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공략 적임자로 거론…“황 대항마로 키우려해” vs “러닝메이트 정도 고려”
홍정욱 전 헤럴드 회장. 사진 이종현 기자
홍 전 회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 총선에는 스스로 불출마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회장 정계복귀설에 대해 “100%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스스로 총선 불출마 선언했던 사람이 고작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정계복귀하는 것은 아닐 거다. 더 큰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전 회장은 총선 불출마에 이어 지난 지방선거 때는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런 그가 정계에 복귀한다면 목표는 대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전 회장은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것 외에는 별다른 정치 이력이 없다. 홍 전 회장이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한국당 고위당직자는 “그렇게 따지면 문재인 대통령이나 안철수, 반기문도 정치 이력이 일천했지만 대권주자가 됐다. 홍 전 회장 카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고위당직자는 “홍 전 회장이 올해 한국나이로 50인데 아직도 길거리를 다니면 젊은 여성들이 쫓아와 몰래 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잘생겼다. 여권에 조국이나 임종석처럼 잘생긴 정치인들이 많은데 한국당에도 그런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당이 홍 전 회장을 영입하면 가장 취약한 20~30대 여성 표심을 끌어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홍 전 회장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인상적인 족적도 남겼다. 홍 전 회장은 18대 총선에서 험지인 서울 노원구 병에서 노회찬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후 의정활동 내내 안건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당론을 따르지 않아 당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다. 홍 전 회장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한-EU 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기권을 선언해 여당 단독 처리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또 지난 2009년에는 예산안 강제 통과 직후 눈물을 흘리는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이정희 의원에게 손수건을 건네 화제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눈물을 흘리는 이정희 의원에게 ‘쇼하지 말라’고 비아냥거렸지만 홍 의원은 손수건을 건네며 “싸우려면 더 힘내야 한다”고 위로했다고 한다. 홍 전 회장이 중도층 공략에 제격인 인물로 평가되는 이유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 홍 전 회장을 황교안 대항마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황교안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이 오름세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도 당 내에 황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없다. 그럼에도 ‘국정농단 꼬리표가 달려있는 황 대표로 중도 확장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대안으로 홍 전 회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며 “서울시장 후보로 황교안은 절대 안 된다”고 했었다. 홍 전 대표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여전히 당 내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한국당 인사는 “황 대표가 우리 당 대권주자가 된다면 대선 토론회를 상상해봐라. 상대 후보들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황 대표는 이에 대한 해명만 하다 끝날 거 같다. 중도 확장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 내에선 비박계 모 의원이 홍 전 회장을 차기 주자로 키우려 한다는 소문도 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를 도운 모 의원을 비롯한 일부 비박계가 당직 인선 등에서 소외되자 최근 ‘황 대표로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없다’며 황교안 대권 불가론을 퍼트리고 있다는 거다.
비박계 인사들은 지난 대선 때도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대권주자로 세우려 했다. 여기에 참여했던 김성태 의원은 이후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담을 그릇이었다”고 고백했다.
비박계 진영에서 홍정욱 카드가 거론되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내년 총선 공천 학살을 막고, 당내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협박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황 대표가 비박계를 계속 소외시키면 우리에게도 대안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그런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면서도 “황 대표만 쳐다보고 있다가 잘못되면 대선 때 힘도 못써보고 정권을 뺏길 수 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홍정욱 역할론은) 꼭 황 대표를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세우자는 게 아니라 선수층이 두꺼울수록 좋으니까 홍 전 회장을 포함한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개혁 공천에 성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천을 잡음 없이 능숙하게 해내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 대권주자로 확실히 자리 잡을 거다. 반대로 총선에서 참패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이외에도 (황 대표가 중도낙마 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있을 거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 한국당 고위당직자도 “홍 전 회장이 당장 대권주자로 나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당에서는 홍 전 회장을 황 대표 러닝메이트 정도로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황 대표만으로는 중도층 공략이 어려우니 홍 전 회장이 보완재 역할을 한다는 전략이다.
고위당직자는 “황 대표가 대권에서 승리한다면 홍 전 회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전략적으로 키울 수도 있을 거다. 홍 전 회장은 차차기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한국당에서 홍정욱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여권은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권에는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많다. 한국당은 황 대표 외에는 인물이 없어 홍 전 회장 같은 인물을 띄우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문 대통령은 친노라는 정치적 자산이 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철수 전 대표 등과 비교하면 홍 전 회장은 빈약한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다. 한국당이 인물난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계복귀설에 대해 홍 전 회장 측은 “홍 전 회장은 기업가일 뿐이다. 정계복귀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답변해줄 사람도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