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손학규에 등 돌리고…최종 종착지는 과연 어디?
이언주 의원이 4월 23일 바른미래당 패스트트랙 추인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밝히고 있다. 박은숙 기자
이 의원은 여러 차례 당적을 바꿨다. 당적만 바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바뀐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지난 정당을 대상으로 공세를 이어왔다. 처음 이 의원에게 손을 내민 이는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였다. 그의 제안으로 이 의원은 민주당에 영입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9대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은 당 특별선대위원장이던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14대부터 16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낸 손 대표가 이 의원을 물심양면 도왔고, 이 의원은 그 덕에 인지도를 얻었다.
19대 국회 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원내부대표를 맡은 이 의원은 민주당의 간판이었다. 당시 그는 민주당의 ‘입’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견제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2016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는 김종인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며, 김 비대위원장도 이 의원을 경기 광명을에 단수공천하며 적극 지원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이던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반기를 들며 탈당하자 이 의원도 그를 뒤따랐다. 그리고 안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던 때, 이 의원은 지지를 호소하며 눈물을 흘려 그를 향한 충성심을 보였다. 당시 이 의원은 “나는 안철수에게 정치 생명을 걸었다”고 말할 정도의 ‘충신’이 됐다. 그러나 이들이 소속된 바른미래당은 19대 대선, 지난해 4‧3 재보궐선거와 6‧13 지방선거에서 연이은 패배를 기록했고 당은 휘청였다.
바른미래당은 다시 둘로 나뉘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날선 공방전을 벌였고, 어느샌가 이 의원은 국민의당계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이후 이 의원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 입당설’ ‘부산 영도 출마설’ 등 각종 소문이 나돌았고, 그 후 이 의원은 탈당했다.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한국당 입당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으며, 일각에선 대한애국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왔다.
이 같은 ‘철새’ 행보를 두고 ‘지나친 권력욕’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언주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렇지 않다. 이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시절부터 크게 민주당 성향을 보이진 않았다. 약간 중도로 치우친,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당적을 바꾼 것이 아니라 소신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정치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주변의 평가는 다르다. 민주당 시절 이 의원과 함께 일했던 한 관계자는 그의 정치 성향에 대해 “그가 보수라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다. 이 의원은 보수와 진보로 나누기 전에 워낙 권력욕이 강한 편이다. 자신이 보직을 맡은 것도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서였다. 재선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당선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면 진보정당에 입당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는 극단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에 소속됐을 때 당 대표 선거와 원내대표 선거 등 모든 선거에 다 출마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으로부터 다당제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고 호소했었다”라고 전했다. 어떻게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변화무쌍한 자신의 정치 행보와 함께 ‘배신’의 이미지도 얻었다.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나 마찬가지였던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바른미래당이 이 의원에게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이 의원은 “보수 진영이 단일대오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보수 표를 분열시키고 있는 손 대표의 행태가 찌질하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그칠 줄을 몰랐다. 탈당하는 과정에서도 “손학규 지도부가 나를 징계할 때부터 탈당을 결심했다”고 손 대표를 겨냥했다.
과거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 의원에게 많은 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포럼과 개헌 모임에서 간사 역할을 이 의원에게 맡겼고, 후원회장도 자처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과의 관계도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김 전 위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있었던 2017년 4월 5일, 이 의원도 탈당 소식을 전했다. 이 의원이 택한 곳은 국민의당이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러 말들이 나왔다. 김 위원장 정치 인생의 큰 이벤트가 있던 이날 하필 이 의원이 탈당하며 이목을 끌어야만 했냐는 반응이었다. 김 위원장에게 이 의원 관련된 입장을 물어봤지만 “모르겠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안 전 대표에게 충성심을 보이던 이 의원은 그를 따라 국민의당으로 입당했고, 국민의당은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다. 그런데 이곳에서 이 의원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소상공인 농성장에 국민의당 출신 일부 의원들이 참석했는데, 이 의원은 급기야는 이곳에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함께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이후부터 이 의원은 보수진영의 공격수로 앞장섰다. “독재를 했다는 측면에서는 비판받지만,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 같은 분이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서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보면 그때 탄핵 사유는 지금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자를 향해서도 치우친 시각을 드러냈다.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향해 “그 아줌마들이 뭔데? 그냥 동네 아줌마거든요, 그냥. 미친놈들이야 완전히”라고 말한 것이다. 이 의원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공격적이고 돌발적인 성격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소속의 한 보좌진은 “친한 것 같다가도 갑자기 내부 총질을 해 의원들이 황당해하더라.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어서 돌발 발언을 하기도 하고, 잘 지내던 의원들의 이름을 갑자기 거론하며 공격하기도 하더라”면서 “열정은 넘치지만 그 결이 다르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다. 그리고 주목받고 싶어 하는 성격이다”라고 평가했다.
앞서의 민주당 관계자는 “2016년 민주당의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되던 때에 민주당 내부에서 필리버스터 연설 신청자가 많이 늘어났었다.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 원내대표단은 시간을 좀 줄이고 다른 의원들에게 시간을 많이 할당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자연스럽게 (당시 원내대표단 소속이던) 이 의원의 연설 시간이 단축됐다. 그랬더니 이 의원이 국회 본청 민주당 복도 앞에서 고성을 지르면서 싸우더니 고함을 지르고 울기 시작하더라. 반발이 너무 심해 없던 일로 마무리됐고 이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하루 더 연장됐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