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가 말하는 ‘비’ ‘노래’ ‘팬’ 그리고 ‘사랑’…가장 솔직한 인터뷰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요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가진 윤하는 이번 새 미니앨범 ‘STABLE MINDSET’을 두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좋아하실 곡으로 구성돼 있다”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앞서 2017년 발매됐던 정규 5집 ‘RescuE’에서 보여준 이미지 변신으로 당황했을 대중을 위한 ‘원상 복귀’가, 이번 앨범의 테마 아닌 테마다.
1년 7개월 만에 다시 ‘윤하다움’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앨범에서 좀 많이 방향을 틀다 보니까 신곡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윤하 본연의 모습, 태초의 윤하의 모습을 많이 담아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앨범에서 설레고, 가슴 뛰고,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담은 것을 다 해 봤으니 이번에는 팬과 대중 모두를 안정시킬 음악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윤하가 생각하는 ‘태초의 윤하’는 무엇일까. 그는 “목소리에 집중되는 노래, 그것 자체가 태초의 윤하인 것 같다”고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시작부터 싱어송라이터였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만드는 음악에 많은 집착을 하게 됐다. 그런 욕심을 좀 내려놓고 보컬리스트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트레이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본연의 제 모습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윤하의 이번 노래는 애절하면서도 안으로 침잠하는 분위기를 갖췄다. 타이틀곡인 ‘비가 내리는 날에는’을 포함해 유사한 분위기로 이어지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맑은 날에도 빗소리를 듣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진다.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는 “타이틀곡의 제목이나 분위기가 그렇긴 한데, 장마시기를 맞춰서 앨범을 낸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너무 쨍쨍하면 노래에 감정 이입이 잘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오늘도 날이 맑아서 좀 걱정이 된다”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비가 오지 않아도, 꼭 이번이 아니어도 후에라도 대중들이 사랑해 주실 수 있는 곡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를 소재로 잡은 것에 대해 윤하는 “저는 어렸을 때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작곡가 분들이 비와 관련한 노래를 제게 주시고, 팬 분들은 비가 오면 생각나는 목소리라는 말씀도 해주신다. 희한하게 비가 오면 제가 활동을 안 해도 음원 사이트에 제 곡이 랭킹에 올라가더라”라며 “이건 뭐지…싶었다”라며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곡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비와 관련된 노래들이 또 들어오는 것을 보며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윤하의 이야기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이 타이틀로 선정된 이유도 그 덕이었다. 윤하는 “듣자마자 ‘타이틀곡이 드디어 나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가사를 들으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나를 생각해 줘’ 라는 내용이 나온다. (비와 관련된) 제가 부르는 게 전달력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덧 데뷔 13년차, 윤하는 젊은 나이임에도 ‘중견 가수’ 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여성 솔로 가수로 2006년 데뷔 이후 팬덤은 물론,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 온 그는 연예계에서도 나름 대선배로 꼽힌다.
선배로서 입지를 다진 만큼 여성 솔로 후배들에게 애정도 남달랐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많은 후배들을 보며 “기분이 너무 좋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기도 했다.
윤하는 “요즘은 솔로 가수들 기획 기사도 많이 나가지 않나. 이런 게 경쟁구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외롭지 않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많다”라며 “솔로 시장이 이 정도로 클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친구들이 정말 많다”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러면서 “그런 후배들을 보면 ‘나도 다시 한 번 할 수 있겠다’ 라는 용기를 역으로 받는다”라며 “여성 솔로 가수가 나오면 다 두루두루 눈 여겨 보게 된다. 요즘 핫한 청하 씨도 잘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수 윤하. 사진=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와의 인터뷰에서 ‘음악’ 만큼이나 여러 번 언급된 단어가 있었다. ‘팬’이었다. 가수는 팬 사랑, 팬은 가수 사랑이 남 다르기로 유명한 윤하는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이라는 질문에 “너무 많아서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저를 좋아해준 여성 팬 무리가 있다. 그랬던 친구들이 지금은 어엿하게 어른이 돼서 사회에서 본인의 자리를 맡고 있고, 꿈을 이룬 친구들도 정말 많다. 그런 걸 보면 뭔가 뿌듯함을 느낀다”고 아낌없는 팬 사랑을 보여줬다.
팬 사랑과 더불어 연애와 관련한 파격적인 대답도 나와 기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연애 경험을 묻는 질문에 윤하는 “이걸 수로 따져야 하는지 깊이로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척도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연애가 굉장히 많았다. 제가 기복이 좀 심해서 버라이어티하게 받아들인 것도 있지만, 연애를 정말 열심히 해 왔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만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비밀로 부쳐진 상태다.
윤하는 스스로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BGM이 되는 가수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기억을 최대한 많이 심어드리고 싶어요. 음악은 삶에 있어 한 장면을 완성시켜주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돌아 봤을 때 추억의 장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수가 되고, 그런 곡들이 많아지길. 그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윤하의 말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