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승인 여부, 검찰 수사 결과, 주주들과 소송전 ‘변수’
기존 주력인 유통과 건설 부문 매출과 이익 비중이 70~80%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태로 그룹 전체의 생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바이오·제약 부문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소송을 하고, 회사가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 피해보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조작된 서류로 상장된 코오롱티슈진이 공모로 모은 자금만 2000억 원에 달한다. 각종 판매계약 해지에 따른 부담도 상당하다. 이웅열 전 회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으면서 아들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로 경영승계 명분이 약해질 수도 있다. 코오롱이 추진 중인 인보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사법 당국의 이번 사태 조작에 대한 수사 결과가 변수다.
마곡에 위치한 코오롱, 코오롱생명과학이 위치한 원 타워(one tower) ,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문제로 피소되고 상장폐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가능성 크다
코오롱티슈진이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를 제출한 시점은 2017년 10월 19일이다. ‘인보사’가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2017년 7월 12일이다. 코오롱티슈진의 기업가치 핵심이 인보사인 점을 감안할 때 의도적으로 조작된 서류로 허가를 받았다면 투자자들을 기망한 것이 된다. 한국거래소가 진행할 상장폐지 심사는 ▲허위내용이 상장심사에 미치는 중요성 ▲해당 법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 ▲허위내용이 투자판단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요 잣대로 판단한다.
인보사 구성성분이 바뀐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이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제출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을 뿐 조작이나 은폐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허가 전에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 ‘삼바’와 같은 점, 다른 점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바뀐 회계기준으로 부풀려진 기업가치로 상장에 나섰다는 점에서 상장폐지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투자자 피해를 고려해 상장폐지는 면했다. 회계 문제를 제외하면 삼성바이오 자체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품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며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반면 거의 유일한 주력 제품인 인보사가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코오롱티슈진은 계속 경영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 허가 취소로 인해 상장폐지 심사항목 중 하나인 ‘매출 지속가능성’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5년 연속 영업손실도 상장폐지 대상이다.
티슈진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점도 변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들과 소송전에서 코오롱 측이 패소한다면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실질심사에서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도덕적 해이 도마 위에
공모 당시 2000억 원을 넘게 끌어모은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407억 원, 34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지만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들은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챙겼다.
법률고문인 션호우는 지난해 2억 2700만 원을 급여로 받았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약 11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직원 4명도 스톡옵션 행사로 43억 원의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공시됐다.
‘인보사’를 앞세워 코오롱티슈진 상장까지 이뤄낸 이웅열 전 회장은 올해 그룹에서 400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수령했다. 그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받은 액수가 32억 2000만 원이다.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할 당시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수수료 약 29억 원)을 맡았고,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약 9억 원)로 들어왔다. 김앤장 역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관련 법규와 상장 구조를 검토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21일 국회에서 ‘코오롱 인보사 사태 50일, 정부의 책임 있는 진상조사와 환자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 위기의 이웅열, 안도하는 국민연금
이웅열 전 회장이 퇴임선언을 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는 ㈜코오롱 2300억 원, 코오롱생명과학 1370억 원, 코오롱티슈진 4600억 원 등 83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 가치(5월 29일)는 각각 1004억 원, 345억 원, 871억 원 등 2220억 원 남짓이다. 당분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주가 급락으로 아들인 이규호 전무로의 승계비용은 줄일 수 있게 됐다.
2014년 3월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코오롱생명과학 지분 9.22%를 가진 대주주였다. 하지만 2015년 들어 보유지분을 대거 처분, 4월에는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진다. 이해 4월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이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은 2018년 코오롱 지분율도 5%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