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조국·장하성 등 청와대·정부부처 등 요직 포진…인사 부실 검증 등 부작용 우려
참여연대 출신의 장하성 주중대사. 박은숙 기자
# 청와대에서 두각 나타내
참여연대 출신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공공기관에 두루 포진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 사회수석(현 정책실장)과 ‘리틀 문재인’으로 불리는 조국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장하성 주중대사는 1기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모두 현 정권 들어 신친문으로 분류되며 실세로 떠올랐던 인물들이다. ‘문(文)의 남자’로 불리는 탁현민 전 선임행정관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특정단체 출신들이 청와대 전면에 배치된 셈이다.
김수현 실장은 참여정부 비서관 시절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다. 참여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부동산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하성 대사는 문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다. 장 대사는 2012년과 2016년 문 대통령 경쟁자였던 안철수 전 의원을 도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권 출범 후 장 대사를 발탁했다. 한 친문 의원은 “장 대사의 참여연대 시절 활동을 눈여겨봤던 문 대통령이 삼고초려했다”고 귀띔했다. 조 수석의 경우 문 대통령과 오래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부처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먼저 떠오른다. 김 위원장은 참여연대 산하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면서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물러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김기식 전 원장은 참여연대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참여연대 ‘3인방’ 장하성 김상조 김기식이 재벌개혁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참여연대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였다. 얼마 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역시 참여연대 소속이었다.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지만 안경환(법무부) 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참여연대 출신이다.
# 참여연대 주장한 정책 상당수 반영
참여연대 영향력은 문재인 정부가 입안했거나 발표한 정책을 살펴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정책 자료와 논평 등을 통해 등을 주장해왔던 내용들 중 상당수가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부처 요직에 발탁된 것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엔 ‘참여정부 안’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한 정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재인 정권과 참여연대는 공동정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첨예한 논쟁으로 뜨겁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참여연대가 입장을 밝히고 추후 정부에서 비슷한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은 2018년 7월 30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주주권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가가 경영활동에 개입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기업들은 “국민연금 독립성이 보장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할 경우 관치경영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연대는 2018년 7월 12일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총수일가 전횡을 방지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7월 23일엔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심의·의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국민연금공단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그 후 참여연대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눴다. 참여연대는 10여 차례 이상 성명서와 논평,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다. 2019년 3월 26일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 등의 반대표로 대한항공 대표이사 재선임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부동산 정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탈원전 등은 참여연대가 오래전부터 외쳐왔던 것들이다. 참여연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정부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야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여권에서조차 참여연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민주당 한 친문 의원은 “참여연대는 강력한 우군이다. 그들이 등을 돌리면 우리로선 큰 타격”이라면서 “기소권 빠진 공수처 설치를 야당과 협의할 때 참여연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정치라는 게 타협의 산물이다. 시민단체 안을 무조건 밀어붙일 수만은 없다”고 했다.
# 인사검증? 팔은 안으로 굽는데…
“청문회 과정에서 장관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논문표절 등 공직자로서 준법정신과 윤리의식에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이들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일사천리로 채택한 국회와 최소한의 검증조차 없이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을 후보자로 임명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형태에 유감을 표한다. 공직윤리를 강화해야 하는 요즘, 부적격한 사람들을 고위공직자로 내정하고, 이를 동조해주는 국회의 모습은 결국 정부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용만 보면 자유한국당 대변인 성명쯤으로 생각하겠지만 아니다. 참여연대가 2015년 3월 12일 발표한 논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에서 흠결이 불거진 장관 후보자 4명에 대해 인사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벌어졌다. 국회 청문 보고서 없이 임명한 공직자는 15명으로 이미 박근혜 정부(10명)를 넘어섰다. 하지만 참여연대의 송곳 같던 비판은 어찌된 일인지 현 정권 들어 찾아보기 힘들었다. 부실 인사에 대한 여론이 확산되자 2019년 4월 3일 “인사검증 시스템 쇄신에 나서야 한다”며 점잖은(?) 충고를 했을 뿐이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참여연대 출신들이 대거 공직에 진출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내놓는다.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 이름도 뒤를 따른다. 자유한국당 의원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때 식구였던 사람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애초에 사람을 고를 때 참여연대로만 국한해서 하다 보니 인사 참사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도 “특정단체 출신들이 중용되는 것은 인사상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시민단체는 정부를 견제하는 데 존재 목적이 있다. 과연 참여연대가 과거 잣대대로 문재인 정부를 감시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와 만난 참여연대 내부 관계자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우리가 오랫동안 외쳤던 정책들이 빠르게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참여연대 출신의 공직 진출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그런데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는 걱정이다. 시민단체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공직에 진출했던 활동가들이 다시 돌아오면 생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참여연대가 인재풀로 자리 잡은 데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각계 분야의 능력 있는, ‘달인’들을 발탁해야 하는데 시민단체 출신들로만 채워지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들 대부분 운동권에 있다가 온, 이른바 엘리트들이다. 민주화된 지 30년이 넘었는데, 현장에 기반을 둔 정책보단 과거 이상향을 주장하는 일이 많다. 또 그들 중에선 소위 ‘강남좌파’로 불리는 위선자들도 적지 않다. 당연히 신뢰성이 떨어지고, 지지율도 추락한다. (시민단체 출신들은) 대화와 타협보단 논쟁과 청산을 선호한다. 선명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소리는 큰데 알맹이가 없다. 현실보단 기존 주장을 관철하기 때문에 사회적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