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분 변경 인지 여부 및 시점 논란…이웅열, 사태 터지기 전 퇴직금 챙겨 ‘의심 눈초리’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가 거짓 해명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발언에 앞서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인보사는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네 번째 자식”이라 칭할 정도로 애정을 쏟은 제품이다.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정상 동종연골세포와 세포분화 촉진인자가 있는 세포를 환자의 무릎에 투여해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약으로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알려지며 제약·바이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코오롱은 인보사 개발을 위해 17년간 1100억 원을 투자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15년부터 지금까지 코오롱에 82억 원가량의 정부지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람의 연골’에서 추출한 세포라던 주성분이 실상 신장세포였다는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코오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주(신장세포)’를 원료로 인보사를 제조·판매했다는 것. 코오롱 측은 지난 4월 1일 공시를 통해 “3월 31일 자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유통 및 판매를 자발적으로 중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제품의 안정성 및 유효성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또 해당 사실에 대해 식약처가 현재까지 안정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부작용 보고 사례가 없었고 제조 과정에서 방사선 조사를 해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품목 허가 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무한 증식하는 신장세포의 특성 탓에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이 공시를 통해 알린 인보사의 구성세포 및 투여경로.
코오롱은 이후 4월 15일 공시를 통해 인보사에 대한 식약처의 제조·판매 중지 명령을 전했다. 또 지난 3일에는 2건의 정정공시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내온 공문의 주요 내용과 일본 미츠비시 타나베 제약과 코오롱 간의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사건에 대한 내용을 밝혔다. 미츠비시 타나베 제약은 2016년 11월 코오롱과 5000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으나 2017년 12월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계약금 25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코오롱이 지난 3일 ICC 국제중재사건 관련 정정공시를 하면서, 앞서 코오롱이 했던 해명이 뒤집힐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4월 1일 공시에서 코오롱은 자발적 유통 및 판매 중지의 배경으로 “인보사케이주의 라이센서인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인보사의 성분 중 하나인 형질전환세포의 유전학적 특성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확인되어 미국 FDA와 협의를 개시했음을 당사에 통지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코오롱은 최근에야 주성분 변경에 대한 내용을 통지받고 식약처와 협의 후 유통·판매를 중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지난 3일 ICC 국제중재사건 관련 정정공시에서는 “당사는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론자)가 자체 내부 기준으로 2017년 3월 점검 과정에서 STR 위탁 검사를 하여 2액이 단일세포주(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통지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293유래세포는 신장세포를 가리키며, 이는 곧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2017년 3월 주성분 변경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미 2년 전 문제를 인지했으나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만약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은폐했을 경우 죄질은 매우 무겁다. 허가 당시 보고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를 경우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코오롱이 식약처에 인보사의 시판 허가를 요청한 시기는 인지 시점으로 의심되는 2017년 3월 직후인 2017년 4월이며, 같은 해 7월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또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코스닥 상장 당시 인보사 개발 기대감으로 1994억 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믿기 어렵겠지만 최근에서야 변경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만약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성분 변경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미츠비시 타나베 제약에 해당 내용을 공유했겠느냐”며 “당시 코오롱티슈진 측의 연구원도 론자의 보고 내용 중 생산 가능성 여부에만 초점을 둬 주성분 내용에 대해 체크를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일본 미츠비시 타나베 제약이 인보사와 관련해 이메일과 공유서버 업로드 등을 통해 수많은 자료를 공유해왔던 만큼 이 과정에서 (주성분 변경 확인 사실이 포함된) 론자의 STR 검사 내용 또한 공유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소송 상대방인 일본 미츠비시 타나베 제약이 최근 해당 사실을 확인해 소송에서 내용을 추가할 수 있었다는 것.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과 인보사를 공동 공유하고 판매하는 모회사로서 주성분 변경 내용이라는 중요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부실을 인정하지만, 2년 전 인지했음에도 거짓으로 은폐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코오롱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성분이 변경됐다는 중요한 사실을 티슈진과 코오롱 연구진이 몰랐을 리 있겠느냐”며 “시스템상 문제로 벌어진 실수였다고 한들 대기업 제약사가 이를 몰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누군가는 해당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되는 상황이지만, 고의성 여부를 떠나 코오롱이 정말로 이를 몰랐다면 의약품을 제조하거나 생산판매해서는 안 되는 무능한 기업임을 자인한 셈”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이웅열 전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진 사퇴해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인보사의 개발을 직접 주도한 것으로 유명한 데다 아직까지 코오롱그룹의 총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퇴직금을 포함해 41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바 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사태가 불거지기 전 사임하고 퇴직금을 챙긴 이 전 회장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본인 입으로 말한 “네 번째 자식”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와 주식시장이 떠들썩하고 국제 망신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것은 책임감 없는 자세라는 비난이 나온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서는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일언반구도 없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이 전 회장님은 퇴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신 뒤 출근을 한 적도 없고, 그룹 차원에서도 인보사 사안과 관련해 이 전 회장님에 대해 언급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식약처, 코오롱 논란 중심에 서나 허가 반대 심사위원 교체 ‘봐주기’ 의혹도 식약처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문제가 된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하였다는 부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코오롱티슈진이 주성분 변경에 대해 인지한 시점 등을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보사에 인허가를 내준 식약처도 책임이 피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심의과정에서 반대하는 심사위원을 교체했다는 ‘봐주기 의혹’도 제기된다. 2017년 인보사 허가 심의 당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반대 의견을 냈던 심의위원을 교체했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4일 열린 임상평가 소분과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소분과 위원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날 회의에는 심의위원 7명이 참석했으며, 인보사는 품목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존 치료제와 같은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 비교한 임상이 필요하고,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보기 위해서는 괄관절염 구조개선 입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17년 6월 16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품목허가의 타당성이 인정됐다. 그런데 2차 회의 참석자는 1차 참석자에서 다수 교체됐다. 1차 회의에 참석했던 7명의 심의위원 가운데 3명이 불참했고, 외부 자문위원 2명을 포함해 5명의 위원이 추가 참석했다. 불참 심의위원 가운데 1명은 서면으로 타당성 불인정 의견을 제출했으나 참석자 9명의 의결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회의는 지난 9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인보사를 허가한 식약처도 직무유기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검찰은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를 둘러싼 의혹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1차 회의에서 자료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자료를 추가로 제출받아 2차 회의를 진행했다”며 “2차 회의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3명의 심의위원이 참석하지 못했고, 기존 심의위원 4인에 5인이 추가로 참석했다”고 전했다. 또 “추가된 5인의 심의위원 가운데는 자문을 위해 의결권이 없는 임상실험 전문가 2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신장세포는 무한증식 특성상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임상 1상을 할 수 없다”며 “코오롱이 세포 내용이 바뀌었을 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변경 허가 절차를 밟으려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또 “규제기관인 식약처는 기업보다 환자를 우선해야 한다”며 “인보사에 대해 당장 허가 취소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