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 발의 조례’ 의회에 제동…경기 ‘기본소득’ 등 핵심정책 순항…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곤욕
17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는 박 시장이 5월 발의한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개정안은 지난 4월 통과한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설치 조례를 뒷받침하는 후속 조치 성격의 법안이다. 서울시는 의회에서 당연히 통과될 것을 기대하고 18일 기자회견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시의회의 부결로 기자회견은 긴급히 취소됐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박 시장의 핵심 사업이다. 서울시 사업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사실상 대권을 향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을 만큼 박 시장이 공을 들인 사업이다.
시의원 110명 중 102명이 더불어민주당인 서울시의회가 같은 당 시장의 법안을 막아선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당장 내년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예산 심의 권한이 시민에게 주어지는데 시의회는 예산 심의라는 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받을 수 있어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의회를 설득하는 데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시의회의 제동으로 조례는 한걸음 쉬어가게 됐다. 하지만 28일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7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본소득’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 지사는 “사회에서 발생한 이윤을 구성원이 나눠 쓰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길”이라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국토보유세로 거두거나 국유자산 운용 수익금을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매월 30만~40만 원가량을 지급하는 구상을 내놓으며 기본소득이 소득주도성장의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일에는 군포시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지역사회 구현’ 현장간담회에서 노동현장을 감독, 단속하는 노동경찰 권한을 자치단체로 넘겨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노동 관련 사무가 모두 고용노동부에 속해 있어 경기도가 불법 노동현장을 발견해도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노동감독 권한을 넘겨주면 지자체가 열심히 인력을 동원해 제재도 하고 산업안전도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 존중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한때 소년공이었던 이 지사는 노동문제만큼은 누구보다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도는 지난달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는데 전국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가 중심인 경기도’를 위한 방안이다. 개편안은 도의회 심의를 통과하면 7월부터 시행된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8일 환경부를 포함한 정부 합동조사반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천시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합동조사반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국가건설기준을 따르지 않아 유속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배관 벽에 부착한 물때가 수돗물에 섞여 나왔다고 봤다. 붉은 수돗물로 인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도 인천시는 사태 초기 ‘수질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점만 부각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100% 인재다.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도 요청하겠다”며 인천시 담당자들의 안일한 대응을 질책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정부 합동조사반 발표 이후 상수도사업본부장과 공촌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하며 “시민들이 느끼셨을 분노와 배신감이 어떨지 짐작조차 어렵다”며 “인천시는 모든 방법과 가용 자원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3주 가까운 불편으로 인천시민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수돗물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인천시 공무원들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고 말한다. 시정 전체에 대한 실망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이런 불신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박 시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