곡으로 내재하고 있는 의미도 유사하다. 주인공 알라딘에게 가려진 조연 공주 역에 그쳤던 자스민의 이런 변화가 반가운 어른 관객들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스민 역의 배우 나오미 스콧은 이 같은 새로운 자스민에 대해 “내가 8살 때 자스민을 보며 느꼈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자스민은 나에게 힘을 주는 캐릭터였다. 그 감정을 유지하는 한편 그를 더욱 야망 있는 캐릭터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배우의 말대로 극중 자스민은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닌, 스스로 여성 술탄이 되기를 자처하는 야심 넘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모든 여자아이들을 향해 공주의 방이 아닌 왕좌를 가리키는 롤 모델이 되는 셈이다.
영화 ‘알라딘’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처럼 영화는 27년의 기다림을 무색하게 만들지 않는다. 모든 씬은 완벽하고 음악은 환상적이며, 배우들의 연기는 흠 잡을 곳이 없다. 이제껏 디즈니가 보여준 실사 영화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한다.
여전히 파란 윌 스미스가 꺼려지는 관객이더라도 관람에 후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파랗게 나오는 장면이 얼마 없다. 128분, 전체 관람가. 23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