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제왕’도 어려웠던 로맨스 연기부터 ‘낚시’ 때문에 장가 못가는 비화까지…김래원이 말하는 솔직한 이야기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래원이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래원을 만났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의 주인공 장세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그는 비현실적인 인물의 현실적인 연기에 대해 “의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저도 시나리오를 보며 분석을 하고 ‘이 때 이 남자의 감정은 어떨까’ 하며 접근했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장세출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깊게 고민하지 않고 결과만 생각하며 앞으로 향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장세출 그 자체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목포지역 거대 조직의 보스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출은, 확실히 이제까지 나왔던 ‘조폭 캐릭터’와는 다른 결을 보인다. 조직 보스로만 살아왔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서민을 위한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올려놓는 강소현(원진아 분)과의 로맨스가 영화의 메인이기 때문이다.
배우 김래원
김래원은 이에 대해 “세출이 소현을 만나는 첫 장면이 전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씬이라고 생각했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진정성이나 공감대를 보여드리지 못하면 영화의 전체 스토리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첫눈에 반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다음 씬에서도 (감정이) 잘 이어질 것 같은데, 그러려면 좀 과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로코의 제왕’으로 불리던 김래원이 로맨스 연기를 어려워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작인 웹툰 ‘롱 리브 더 킹’의 독자이거나, 시나리오 원안을 접한 그의 주변 지인들이 입을 모아 “이건 남자들의 강한 이야기지 멜로가 아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김래원은 “소현과 세출의 애정 표현 씬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 몇 씬으로 인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멜로 노선을 타고 있다고 느껴졌다”며 “그래서 조심스럽게 감독님께 여쭤 봤더니 제가 맞게 봤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배우 김래원
그러면서 “특히 소현이와의 첫 만남 장면은 후에 세출이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첫 씬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뒤에 이어지는 나머지 씬들도 거짓말이 돼 버린다”라며 “그래서 부담이 컸는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니 자연스러웠던 거 같다. 감독님은 조금 아쉬웠을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이다”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화의 무대가 목포다 보니 소문난 ‘낚시광’인 김래원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자신의 몫인 촬영분을 마치면 후배 배우들과 몰래 밤낚시를 떠나기도 했다고 했다. 낚시복은 아예 늘 상비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김래원은 “하루는 제 촬영이 다 끝나서 ‘다음 날 뭐하지’ 고민하다가 물때표를 봤더니 물고기를 잡기에 딱 좋은 날인 거다. 영화에서 제 오른팔 역할을 하는 최재환 배우를 몰래 불러서 ‘떠나자, 우리!’ 하고 그날 새벽 두 시에 쥐도 새도 모르게 낚시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1층에서 감독님하고 맞닥뜨렸다”라며 “감독님께서 저희를 보고 ‘너희 낚시 가?’ 하고 물어보셔서 순간적으로 최재환 배우가 ‘아뇨, 헌팅 갑니다’ 하고 둘러댔던 기억이 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 김래원
촬영 중에도 낚시를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사랑하는 김래원은 낚시와 연기의 공통점에 대해 “뭐가 잡힐 줄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도 아무도 모르고, 결과가 좋다고 해서 그 방법이 꼭 옳았는지, 최선이었는지 모른다는 것. 제가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것이 공통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낚시 때문에 장가를 못 가는 게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좀 영향을 받지 않을까…”라며 뒷말을 흐리기도 했다. 작품을 마치고 휴식 기간에는 늘 바다에 있다는 게 김래원의 이야기다. 한 달 넘게 먼 바다에 나가 서울에 들어오지 않다 보니 여성을 만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가가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때까진 열심히 해야 할 거 같다”며 낚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올해는 김래원이 데뷔한 지 어느덧 22년이 된 시점이다. 배우로서의 인생에 감회가 새로울 법도 하다.
이에 대해 김래원은 “요즘은 예전과 또 다르게 연기가 재밌어 지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것 같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어 간다”며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며 겸손해 했다.
그런 그의 올해 첫 작품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보며 김래원은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받길 원할까. 그는 “조폭과 정치 관련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폭 미화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정치적 성향이 강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복잡한 것보다 영화를 재밌게 보시고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은 19일 개봉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