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공급 막히면 일본 기기 제조사도 공장 가동 장담 어려워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계기로 국내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여론이 퍼지고 있다. 서울 한 식자재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최준필 기자
지난달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은 약 13분의 정전이 발생한 뒤 아직까지 정상 가동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에 이어 3위 자리에 올라 있다.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대체공급선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감산이 이뤄지면 가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규제에도 전면 생산 중단과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 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해도 중국과 미국 공장 가동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국내 공장도 글로벌 재고를 총동원하고, 감산까지 단행한다면 생산 중단은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이 아무리 규제를 한다고 해도 중국과 미국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구매하는 물품까지 치밀하게 통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반도체가 필요한 기기 제조 업체들이 일본에서 대신 소재 등을 조달해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도 국제적 시선을 의식해 이 같은 우회 공급까지는 막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이 막히면 일본 기기 제조 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장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 IT업계의 신성장사업인 비메모리 반도체와 OLED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웨이퍼에 극미세 회로를 새기는 데 필요한 차세대 기술인 극자외선용(EUV)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기업 대체가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일본의 규제가 계속되면 차세대 D램 양산 일정에 차질을 초래해 후발주자에 격차를 좁힐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밖에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불산은 대체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고, OLED 패널 핵심소재인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은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열희 언론인